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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여행] 만우절과 가짜뉴스


4월은 만우절로 시작된다. ‘4월의 바보의 날(April Fool’s Day)’이라는 만우절의 기원은 여러 설이 있지만 양력 달력의 시작과 관련 있다는 설명이 유력하다. 1564년 프랑스의 샤를 9세에 의해 율리우스력에서 그레고리력으로 바뀌면서 1월 1일이 새해 첫날이 됐는데도 국민에게 전달이 잘 안 돼 이전 새해 첫날이었던 4월 1일에 축하 행사를 벌이던 사람들을 놀리는 일이 관행화됐다는 것이다.

재미있는 것은, 이날에는 장난 섞인 거짓말을 사회적으로 용인해주던 풍습이 신문과 방송의 뉴스 보도까지도 이어졌다는 점이다. 이는 ‘6일에 걸쳐 9마리의 토끼를 낳았다’는 임산부의 스토리가 실린 1726년의 한 영국 신문에서부터 1878년 만우절에 발명왕 토머스 에디슨이 물을 와인으로 바꾸는 기계를 개발했다고 보도한 뉴욕그래픽과 같이 세기를 이어져 온 관행이다.

20세기 시작된 TV 방송시대에도 만우절 뉴스의 ‘장난’은 계속됐다. 영국의 BBC는 특히 기발한 만우절 뉴스로 유명한데 1957년 스위스의 한 나무에서 스파게티를 수확하는 장면을 보여주며 “스파게티 나무 재배법을 알고 싶다”는 시청자들의 전화 행렬을 만들기도 했다. 이에 뒤질세라 스웨덴의 한 방송은 1962년 만우절에 “흑백 TV 수상기를 간단하게 컬러로 바꿀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됐다”며 “흑백 TV 화면에 나일론 스타킹을 씌우면 컬러로 방송을 볼 수 있다”고 보도했다. 이 방송을 본 많은 시청자들이 실제로 컬러 방송에 대한 기대를 품고 TV에 스타킹을 씌우기도 했다는 전언이다.

21세기 만우절 뉴스는 기술 발전의 시대적 변화를 반영하고 있다. 이코노미스트는 2009년 4월 1일 독자층을 젊은 세대로 확대하는 노력의 일환으로 런던에 ‘다우존스 롤러코스터’ 같은 놀이기구가 들어가는 경제테마파크를 짓겠다고 보도했다. 언론의 새로운 장르로 떠오른 데이터 저널리즘의 선두주자인 영국 가디언은 만우절에 종이 신문 발행을 중단하고 모든 뉴스를 트위터로 내보내겠다는 장난 보도를 하기도 했다.

이런 ‘만우절 뉴스’는 언론의 사실 보도에 대한 뉴스 제작자와 소비자의 믿음을 토대로 세기를 넘게 이어져 오고 있지만 “만우절이야, 놀랐지?”와 같은 표현되지 않은 말이 암묵적으로 따라붙는 보도들이다. 그러나 언론의 역사에는 만우절 뉴스가 아닌 가짜 뉴스(fake news)의 스토리들도 이어져 왔는데 차이는 후자는 단순한 해프닝 수준이 아니라 사회적 여파를 남긴다는 것이다.

미국에서 처음 성공한 페니(penny) 프레스로 알려진 뉴욕선(New York Sun)은 1835년 존 허철이라는 천문학자가 남아프리카 희망봉에서 생명체가 존재하는 별을 발견했다는 소식을 6회의 기획 시리즈로 내보냈다. 이 시리즈로 뉴욕선의 판매 부수가 치솟았고 정작 해당 천문학자는 그런 보도가 나간 줄도 모르고 있었지만 이 매체는 이후 정정이나 사과도 하지 않았단다.

이밖에 조지프 퓰리처와 함께 선정적인 ‘옐로 저널리즘’ 경쟁을 벌이던 윌리엄 허스트는 쿠바 인근의 미 군함의 폭발, 침몰이 미국 자체 조사 결과에서도 각기 다른 결론이 났음에도 불구하고, 스페인에 의한 것이라는 주장으로 지면을 도배함으로써 1898년 미서전쟁을 유도하기도 했다.

재미와 신뢰를 바탕으로 ‘4월의 바보들의 뉴스’가 나간 것과 달리 현대의 가짜 뉴스는 피해 막급이다. ‘뉴스의 질’에 대한 사회적 각성이 절실하다.

주영기 (한림대 교수·미디어스쿨 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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