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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설교] 삶의 결을 만들어라

고린도전서 15장 31절


어린 시절, 산이 많은 마을에서 살았습니다. 놀이터는 산이었고, 유치원 대신에 산에서 모든 것을 배웠습니다. 때로 마을 어른들이 산에 올라와 굵은 소나무를 베어가곤 했습니다. 그때 친구들과 함께 나무를 베는 모습을 지켜본 후 남아 있는 나무의 밑동을 보기 위해 가까이 가봤습니다. 은은한 열기가 느껴졌습니다. 나무도 치열한 싸움을 한 것입니다. 잘려나가지 않으려고 보이지 않는 몸부림을 친 것이었고, 그 싸움의 열기가 밑동에까지 느껴지는 것이었습니다.

자신의 몸통을 잘려 보낸 그루터기는 진한 눈물을 흘립니다. 그것을 지켜보면서 ‘아무 말 없이 서 있는 저 나무도 살아있었구나’하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훗날 책을 통해 잘린 나무 밑동, 특별히 심재라고 하는 부분에서 진물이 올라오는데 바로 그 진물이 밖의 공기와 만나면 나무의 나이테를 더욱 진하게 만든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나무의 눈물은 그냥 흘리는 눈물이 아닙니다. 고통과 상처의 눈물입니다. 동시에 그 눈물은 자신이 얼마만큼 삶의 연수를 살았는지를 세상에 알려주는 나무의 결(나이테)을 더욱 진하게 만드는 것입니다. 실제로 나무의 나이테는 나무가 죽은 것처럼 지냈던 시기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합니다. 또한 나이테가 진하면 진할수록 더욱 큰 죽음의 고비를 겪은 것입니다. 우리 인간도 마찬가지 아닐까요.

인생의 나이테가 있다면 분명히 그것은 삶의 고난과 고통의 흔적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인간 삶의 단면을 자를 수 있다면 우리도 분명히 눈물을 흘릴 것이고, 그 눈물이 진하면 진할수록 삶의 나이테와 인생의 결을 더욱 진한 색깔로 만들 것입니다. 그러나 진한 나이테를 가진 나무일수록 단단하고 강직한 것처럼 우리 인간의 삶도 그렇지 않겠습니까. 진한 삶의 결을 가진 사람들은 단단하고 힘이 있으며 강단이 있습니다. 그것은 곧 고통과 아픔의 삶을 이겨냈다는 것이고 또다시 그런 순간이 찾아와도 이겨 낼 수 있다는 것입니다. 우리에게도 인생의 진한 결이 필요합니다.

사순절 기간입니다. 많은 그리스도인이 금식을 하거나 경건의 훈련을 합니다. 그 훈련은 최종적으로 예수의 죽음을 따라가는 것입니다. 그리스도인들은 그렇게 예수의 결을 만들어내고자 합니다. 이때 우리는 예수가 골고다를 오르며 흘렸던 눈물을 함께 흘려야 하고, 십자가에서 외쳤던 절규와 외침을 침묵과 절제 속에서 세상에 울려 퍼지게 해야 합니다. 그것들이 세상과 만나야만 우리 영혼의 나이테가 더욱 진하게 만들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본문 속 바울은 “나는 날마다 죽노라”고 말했습니다. 사실 우리는 매일같이 죽고 또 죽습니다. 해야 할 말을 하지 못해서 죽고, 나서야 할 때 그러지 못해서 죽으며, 때로 자랑하고 인정받고 싶지만 참아야 한다고 해서 죽습니다. 중요한 것은 거기서 끝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그렇게 죽게 되면 그것은 우리 인생의 결이 되는 것입니다. 인도 속담에 “호랑이 줄무늬는 바깥에 있고, 인간의 줄무늬는 안에 있다”고 합니다. 인생을 살다 보면, 여러 번 참게 되고 인내하게 됩니다. 곧 나를 죽이고 다른 사람을 살려 주기도 하며, 죽어야 살릴 수 있을 때가 있습니다. 그러나 그때마다 우리 영혼 안에는 아름다운 줄무늬가 생기는 것입니다. 죽는 것은 괴롭고 힘들지만 그것으로 가치 있는 결을 만들어낸다면 그 죽음은 절대 헛되지 않은 것입니다.

삶의 결을 만들어 보십시오. 인생의 결은 결코 편한 길 넓은 문에 들어가 만들어낼 수 없습니다. 험한 길 좁은 문을 가야만 만들 수 있습니다. 고난과 아픔, 고통과 상처를 이겨내십시오. 그리하여 죽음의 고비와 순간을 이겨낸 강단진 인생으로 아름다운 결을 품고 사는 사순절이 되시기를 바랍니다.

김주용 목사(연동교회)

◇연동교회는 1894년 연못골에서 선교사들과 신도들이 모여 예배를 드리기 시작하여 세워진 교회입니다. 일제 강점기엔 3·1운동을 주도한 교회였으며, 해방 후엔 민주화와 인권운동에 신앙의 목소리를 냈습니다. 지금은 복지 사역과 교회연합 활동으로 한국교회의 중심적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김주용 목사는 올해부터 연동교회 제8대 위임목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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