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독일의 대표적 부호 집안으로 꼽히는 라이만 가문이 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와 히틀러에게 협력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반성하는 의미로 자선단체에 1000만 유로(약 128억원)를 기부하기로 결정했다는 뉴스가 눈길을 끌었다.

라이만 가문은 1828년에 설립한 JAB홀딩을 통해 크리스피크림(도넛), 닥더페퍼(음료) 등 세계적인 유명 식음료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다. 전체 자산은 330억 유로(약 42조원)에 달한다. 라이만 가문이 조상들의 나치 부역 사실을 확인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역사학자에게 조사를 의뢰했다는 점에서 더욱 진정성이 느껴진다. 조사단은 1941년부터 라이만 가문이 군수품을 만들어 나치를 돕기 시작했고, 1943년부터는 군수품 생산에 프랑스 포로, 러시아나 동유럽 출신 민간인들을 강제 동원한 사실을 확인했다. 강제 동원된 이들에게는 임금을 제때 지급하지 않았거나 학대를 일삼았다고 했다.

독일 나치 정권과 비슷한 시기 전체주의 국가로 주변국에 큰 피해를 준 일본은 어떤가. 대표적 일본 전범 기업으로 꼽히는 미쓰비시중공업과 신일철주금은 한국 법원의 피해 보상 판결에 불복하고, 이를 두둔하는 일본 정부는 외려 한국 정부를 비난하며 외교갈등을 고조시키고 있다. 지난해 10월 말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에 따라 대구지법 포항지원이 지난 1월 9일 신일철주금 주식을 압류한 데 이어 대전지법이 지난 22일 양금덕 할머니 등 근로정신대 강제동원 피해자 4명이 제기한 미쓰비시중공업의 특허권 6건과 상표권 2건에 대한 압류명령 신청을 받아들였다. 그러자 스가 요시히데 일본 관방장관은 “원고 측에 의한 압류 움직임이 극히 심각하다”고 불쾌감을 드러냈다. 아소 다로 재무상은 한술 더 떠 “여러 경제 보복 조치가 있을 것”이라며 관세, 송금정지, 비자 발급정지 등을 언급했다. 스스로 반성해도 모자랄 판에 “한일청구권협정으로 피해보상은 다 끝났다”며 발뺌하는 일본 정부와 그 전범기업들을 보면서 측은한 마음마저 들었다.

이제 기업이 돈만 벌던 시절은 지났다. 경제적 가치 외에 사회적 가치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최태원 SK 회장은 경제적 가치와 사회적 가치를 함께 창출해야 기업이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최 회장은 지난달 28일 중국 하이난에서 열린 보아오포럼 개막식 연사로 나서 “사회적 가치는 경제적 가치 못지않게 중요하다”며 “사회적 가치를 지속적으로 창출하기 위해선 이를 측정하고 보상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기업도 사회 일원으로 책임을 다해야 한다. 포스코 최정우 회장이 주창하는 ‘기업시민’으로 거듭나야 한다. 소비자들이 특정 기업의 제품과 서비스를 이용해 그 기업이 발전했다면 그 기업은 수혜자로서 이익 일부를 사회에 환원하고 시민들과 가치를 공유해야 한다. 최 회장은 지난해 7월 취임식에서 “포스코가 좋은 철을 만들어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보유한 국민 기업으로 성장해 왔다면 이제는 사회의 일원이 되어 경제적 수익뿐만 아니라 공존과 공생의 가치를 추구하는 기업시민으로 발전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포스코는 기업시민을 경영이념으로 삼아 기업시민 헌장을 발표할 예정이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대한항공 주주총회에서 등기이사 재선임에 실패한 것은 경영을 못해서가 아니다. 가족의 갑질 논란으로 사회적 신뢰를 잃었기 때문이다.

EU는 지난해부터 대기업의 비재무 정보를 홈페이지 등에 의무적으로 공개토록 했다. 유럽에 공장을 보유하거나 법인을 설립한 국내 기업은 유럽 기업에 준하는 인권·노동·환경·기업투명성정책·위험관리정보 등을 요구받게 된다. 갑질하는 기업은 유럽 수출길이 막힐 수도 있다. 이제 우리 기업들이 수익에만 집착하지 말고 사회적 가치를 함께 추구하면서 책임 있는 시민으로 자리매김하고, 기업인들이 존경받는 사회가 되길 바란다. 그게 지속 가능한 사회로 가는 길이다.

김재중 산업부장 jj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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