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5월 1일 나루히토 일왕 즉위에 맞춰 그들의 연호가 레이와(令和)로 결정됐다. 국내 언론도 그 의미까지 담아 신속히 보도했다. 그렇지만 나루히토에 대한 심층 보도보다 연호 결정에 비중을 더 두는 듯해 유쾌하진 않다. 더구나 일본 정부가 보수 세력을 의식해 처음으로 그들의 고전, 즉 시가에서 문구를 따왔다니 일제의 침략을 경험한 우리로서는 우경화 메시지로 인식되기도 한다. 우리는 임진왜란과 일제 36년이라는 혹독한 대가를 치르며 그들과 선린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우리 국민의 일본 여행은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동시에 독도와 위안부 문제 등에 분노를 표출하고 있는 모순적 상황이다.

우리는 이제 일본을 실리를 챙길 수 있는 외교의 파트너로 봐야 한다. 보수 정부 9년 동안 외교적 책략이 저자세였고 문재인정부 들어서는 당당은 하나 실리가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외교 채널이 단선적이란 느낌을 지울 수 없다.

‘토착왜구’라는 말은 최근 한·일 문제를 가늠해 볼 수 있는 키워드다. 해방 후 친일부역자를 제대로 단죄하지 못해 빚어진 악의 뿌리가 오늘날까지 적폐로 남아 국가 발전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의미가 이 말에 담겨 있다. 반일 감정은 왜구라는 말에서 읽을 수 있듯 부정적 타자에 대한 인식에 기반을 둔다. 이러한 인식은 해방 후 반민특위 실패와 함께 친일부역 세력이 기득권을 유지하면서 비실리적 반일 궐기대회와 같은 정신승리법으로 몰아갔다. 친일 세력이 반일을 정치적으로 이용한 셈이다.

외교에 있어서 일본과 중국은 불가근불가원 관계다. 양국에 외교적 관계를 통해 우리의 이익을 극대화하면서 선린을 표방하면 된다. 일본은 새 연호의 뜻을 ‘사람이 아름답게 마음을 맞대면 문화가 태어난다’고 풀었다. 그들이 그렇게 할 수 있도록 자리를 같이해 서로의 이익을 챙기는 것이 외교라고 본다. 18세기 지식인 성호 이익은 폭넓은 지식을 바탕으로 일본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제시했다. 국제정세 변화 속에서 일본에 대한 무지와 무관심한 태도를 비판하면서 객관적으로 인식할 것을 촉구했었다. 만세원(萬世怨)에 대한 재해석이었다. 이익은 “교린은 감정을 안으로 다스리고 정성을 들이는 일”이라 했다.

정부는 대일 외교와 친일 적폐청산이 상호 연관이 없음을 일본 정부에 분명히 밝히고 새 일왕제 하에서의 그들의 태도 변화를 촉구해야 한다.

전정희 뉴콘텐츠부장 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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