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각장애인에게 더 관심을”… 소리 없는 호소

천안서 첫 국내 대회 열려

시청각장애인들이 4일 충남 천안 대명리조트에서 열린 대회에 참석해 보조자와 함께 다른 시청각장애인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다. 이날 대회는 시청각장애인들이 모여 자신의 의견을 밝힌 국내 첫 행사다. 천안=송지수 인턴기자

40대 남성이 단상에 올라 손짓을 하고 바이올린 켜는 흉내를 내며 몸을 흔든다. 옆에 선 여성은 수화를 번역하고 프로젝터엔 큰 글씨로 빼곡히 글자가 적힌다. 하지만 청중은 무대를 신경 쓰지 않는다. 50명 남짓한 청중은 마주 본 채 손을 맞대고 손가락을 움직인다. 보조자(설리번)들이 프로젝터를 바라보며 손가락 움직임을 멈출 때마다 휠체어에 타거나 시각장애인용 안경을 쓴 이들은 손바닥으로 책상을 두드리며 웃는다.

4일 충남 천안 대명리조트에서 열린 시청각장애인 대회 ‘오늘은 우리들 시간’ 발언 현장이다. 시청각장애는 미국의 교육자 헬렌 켈러처럼 시각과 청각 모두 온전치 못한 장애인을 통칭한다. 선천적으로 시각과 청각이 모두 손상된 경우도 있지만, 후천적으로 시각과 청각을 모두 잃은 경우도 많다. 정부 통계상으로는 ‘중복장애’로 분류된다. 손을 맞잡고 이야기하는 촉수화(수어)로만 대화가 가능한데 시청각장애인 두 명이 대화하려면 보조자를 포함해 최소 4명이 필요하다.

청각장애인이었던 바둑 3단의 김용재씨는 5년 전 시각을 완전히 잃고 난 뒤 촉수화를 알기 전까지 집 밖에 나갈 수 없었다고 토로했다. 김씨는 “눈이 보이지 않아 촉수화를 배워야 했지만 도움받을 사람이 없었다”며 “시청각장애인을 도울 수 있는 보조자를 정부와 사회가 양성해야 한다”고 수화로 호소했다.

4년째 이들을 돕고 있는 김윤선(65·여)씨는 “들리지도, 보이지도 않는 이들에게 집 바깥은 공포의 대상”이라며 “이들이 최소한의 일상생활은 할 수 있도록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보조자 제갈무희(72·여)씨도 “촉수화는 수화 및 한국어와 엄연히 다르며 체계적 교육이 필요하다”면서 “5000명에서 1만명으로 추산되는 시청각장애인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보조자를 양성하는 일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일본 시청각장애인 후쿠다 아키코(42·여)씨는 한국 시청각장애인 단체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후쿠다씨는 “국제시청각장애연맹에서 일하면서 느낀 점은 아시아 국가들이 시청각장애인에 대해 무신경하다는 것”이라면서 “아시아에서는 1990년대 일본에서 시청각장애인들에 대한 법이 제정된 후 어떤 움직임도 없다”면서 국제연대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경북 상주에서 온 시청각장애인 방성호 목사는 시각장애인과 예수님의 이야기를 소개했다. 방 목사는 “사람들은 시끄럽다며 맹인을 윽박질렀지만, 예수님은 그를 불쌍히 여기고 불러 이야기를 들으셨다(막 10:46~52)”며 “우리 사회와 정부도 시청각장애인들의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천안=황윤태 기자 trul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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