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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1억 들여 떠난 獨 암치료… 작년 10명은 못 돌아왔다

브로커들 ‘암환자 커뮤니티’서 영업… 獨 현지에선 오리발

독일 프랑크푸르트 주재 대한민국 총영사관은 지난해 말 홈페이지에 “독일에서 치료를 결정하기 전 한국 의료진과 충분히 의논해 달라”는 공지사항을 게재했다. 영사관 홈페이지 캡처

지난해 10명의 한국인 암 환자가 독일에서 치료 도중 숨진 사실이 확인됐다. 많게는 1억원이 넘는 비용을 지불하고 국내에서는 불가능한 ‘중입자 치료’ 등 선진 암 치료를 받으러 독일행 비행기에 올랐던 중증 암환자들이었다. 절박한 처지의 환자들이 ‘독일 가면 치료받을 수 있다’ ‘100% 완치 가능하다’는 일부 중개업자(브로커)의 달콤한 말만 믿고 원정 치료에 나섰지만 기대 수준의 치료 효과를 보지 못한 것이다. 애초 약속한 중입자 치료가 아닌 일반 항암제나 온열요법, 광역동 치료 등 엉뚱한 치료를 받아 분쟁이 발생한 사례도 다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급기야 독일 주재 한국영사관이 홈페이지에 공지문을 띄우고 국내 암 환자들의 독일행에 주의를 당부하고 나섰다. 보건복지부와 외교부, 경찰청도 관계자 회의를 열고 국외로 치료받으러 나가는 암 환자 보호 대책을 마련 중이다.

독일 프랑크푸르트 주재 한국총영사관 이선호 영사는 최근 국민일보와의 두 차례 통화에서 “일부 독일 의료기관이 시행하는 중입자 치료 등 새 암 치료법이 한국에 소개되면서 췌장암이나 간암, 신장암 말기 등 중증 암 환자들이 중개업체의 알선으로 프랑크푸르트, 뮌헨 등지에서 치료받다 사망하는 경우가 알려지고 있다”며 “지난해에만 한국인 암 환자 사망 사례가 10건 신고됐고 영사관에서 일부 환자들의 장례 절차, 소송 의뢰를 지원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이 영사는 “한국에서는 더 이상 불가능하다고 진단받은 4기나 말기 암 환자가 대부분으로,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와서 2~3개월 체류하며 치료받는다”고 덧붙였다.

한국총영사관에 따르면 성공적으로 치료를 마치고 건강을 회복한 환자들도 있지만 안타깝게도 치료가 안돼 유명을 달리하는 사례가 종종 발생하고 있다. 이 영사는 “많은 비용과 노력, 시간을 들여 독일 치료를 결정했으나 결과가 좋지 못해 가족들이 후회하는 걸 많이 봤다”고 말했다.

일부 환자와 가족은 현지 의료기관과 소송을 벌이기도 하지만 대부분 비용이나 언어 문제 등으로 진행에 어려움을 겪는다. 금창록 총영사는 “환자 사망이 암 진행에 의한 것인지, 의료 과실인지 현지에서 밝히기 쉽지 않은 상황에서 영사관이 개입하는 것은 자칫 외교 문제로까지 비화할 수 있어 조심스럽다”면서 “환자들이 각별히 주의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프랑크푸르트 총영사관은 지난해 말부터 홈페이지에 ‘독일에서의 치료를 결정하기 전 한국 의료진과 충분히 논의하기 바란다’는 공지문을 올렸다. 독일 치료법이 환자 상태에 맞는지, 긴급의료 시스템이 갖춰졌는지, 검증된 치료법인지, 치료 과정에 통역이나 의료상담 시스템이 있는지, 치료비 등 제반 비용은 적절한지 꼼꼼히 따져보라는 내용이다.

외교부를 통해 이 같은 사실을 인지한 복지부와 경찰청은 지난 1월 22일 해당 부서 관계자 회의를 열고 해외 원정치료에 나서는 암 환자 보호 방안과 중간 알선업체의 허위·과장 광고 등 법령 위반 여부 수사 방향 등에 대해 논의했다.

의료법상 국내가 아닌 해외 치료에 영리 목적으로 환자를 유인·알선하는 행위를 규제하는 조항은 별도로 없다. 복지부 관계자는 “국립암센터, 대한암학회와 함께 유사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국외 치료 암환자 권고문을 만들어 우선 배포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2일 국민일보 취재에 따르면 해외 중입자 치료 등을 알선하는 환자 중개업체는 20여개로 파악된다. 대부분 암환자 커뮤니티나 블로그를 중심으로 암암리에 영업활동을 한다. 중입자 치료를 원하는 환자는 대부분 중입자가속기가 도입돼 있는 독일과 일본으로 보내진다. 치료비와 항공료, 체재비, 수수료 등을 합쳐 최대 1억5000만원 정도를 내야 한다.

독일은 일본보다 중입자 치료 환자 범위에 융통성이 있는 편이다. 그만큼 과잉 치료를 권하거나 ‘바가지’가 끼어들 여지가 크다. 한 중개업체 관계자는 “그래서 일본은 안 되는데, 독일은 된다는 식으로 과대 포장해 환자들을 끌어모으기도 한다”고 귀띔했다.

중입자 치료가 가능한 것처럼 얘기해놓고선 정작 현지 의료기관에 가면 중입자 치료 대상이 안 된다고 해 난감한 상황에 처하기도 한다. 이 관계자는 “그땐 슬그머니 중입자 치료 대신 국내에서도 받을 수 있는 양성자 치료(국립암센터, 삼성서울병원에 도입돼 있음)나 온열요법, 광역동 치료 등을 권유한다”며 “먼 곳까지 와서 그냥 가기도 뭐하고 해서 환자들은 대부분 울며 겨자먹기로 받고 오는 걸로 안다”고 말했다.

한 방사선종양학과 전문의는 “일반적으로 암세포가 여러 군데 퍼진 다발성 전이암(4기 혹은 말기)의 경우 중입자 치료 효과가 없는 걸로 알려져 있다”면서 “그럼에도 치료할 수 있다고 말하는 것은 사기에 가깝다”고 말했다.

실제 10만명 넘는 회원이 활동하는 인터넷 암환자 커뮤니티에는 “중개업체 말만 믿고 갔다가 실패하고 돌아왔다”는 경험담 등이 상당수 올라와 있다. 독일 중입자 치료를 고려 중이라는 한 암 환자는 “사기꾼이 너무 많아 어떻게 할지 도무지 모르겠다”며 조언을 구하기도 했다.

대한방사선종양학회 금기창(연세대 세브란스병원 교수) 회장은 “방사선종양학과 전문의가 필요하다고 권하지 않으면 중입자 치료를 위해 1억원 넘는 돈을 들여 해외에서 치료받는 일은 바람직하지 않고 별 도움도 되지 않는다”고 조언했다. 중개업체 관계자도 “자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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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입자 치료
=무거운 탄소 입자를 빛의 속도로 가속해 발생하는 고에너지로 암세포를 파괴하는 비수술 입자 방사선 치료법이다. 통증이 없고 부작용이 적어 ‘꿈의 암 치료’로 알려져 있다. 워낙 고가 암 치료 장비여서 전세계적으로 독일과 일본 등에 6대 정도만 도입돼 있다. 한국은 2022년 이후에나 도입될 예정이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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