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설국열차’는 기후변화의 재앙을 다뤘다. 여기서 재앙은 지구온난화가 아니라 그에 대응하는 인간의 무모함이 부른다. 더워진 지구를 감당키 어렵게 되자 각국 정상이 모여 ‘CW-7’이란 냉각제를 공중에 살포키로 결정하는데, 평균 온도가 조금 내려가리란 예상과 달리 지구는 눈과 얼음으로 뒤덮이고 만다. 봉준호 감독은 이런 설정을 토대로 유일한 생존 공간이 된 설국열차에서 살아남은 자들이 벌이는 계급투쟁을 그렸다.

이 영화에 등장하는 지구 냉각제를 실제로 연구해온 과학자들이 지난달 학술지에 논문을 발표했다. 하버드대학 프린스턴대학 매사추세츠공과대학의 교수 3명은 성층권에 미세입자를 뿌려 온난화에 따른 기온 상승폭을 절반 이하로 낮출 수 있다고 주장했다. 기존 가설은 그럴 경우 아프리카와 아시아에 상상을 넘어서는 가뭄과 태풍이 찾아오는 등 더 극단적인 이상기후가 생긴다는 거였는데, 시뮬레이션을 해봤더니 그런 지역은 지구 전체의 0.4%에 불과하다고 했다. 이렇게 인위적으로 지구 환경을 바꾸는 기술을 지구공학(geo-engineering)이라 부른다. 이들이 연구한 건 그중 한 분야인 태양광조절(SRM) 기법이다.

단초는 1991년 필리핀 피나투보 화산이 제공했다. 화산 폭발로 황산염 미세입자 2000만t이 성층권에 퍼지면서 태양열을 일부 차단해 1년간 지구 평균기온이 0.5도 낮아졌다. 논문에 참여한 하버드대 데이비드 키스 교수는 올여름 황산염 대신 탄산칼슘 입자를 풍선으로 제한된 지역에 퍼뜨려 ‘피나투보 효과’를 유도하는 실험을 하려고 준비하고 있다. 탄산칼슘은 분필을 구성하는 성분이니 미세한 분필가루를 대기에 주입하는 셈이다. 만약 대규모 SRM이 현실화한다면 파란 하늘을 보는 건 포기해야 한다.

학계에선 비판 목소리가 커졌다. 온난화의 원인을 제거하지 못하는 임시방편일 뿐인데 지구 시스템에 치명적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더 큰 문제는 SRM의 비용이 그리 비싸지 않다는 점이다. 효과를 보는 지역과 피해를 입는 지역이 나뉘게 될 텐데, 10조원 정도면 실행할 수 있어서 어느 한 나라가 독단적으로 나설 가능성을 배제키 어렵다. 이것을 하려는 자와 막으려는 자의 갈등이 온난화보다 먼저 인류를 파멸로 몰고 갈지 모르는 도박 같은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태원준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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