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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는 자와 함께 울라’ 산불 이재민 손 잡은 한국교회

강원 피해 현장 찾아 구호 활동

전명구 기독교대한감리회 감독회장(오른쪽)이 6일 산불로 집이 전소된 강릉 옥계면의 성도 가정을 방문해 손을 잡고 기도하고 있다. 기독교대한감리회 제공

한국교회가 강원도 산불 피해 복구와 이재민 돕기에 나선다. 한국교회봉사단과 한국기독교사회복지협의회, 국민일보는 8일부터 두 달간 모금 캠페인을 벌인다. 한국교회총연합(한교총·대표회장 이승희 박종철 김성복)은 6일 ‘긴급기도 요청’을 전국 교회에 보내고 “한국교회가 강원도 이재민들을 위해 기도하자. 그들의 아픔에 동참해 달라”고 호소했다.

지난 4일 고성 속초 강릉 등에서 발생한 대형 산불로 임야 530㏊와 주택 401채가 불탔다. 정부는 지난 5일 오전 9시를 기해 국가재난사태를 선포했다. 이날 오후 이재민 대피소로 지정된 강원도 고성 천진초등학교 운동장에는 1.5t 트럭들이 속속 도착했다. 트럭의 뒷문이 열리자 눌러 담은 라면 상자들이 쏟아져 내렸다. 노란 조끼를 입은 봉사단원들은 서둘러 트럭 안에 있던 물과 생필품을 꺼냈다.

초등학교 체육관 앞에는 현수막이 펼쳐졌다. 산불을 피해 속초 시내로 피신했던 이재민들은 오후 2시를 넘겨서야 하나둘 체육관으로 모여들었다. 지난 4일 밤 11시쯤 잠든 가족들을 깨워 속초 시내로 나왔다는 이정남(78)씨는 “평상복 차림으로 눈에 보이는 것들만 가방에 넣어 도망 나왔다”며 망연자실했다.

한국기독교연합봉사단 소속 자원봉사자들이 지난 5일 고성 천진초등학교에서 구호품을 나르고 있다. 기독교대한감리회 제공

한국교회도 고난에 빠진 이들을 구하기 위해 팔을 걷어붙였다. 서울 광염교회 등이 주축이 된 한국기독교연합봉사단(단장 조현삼 목사)은 교회에 비축해 둔 빵과 라면, 칫솔과 치약 등을 싣고 현장에 도착했다. 이석진 담당 목사는 “구호품을 이재민들과 나누는 동시에 현지 목회자들과 함께 피해를 본 교회를 알아보고 있다”며 함께 온 성도들과 라면 상자를 날랐다.

한쪽에 마련된 테이블에선 지역 목회자들이 모여 피해 상황을 종합하고 있었다. 정성태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합동 강동노회장은 “인구밀도가 낮은 지역 특성상 대피소에서만 도움을 주기보다는 직접 찾아가는 방식이 낫다고 판단했다”며 “구호품 200세트를 만들어 피해를 입은 교회와 인근 주민들에게 전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번 화재로 사망자가 발생한 고성군 토성면 용촌리 용촌교회(이상용 목사)는 지난 4일 밤 교회 앞에 살고 있던 성도와 함께 인근 교회로 대피했다. 이상용 목사는 “불길이 일어나던 밤에는 성인 남성도 제대로 서 있기 힘들 정도로 강한 바람이 불었다”며 “대피하지 않겠다고 버티던 성도 부부의 손을 잡고 마을을 빠져나왔다”며 착잡한 표정을 지었다.

전소된 설악산선교수양관 모습(왼쪽)과 산불로 큰 피해가 발생한 영동극동방송 사옥. 한마음교회, 극동방송 제공

산불로 교회와 기독교 시설들의 피해도 잇따랐다. 고성에서는 임마누엘기도원(문정복 목사)과 설악산선교수양관, 인흥침례교회(이만익 목사) 관사와 교회 식당 등이 전소됐다. 강릉 옥계장로교회(신삼용 목사)에서도 교인들의 집이 전소되는 등 피해가 발생했다. 속초의 영동극동방송도 큰 피해를 입어 건물 1~2층이 전소됐고, 3~4층에 설치된 방송시설도 열기로 녹아내려 사용할 수 없는 상황이다. 영동극동방송 사옥에 있던 속초농아인교회(박경주 전도사)도 예배 처소를 잃었다.

전명구 기독교대한감리회(기감) 감독회장과 최선길 동부연회 감독은 6일 피해 지역을 찾아 기감 소속 교회와 교인 가정을 일일이 방문하며 위로했다. 예장합동 이승희 총회장은 지난 5일 담화문을 발표하고 “국가재난사태 극복을 위해 기도해 달라”고 요청했다. 국제구호개발기구 월드비전(회장 양호승)은 고성 속초 지역 아동과 이재민을 위해 2억원 규모의 긴급구호를 펼친다고 밝혔다.

고성 속초=글·사진 황윤태 백상현 장창일 양민경 기자 trul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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