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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실에서] 이런데 법대로 규정대로 하라고?

부동산 투기하고 세금 내지않아도 장관 되는 세상… 법지킨 사람은 바보 취급 받아


고위공무원이나 교수쯤 되면 성공했다는 평가를 듣는다. 사회적 평판이 나쁘지 않고, 적어도 먹고살 걱정은 안 해도 된다. 고시에 합격해 각 부처에서 잔뼈가 굵은 공무원과 학교에서 전문 분야를 연구한 교수는 개각을 비롯한 정부 인사 때마다 하마평 0순위에 오른다. 한마디로 선택받은 사람이라 할 수 있다.

‘문재인정부 지명철회 1호’ 불명예를 안은 조동호 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는 카이스트 교수다. 그는 국비로 해외출장을 가면서 여러 차례 부인과 동행했고, 외국에 유학 중인 아들을 만났다. 혈세를 쌈짓돈으로 여긴 염치없는 행위가 청와대 인사검증을 통과했다. 청와대에 보고하지 않은 해외 부실학회 참석이 국회 인사청문 과정에서 들통나지 않았다면 임명됐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럼 조 교수만 이랬을까. 전국 대학을 전수조사하면 이런 케이스에 해당되는 교수들이 부지기수일 거다. 조 교수가 규정을 몰라 그랬을 리 없다. 그렇게 해도 문제삼지 않은 대학의 도덕불감증과 이를 걸러내지 못한 정부의 허술한 감사망이 더해져 여론의 공분을 산 행동들이 너무도 당연하게 반복됐다. 조 교수가 현실에 만족하고 공직을 탐하지 않았다면 아무 문제 없이 제 돈 안 쓰고 아들 만나러 외국에도 가고 학회를 빙자한 외국여행을 다녔을 거다. 규정을 준수한 교수들만 억울하다.

자진 사퇴한 최정호 전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는 국토교통부 제2 차관 등을 지낸 전문 관료 출신이다. 행시 합격 이후 공직 생활 대부분을 국토교통 관련 부서에서 근무했다. 그런 그가 다주택 보유로 발목이 잡혔다. 그는 분양권을 포함해 서울 등 전국에 세 채의 집을 갖고 있다. 시세차익만 23억원에 이른다고 한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정당하게 구입하고, 법에 따라 세금을 납부했다면 백 채를 가진들 문제될 게 없다. 도덕적 비난은 받아도 법적 처벌은 불가능하다. 최 전 후보자의 경우 도덕적 잣대에 못 미쳤다. 집값 안정과 서민 주거문제를 책임져야 할 국토장관으로선 부적격이다. 청문회에서 의원들도 이 점을 부각시키며 벌떼공격을 했다. 청문회에서 최 전 후보자를 호되게 나무랐던 국토위 의원들은 어떤가. 국토위 의원 30명 가운데 13명(43%)이 다주택자다. 최 전 후보자나 의원들이나 거기서 거기다. 이들 의원은 앞으로 국토부 장관 될 생각은 일찌감치 접는 게 좋겠다.

정부 수립 이후 다주택 보유를 권장한 정권은 없다. 진보·보수를 떠나 역대 정권 모두 부동산 값 안정에 총력을 기울였다. 그러나 돈 버는 쪽은 언제나 정부 말과 반대로 투기와 투자의 경계를 넘나든 사람들이다. 최 전 후보자와 국토위 의원들이 산증인이다. 위장전입 역시 마찬가지다. 엄연히 불법인데 무시로 이뤄졌다. 못하고, 안 한 사람이 바보 취급을 받는다. 위장전입은 하도 흔해 이젠 흠결 축에도 못 낀다. 세금 안 낸 사람은 또 왜 그리 많은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되면 세금을 납부하는 게 관행처럼 굳어졌다. 지명되지 않아도 세금을 냈을까.

설훈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은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인사청문회가 도입되기 이전에는 위장전입, 부동산 투기에 둔감했고, 그것이 통상화돼 있는 사회 분위기였다”고 했다. 전혀 틀린 말은 아니다. 한 푼이라도 세금을 적게 내기 위해 너나 할 것 없이 다운계약서를 작성했고, 집 계약과 아이들 학교 문제로 주소를 이곳저곳으로 옮겼다. 하지만 이런 행위들은 엄연한 불법이고 편법이다. 정부 정책을 비웃은 이들에게 정부 정책을 맡기면 누가 그 말을 따르겠나. 세금 꼬박꼬박 내며 정부를 믿고 따른 대다수 국민들이 심한 배신감을 느끼는 요즘이다.

이흥우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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