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원이 현미경을 보면서 선별한 정자를 난자에 주입하는 장면. 인공지능(AI)이 양질의 정자 선별을 보조해 난임 및 불임 치료 성공률을 높이는 시스템이 개발되고 있다. 셔터스톡 제공

질병 진단과 치료 분야에 인공지능(AI)의 접목이 활발하다. 최근엔 난임·불임 치료와 암 진단에까지 AI가 영역을 넓히고 있다.

글로벌 광학의료 기업인 올림푸스는 최근 일본 도쿄지케이카이 의대 산부인과와 난임·불임 치료 과정의 성공률을 높이는 AI 시스템 개발에 들어간다고 밝혀 전세계 주목을 받았다.

한마디로 체외수정 과정(세포질내정자주입술·ICSI)에 최적의 정자를 가려내는 AI다. ICSI는 사람이 고배율의 현미경을 보면서 1개의 정자를 골라 난자에 주입하는 시술이다. 양질의 정자를 선별하는 것이 수정률을 높이는 핵심이다. 전담 연구원은 난자의 스트레스를 최소화하기 위해 수많은 정자 중 가장 적합하다고 판단되는 정자를 신속히 골라내야 한다. 양질의 정자는 수정이 이뤄지기에 적합한 운동성과 머리 형태를 지닌 것을 말한다.

연구팀은 1000명의 남성에게서 얻은 최대 1만개의 정자를 교육 데이터로 썼다. 정자 머리 형태와 운동성을 종합평가해 선별하는 기준을 AI에게 기계학습시켜 건강한 정자를 실시간으로 인식해 알려주는 시스템을 개발 중이다.

시스템 개발이 완료되면 현미경으로 정자의 실시간 동영상을 촬영한 뒤 그 동영상 속 정자에 AI가 판별한 결과를 실시간으로 표시해 준다. 이어 연구원이 그 중 하나의 정자를 뽑아 난자에 주입하게 된다. 올림푸스는 2020년까지 이 시스템을 탑재한 현미경을 완성한다는 계획이다.

올림푸스는 소화기암 진단 분야에서도 AI의 효용성을 보여줬다. 2017년부터 일본국립병원기구인 구레의료센터 주고쿠암센터와 공동으로 ‘위(胃)조직을 이용한 AI 병리 진단 지원 소프트웨어’를 연구중인데, 지난해 9월 이 AI 소프트웨어가 선암(악성 종양)은 100%, 비선암(양성 종양)은 50.7% 확률로 가려냈다고 발표했다.

올림푸스는 구레의료센터가 보유한 368건의 위 조직(검체) 영상을 토대로 딥러닝 기술을 독자적으로 개발했다. 위에서 채취한 조직의 병리 슬라이드 전체를 스캔해 디지털화한 이미지 데이터를 토대로 선암과 비선암에 대한 학습을 거친 뒤 새로운 조직 이미지를 입력하면 소프트웨어가 선암과 비선암을 판별하도록 설계됐다.

올림푸스는 지난달 초 일본에서 ‘AI 대장 내시경’을 정식으로 출시하기도 했다. 대장 내시경 촬영 이미지를 AI가 실시간으로 분석해 용종(혹)이 있을 때 양성과 음성 가능성을 수치로 보여줌으로써 의사의 판별 과정을 돕는다. 올림푸스 관계자는 8일 “AI가 질병 진단의 정확성을 높일 뿐 아니라 의료 종사자와 연구·검사 인력의 업무 흐름을 더욱 원활히 해 줄 것”이라며 “의학 부문에 AI 접목을 점차 확대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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