부지런히 길을 가다 막다른 골목을 만날 때가 있다. 이런 경우는 대체로 세 가지다. 첫째는, 불명확한 주소를 들고 어디를 찾아갈 때다. 주소가 불명확한 만큼 이리저리 찾다 보면 막다른 골목으로 빠져드는 수가 있는데, 이 경우는 대부분 “분명히 이 근방인데” 하며 더 헤매기 일쑤다. 두 번째 경우는 딴에는 지름길이라고 택한 길이 막다른 골목으로 이어진 경우다. 대충 눈대중으로 봐서 질러가는 길이라고 가다보니 막다른 골목으로 접어든 경우다. 일행 중 어느 한 사람이라도 자신 있게 지름길이라고 하면 따라가기 십상인데, 막상 막다른 골목에 막히게 되면 그 사람에게 비난이 쏟아지기도 한다. 마지막의 경우는 흔한 경우는 아니지만 누군가 혹은 무언가에 쫓겨 무작정 달리다보니 막다른 골목까지 내닫은 경우다.

우리나라 사회경제의 현 상황이 바로 이 형국이다. 공식 통계가 말해주듯 지난해 경제 성장은 당초 전망치에도 미달하고 가계소득 분배는 해당 통계 작성 이래 최악을 기록했으며 일자리는 ‘참사’ 수준으로 마감됐다. 막다른 골목에 다다른 느낌이다.

이렇게 된 데에는 여러 가지 요인이 있겠지만, 가장 직접적인 이유는 현 정부가 소위 ‘소득주도성장’이라는 불명확한 주소를 가지고 ‘아무도 가보지 않은 길’을 찾아나선 때문이다. 번지수는 없이 같은 동네 이름을 도로명과 겹쳐 써놓은 주소지를 들고 온 것이다. 성장과 분배를 동시에 달성하겠다고 내딛은 발걸음이 성장도 분배도 막힌 막다른 골목에 이르러서도 “여기가 맞는데” 하며 헤매기에는 상황이 너무나 엄중하다.

이렇게 허술한 소득주도성장을 현 정부가 제1의 정책 기조로 내세운 데에는 그것이 성장과 분배를 동시에 달성하는 지름길이라고 주장하는 일행이 있었기 때문이다. 워낙 자신 있게 들리고 대충 그러면 좋겠다는 희망으로 심도 있는 검토 없이 채택된 것으로 생각된다. ‘임금주도성장’이 폐쇄경제에 경기가 좋을 경우엔 적용 가능할지 모르지만 그 아류인 소득주도성장을 우리와 같은 개방경제에 적용하는 것은 말도 안 된다. 우리 사회경제를 막다른 골목으로 이끈 정책 실패는 신기루를 좇은 ‘철없는 소년’의 변명만으로 끝낼 일이 아니다.

성장 논리가 없다는 비판에 누구도 해보지 않은 신선한 성장 논리로 내세운 것이 소득주도성장인 만큼 빨리 실적을 보여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쫓겨 정부는 무조건 달려왔다. 촛불을 들먹이며 정치적으로 흔들리지 않겠다는 일념으로 비판자들을 ‘논리의 도피처’인 진영 논리로 매도하면서까지 정신없이 달리다보니 본의와 달리 막다른 골목에 이르게 된 것이다.

막다른 골목에서는 일단 돌아나와야 한다. 미련을 가지고 더 이상 헤맬 여유가 없다. 막다른 골목에서 비난과 정당화로 기력을 소진해서도 안 된다. 찬찬히 되짚어 돌아나오면서 원래의 길을 찾아들어서야 한다. 막다른 골목은 아무도 가보지 않은 길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아무나 가는 길이 아니다.

원래의 길로 들어서기 위해서는 우선 지름길에 대한 욕심을 버려야 한다. 성장과 분배를 같은 영역에서 동시에 해결하는 왕도(王道)는 없다. 일찍이 존 스튜어트 밀이 갈파했듯 생산은 시장의 영역이고 분배는 정치의 영역이다. 소득주도성장은 바로 이런 점에서 원래의 길을 이탈해 지름길로 보이는 잘못된 길로 들어서다보니 막다른 골목에 이를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실제 소득주도성장은 분배와 재분배에 대한 정부의 강력한 개입을 그 수단으로 삼고 있는데, 그 때문인지 현 정부는 출범 이래 ‘시장의 실패’에 주목한 대신 ‘정부의 실패’에 대해서는 전연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심지어 부동산 문제에 있어서는 정부가 시장을 이긴다고 호언장담하고 있지만 시중에는 ‘강남 좌파’가 ‘강남 아줌마’를 이길 수는 없을 것이라는 말이 돌고 있다.

원래의 길이라고 하여 누구에게나 같은 길은 아니다. 시장의 활력을 통해 성장을 도모하면서도 사회 양극화 해소를 위해 우리 현실에 맞는 전략을 원래의 길에 올려놓아야 한다. 성장전략은 혁신성장으로 충분하다. 새로운 산업을 발굴하는 것만이 아니라 기존 산업의 혁신도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에 산업 현장에서의 혁신을 지원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내실화해야 한다. 분배 개선을 위해서는 정부가 가격체계나 기업의 지배구조에 직접 개입하기보다 조세·재정만이 아니라 노동 개혁을 포함한 정책 패키지를 구체화하고 거래행위의 공정성을 강화하는 데 역점을 둬야 할 것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최근 정부가 막다른 골목에서 돌아나오려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사실이다. ‘못 먹어도 고’ 하며 고집을 부릴 것이라는 일부의 우려마저 불식시키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소득주도성장의 정치적 상징성을 포기하고 더 나아가 포퓰리즘과 결별하는 용기를 발휘해야 한다.

김대환 인하대 명예교수·전 노동부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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