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의 열매] 정철 (7) ‘땜빵 강사’ 6개월 만에 유명 강사… 수강생과 열애

학생 몰리자 학원서 “더 맡아달라”… 잉그리드 버그만과 닮은 아가씨 완전히 마음 빼앗겨 2년 뒤 결혼

정철 이사장이 1975년 서울 신문회관에서 부인 박경순씨와 결혼식을 치르고 있다.

학생들은 대학입시 공부 때 배운 것과 다른, 실제로 써먹을 수 있는 진짜 영어를 배우고 싶어했다.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다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공부한 방법을 알려줘 볼까.’ 영어회화를 일주일 만에 끝낸다고 시작했던 공부, 지난 2년간 공부해온 내 방법을 한번 써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그동안의 강의 방식은 중단했다. 나는 이 방법, 저 방법을 써가며 2명의 학생을 가르쳤다. 내가 영어를 공부한 얘기도 해주면서 공부의 노하우를 알려줬다. 우선 10분씩 강의한 뒤 반응을 물어보는 것으로 시작했다. 확실히 반응이 있었다. 학생들의 눈빛이 달라졌다. 나의 영어공부 스토리는 귀를 쫑긋하며 들었다. 나는 그 표정들을 확인하면서 더 열심히 가르쳤다.

우리 세 사람이 새로운 영어교수법 개발팀이 된 것 같은 형국이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두 학생의 영어 머리가 열리기 시작했다. 귀가 열리고 입이 터지기 시작했다.

한 달만 하려고 했는데 그다음 달, 그다음 달로 이어졌고 입소문이 나기 시작했다. 그러자 강의실에 작은 변화가 일어났다. 떠났던 학생 세 명이 돌아온 것이다. 그 학생들을 보니 반가웠다. 이제야 뭔가 통하나 싶었다. 더 열심히 가르쳤다.

내 강의를 듣겠다는 학생들은 다달이 불어났다. 이런 모습을 지켜보던 원장 선생님이 나를 붙들더니 “더 맡아 달라”고 했다. 나는 흔쾌히 그러겠다고 했다. 내가 공부한 방식으로 가르치는 게 학생들에게 도움이 된다는 것을 눈으로 확인하니 재미가 있었다. 만약 내가 영어 전공자였다면 아마 옛날 틀대로 계속 강의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나 혼자 공부하면서 터득한 방법으로 가르쳤다. 영어를 배우는 학생들에게는 완전히 새로운 방법으로 다가왔을 것이다.

이렇게 해서 6개월 만에 일약 유명강사가 됐다. 땜빵 강사가 인기 강사가 된 것이다. 영어 선생 인생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입산수도의 꿈은 점점 더 멀어져갔다. 하지만 훗날에 대비해 세속 세계에서도 훈련을 이어가자고 생각했다. 단전호흡과 참선 등은 빠뜨리지 않았다. 새벽 5시에 일어나 참선을 하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했다. 언젠가는 산에 들어가 도사가 되리라는 희망을 놓지 않으면서 말이다.

그러던 어느 날 내 운명을 바꾸는 한 사람을 만났다. 너무나 예쁜 아가씨였다. 내가 가르치는 반의 학생이었는데, 영화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For whom the bell tolls)’의 여주인공인 잉그리드 버그만과 닮았을 정도로 예뻤다. 그런 그녀가 항상 맨 앞자리에 앉아 초롱초롱한 눈으로 강의를 듣다가 내가 좀 웃기는 소리라도 하면 천진한 얼굴로 웃었다.

나는 그녀에게 완전히 마음을 빼앗겼다. 하루는 수업 후에 그녀가 질문할 것이 있다며 찾아왔다. 나는 열심히 가르쳐 줬다. 우리는 이 일을 계기로 우리는 가까워져 2년 뒤 결혼하게 됐다.

결혼하면서 입산수도의 꿈은 영영 접게 됐다. 입산은 못 했지만 생활 속에서라도 관심을 이어가기 위해 관련 공부 모임에 참여했다. 각종 산기도와 하늘 땅, 미륵불을 섬기는 제사도 열심히 지냈다.

정리=신상목 기자 smshin@kmib.co.kr, 촬영=장진현, 영상 편집=김평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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