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옥천에서 굼벵이(흰점박이꽃무지 유충)를 사육하고 있는 여가벅스 여진혁(37) 대표가 사육실에서 굼벵이가 자라는 플라스틱 박스를 꺼내 보이며 식용곤충 산업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옥천=서영희 기자

곤충산업을 미래의 먹거리, 농업의 블루오션이라고 표현한다. 최근에는 화장품과 의약품의 원료로도 주목받고 있고, 기능성 식품 등에도 활용되는 등 그 쓰임새에 대한 다양한 연구가 이뤄지고 있다. 충북 옥천군은 미래산업으로서의 곤충산업을 차근차근 준비하고 있는 대표적인 지역이다.

굼벵이로 부농 꿈꾸다

지난달 12일 방문한 충북 옥천군 동이면 세산리의 ‘여가벅스’. 커피전문점을 연상케 하는 이름이 왠지 친숙하게 느껴지지만 이곳은 굼벵이(흰점박이꽃무지 유충·일명 꽃벵이) 농장이다. 2000여개에 달하는 사과 상자 크기의 플라스틱 박스 안에는 어른 엄지손가락 크기 정도로 자란 굼벵이가 꿈틀거리고 있었다. 플라스틱 박스 하나당 150마리 정도의 굼벵이가 살고 있다. 초가집의 썩은 이엉 속이나 흙 속에서 찾아볼 수 있었던 굼벵이가 대량 생산되고 있는 현장이다.

캐나다 유학파인 여진혁(37) 여가벅스 대표는 굼벵이를 진액과 환, 농축액, 분말 등으로 가공해 판매하고 있다. 여 대표는 곤충 발효 톱밥을 직접 만들면서 한 달에 100㎏의 굼벵이를 생산하고 있다. 올해 연 매출은 1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굼벵이가 자라는 사육실(181㎡)은 현대화 시설을 갖춘 스마트 팜이다. 스마트 팜에선 PC나 휴대전화로 온·습도는 물론이고 환기까지 조절해 최적화된 환경 속에서 안전하고 위생적인 굼벵이를 생산할 수 있다.

여 대표는 “곤충 관련 산업은 발전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블루오션”이라며 “식용·약용 곤충산업을 대중화하고 싶다”고 밝혔다.

그는 충북 도내 최초로 식용곤충가공공장을 건립하고 이달 본격 가동을 앞두고 있다. 건조기와 여과기, 분쇄기 등 10여종의 장비를 갖추고 식용곤충을 엑기스나 분말, 환 등의 가공식품으로 생산하는 이 시설은 소량의 곤충으로 가공식품을 만들지 못했던 충북 도내 소규모 곤충농가들에게는 새로운 활력소가 될 전망이다. 생산부터 가공·유통·체험까지 연계 가능한 프로그램도 운영해 곤충 대중화에 나설 방침이다.

서울 토박이였던 여 대표가 굼벵이 사육에 뛰어든 것은 3년 전 이 마을로 귀농하면서 시작됐다. 청주에서 굼벵이 유충 10㎏을 분양받아 곤충산업에 첫발을 내딛었다. 지금은 분양받은 유충으로 성충을 키워 알을 받고 다시 유충을 만드는 과정을 거쳐 농가 등에 굼벵이를 납품하는 사업가로 성장했다. 곤충산업 덕분에 성공한 청년 귀농인으로 꼽힌다.

여 대표는 “굼벵이가 숙취해소나 간 기능 개선에 효과가 있지만 혐오감으로 인해 판로 개척이 쉽지 않다”며 “이 문제만 해결된다면 침체된 농촌에 활력을 불어넣는 소득 작목으로 주목받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여가벅스의 굼벵이는 현대화 시설을 갖춘 스마트 팜 사육실(181㎡)에서 키워진다. 스마트 팜 사육실은 휴대전화(왼쪽 사진)나 PC 만으로 온도와 습도는 물론이고 환기까지 조절할 수 있다. 옥천=서영희 기자

미래 식량으로 각광받는 곤충

식용곤충은 기후변화와 식량난을 해결할 대안 식품으로 떠오르고 있다. 앞으로 기후변화나 물 부족 등으로 식량 생산이 인구 증가를 뒤따라가지 못할 경우를 대비해 번식력이 좋고 영양적 가치가 뛰어난 대안식량으로 주목받고 있는 것이다. 식용곤충은 소고기에 비해 2배 이상의 단백질을 함유하고 있고, 마그네슘·칼륨 등 무기질도 풍부하다. 고단백질이지만 가축에 비해 사육에 필요한 사료도 적게 들고 가축의 분뇨 등에 의한 환경오염도 방지할 수 있다. 덕분에 식용곤충은 유엔식량농업기구(FAO)에서 2013년 ‘작은 가축(little cattle)’이라 지칭할 만큼 경제적이고 영양가가 높은 미래식량으로 인정받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국내의 식용 곤충산업 시장은 2015년 60억원 규모였지만 2020년엔 1014억원으로 무려 16.9배나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국내에서 식품으로 허가된 식용곤충은 메뚜기와 누에번데기, 백강잠, 갈색거저리 유충(고소애), 쌍별귀뚜라미(쌍별이), 흰점박이꽃무지유충(꽃뱅이), 장수풍뎅이 유충(장수애)까지 7종이다. 김선국 충북도농업기술원 곤충연구팀장은 “식용곤충 산업은 성장 잠재력이 매우 높은 시장으로 평가되고 있다”며 “미래의 먹거리인 식용곤충에 대한 편견이나 거부감을 해소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곤충산업이 미래산업으로 주목받으면서 충북지역의 곤충 사육농가도 급성장하고 있다. 2015년 75곳에 불과했던 곤충 사육 농가는 2016년 124곳, 2017년 182곳으로 급속히 증가하면서 산업 자체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2015년 3억900만원에 불과했던 이들 농가의 연간 수입도 2017년 20억3600만원으로 6배 이상 늘었다.

충북 도내 80여개 농가는 최근 충북곤충산업연구회를 창립하고 곤충산업 육성과 활성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지자체도 힘을 보태고 있다. 충북도는 국비 등 50억원을 들여 오는 7월 충북농업기술원에 곤충종자보급센터를 준공한다. 이 센터가 준공되면 충북이 곤충산업의 중심으로 도약하는 발판을 마련하게 된다. 이곳은 갈색거저리, 흰점박이꽃무지, 장수풍뎅이 등의 종자를 대량 생산해 농가에 보급하게 된다. 우수 곤충 자원을 개발하거나 곤충의 질병관리 체계를 구축하는 등의 역할도 한다.

청주시도 상당구 지북동 일원에 지역 곤충자원 산업화 지원센터 건립을 구상하고 있다. 시는 이 센터 건립을 위해 2020년 정부 예산 반영을 요청하고 있다. 이 센터는 생산된 곤충이 중금속과 미생물 등에 오염되지 않도록 품질 관리를 할 예정이다. 곤충 생산량 증가에 따른 제품도 개발한다. 신규 곤충사육 농가를 교육하고 곤충산업 전문 인력 양성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도 운영할 계획이다.

이들 센터가 건립되면 식용곤충 종자 보급부터 품질 관리, 제품 생산 등의 시스템이 갖춰져 시너지 효과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도와 시가 이처럼 센터 건립에 적극적으로 나선 것은 충북을 곤충산업 중심지로 육성하기 위해서다.

사육한 굼벵이를 진액과 환, 농축액, 분말 등으로 가공한 제품 모습이다. 옥천=서영희 기자

옥천군은 이달중 곤충사육 농가 등이 참여하는 곤충유통사업단도 구성할 예정이다. 이 단체는 곤충 가공식품 쇼핑몰 제작, 품질 관리 마케팅 등에 나서게 된다.

옥천지역에는 현재 식용곤충인 흰점박이꽃무지와 장수풍뎅이 애벌레 등을 사육하는 농가 32곳이 있다. 2011년 2곳에서 시작해 8년 만에 16배나 늘었다. 곤충사육 농가가 대폭 늘어난 만큼 옥천군은 곤충사육과 가공 기술 보급에 나서 한 해 50명 안팎의 전문 인력을 양성하고 있다. 이들 농가에 사육·가공 장비 등도 지원한다. 군은 올해도 이들 농가에 4000만원을 장비 구입비로 지원할 예정이다.

곤충을 식품 원료로 사용하는 업체도 속속 나타나고 있다. 옥천에 위치한 순대 제조업체인 ㈜글로벌푸드는 식용 곤충인 갈색거저리 유충을 분말 형태로 갈아 넣어 고소한 맛과 영양을 강화한 곤충 순대를 개발했다. 식용 곤충 갈색거저리를 분말 형태로 넣어 만든 이 순대는 단백질 함량과 영양가가 높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청주시농업기술센터와 공동으로 전국 최초로 개발한 순대 제조법은 2017년 4월 특허를 받기도 했다.

옥천의 농업회사법인 산애들은 귀뚜라미 분말을 넣은 소면 개발에 나섰고, 인근 백세 장수농장은 장수풍뎅이 유충을 이용한 진액 제품을 개발 중이다. 청주의 농업회사법인 대한곤충산업도 고소애로 돈가스와 어묵 등을 만들어 판매하고 있다.

충북도 관계자는 “충북을 곤충산업 중심지로 육성하기 위한 다양한 사업이 추진되고 있다”며 “농가소득으로 이어지도록 전문가 양성과 시설 구축을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옥천=홍성헌 기자 adho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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