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도한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이 31일 조동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의 지명 철회를 설명하면서 “부실 학회 참석 사실을 밝히지 않았고, 검증에서 걸러낼 수 없었다”고 말했다. 또 청와대 검증이 “공적 기록과 세평을 중심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일정 부분 한계가 있다. 인사청문회와 언론 취재는 검증의 완결”이라고 설명했다. 청와대의 인사 추천 및 검증 기능이 붕괴됐다는 걸 스스로 인정하는 말로 들린다. 실망스럽다.

이럴 바에야 청와대 홈페이지를 통해 19세 이상 유권자로부터 추천을 받아, 거짓말인지 아닌지도 모를 자기신고서를 받고, 몇몇 주변인사들의 세평을 추린 뒤, 국회 인사청문회와 언론의 반응을 적절히 참조해, 청문회 결과와 상관없이 임명하면 되지 않겠나. 세평이란 것도 그렇다. 직무 능력이나 도덕성보다는 그저 인상비평에 가까운 게 세평이다. 당사자에게 우호적인 사람은 좋게, 비우호적인 사람은 단점만을 부각해 말하는 게 인지상정이다. 세평이 의미 있으려면 그걸 토대로 혹시 걸러지지 않은 문제점을 더 확인하는 것일 터이다. 과거에는 세평을 결정권자 그룹의 구미에 맞게 좋게 작성하거나, 탈락시키려고 일부러 불미스러운 사례를 적시하는 폐단도 있었다. 그런데도 공적 기록과 세평이 중심이라는 건 다음에도 똑같은 일이 벌어질 수 있다는 것 아닌가.

인사를 할 때마다 소음이 발생하는 건 내부적으로 뭔가 단단히 고장났다는 뜻이다. 청와대는 인사청문회에서 야당의 공격이나 언론의 일부 지적에 억울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이번 7명 후보자에 지적된 사안들은 대부분 인지 직후 더 세밀히 따져봐야 할 것들이었다. 더구나 국민감정을 건드린 몇몇 부동산 문제는 사전에 알았다고 했다. 그런데도 강행한 것은 청와대 결정 과정에 심각한 하자가 있는 것이다. 아마도 반대 의견을 내지 못하는 특유의 분위기가 작용한 건 아닐까.

청와대는 2017년 5월 조각부터 부실 인사검증이 문제가 되자 레드팀(red team)을 운용하겠다고 했다. 적군 역할을 하는 레드팀은 취약점을 파고들어 공격하는 역할을 한다. 조직 건강성과 최적 상태 유지를 위해 ‘NO’라고 브레이크를 거는 기능을 만들겠다는 것인데, 지금까지 그런 시스템이 작동했다는 흔적은 없다. 각종 인사가 대통령 아래의 작은 보스들 간 권력 게임으로 흐르고 있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김명호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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