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중순 기획재정부와 국제통화기금(IMF)의 연례협의 결과 발표는 경제부총리 취임 100일과 맞물려 화제가 되었다. 한쪽에서는 IMF가 한국의 경제 정책에 경고한 것이라 하고, 다른 쪽에서는 이를 경고로 보는 것은 주로 수출 여건이 나빠져서 우리나라가 맞는 역풍을 마치 정부가 잘못한 결과로 해석한 셈이라며 불만이다. 사실 IMF의 189개 회원국 모두가 매년 거치는 이 연례협의 결과에 좋은 얘기만 있을 가능성은 없다. 크든 작든 위험 요인을 찾아 지적하는 것이 여차하면 돈을 빌려주게 되는 IMF가 할 일이다. 또한 정치·경제 환경은 시시각각 변하는데 1년에 한 번만 나오는 협의 결과의 논조가 급변하는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니다. 그렇다면 오히려 주목해야 할 것은 꾸준히 지적되는 문제들일 수 있다. 선진국을 포함해 여러 나라를 놓고 비교했을 때 우리나라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문제점, 중요하지만 쉽게 해결되기 어렵기 때문에 반복해서 지적되는 그런 문제점 말이다.

작년 연례협의 결과와 비교할 때 이러한 문제점으로 눈에 띄는 것이 노동시장 정책에 관한 것이다. IMF는 ‘고용법률 보호의 유연성 제고, 사회안전망 확충, 적극적 노동시장 정책’을 주문하고 있다. 고용법률 보호의 유연성 제고란 한마디로 회사 사정에 따라 근로자를 내보낼 수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작년에 IMF에서 공개한 한국 노동시장에 대한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근로자 해고 조건이 국제적으로 가장 까다로운 수준이다. 우리나라에서 비정규직의 고용이 보장되는 정도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에서 정규직에 대해 평균적으로 보장되는 수준보다 높다. 퇴직금도 OECD 국가 중 가장 높은 수준인 데다 근속연수에 따라 급격히 올라가 기업이 인력을 내보낼 때 지불하는 금전적 비용도 높다. IMF가 고용법률 보호의 유연성을 제고하라고 권유하는 것은 이러한 데이터에 근거한 것이다.

IMF는 동시에 사회안전망의 확충과 적극적 노동시장 정책의 필요성을 역설한다. 적극적 노동시장 정책에는 구직활동을 돕는 공공서비스, 직업훈련, 단기 공공일자리 제공 등이 포함된다. 단순한 금전적 지원이 아닌 개인 구직자의 정보 및 교육 기회 부족 문제를 해결하는 공공의 역할이 핵심이다. 보고서에서 특히 중요하게 짚은 점은 고용 유연성과 사회안전망, 적극적 노동시장 정책이 동시에 작동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대·중소기업 간, 정규직·비정규직 간, 제조업·서비스업 간, 남성·여성 간 고착된 노동시장의 이중구조 문제와 이에 따른 소득 불평등 문제를 완화할 수 없다고 강조한다. 결국 민간에서의 고용은 회사가 유연하게 결정할 수 있도록 하되 이에 따른 경력과 생계의 불안은 최대한 공공의 노력으로 해결하도록 접근하라는 권유다.

노동시장 정책에 대한 IMF의 이런 주문은 나라경제에 가장 중요한 두 축, 성장과 분배 양쪽에 모두 걸려 있다는 점에서 충분히 경청할 필요가 있다. 경제 성장이 둔화하고 경제적 불평등이 심화하는 것이 우리가 직면한 문제인데, IMF 권유대로라면 두 문제를 같이 해결할 길이 열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우선 우리나라 성장잠재력이 하락하는 원인 중 하나인 노동생산성 증가세 둔화를 생각해보자. 그 이유야 하나로 집약되긴 어렵겠지만 역동적이고 경쟁적인 노동시장이 중요하다는 건 명확하다. 더 높은 생산성을 가진 인력으로 끊임없이 일자리가 채워질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고용 유연성을 제고해 나타나는 장점이 고용 불안과 관련된 단점으로 상쇄되지 않게 하는 것이다. 그러려면 사회안전망은 필수이고, 이는 적극적 노동시장 정책으로 보조돼야 한다.

이러한 정책들이 동시에 개선되도록 하는 것은 이상적인 상황일 뿐이다. 현실적으로는 사회안전망 확충 등이 선행되어서 불안감을 낮추고 고용 유연성을 제고하는 법 개정 환경이 조성되어야 할 것이다. 또한 이러한 긴 걸음에 대한 공감대가 미리 꾸준하게 조성되어야 한다. 명확한 식견을 가지고 우직하게 이 일을 해줄 사람들, 진정한 지도자라 할 것이다.

민세진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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