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대통령 앞에서 청년실업 문제 등을 토로하다 끝내 울음을 터뜨리고 있는 청년의 모습을 언론에서 접했다. 마침내 이루어냈다는 국민소득 3만 달러 시대가 허상처럼 느껴지는 장면이었다. 필자의 대학 시절 국민소득은 3000달러에도 못 미쳤다. 국민의 염원을 짓밟고 들어선 군사정권은 폭력적이었고 사회는 암울했다. 봄은 어김없이 매캐한 최루탄 연기와 함께 왔고 휴강과 수업 거부는 낯설지 않은 일상이었다. 그럼에도 고도성장기 경제에서 취업 보증수표와 같았던 학위증을 쥔 청년들에게 비친 미래는 희망적이었다.

이제 봄은 꽃향기와 함께 온다. 최루탄이 사라진 캠퍼스에서 우리 청년들은 소득 3만 달러 시대에 걸맞은 실력을 쌓고 있다. 학문적 지식, 외국어 능력, 세계관 등에서 어느 나라 청년과 견주어도 손색이 없다. 그러나 지금 이들 앞에 놓인 노동시장은 비관적이고 미래는 우울하다. 주력산업 변화, 인구 고령화 등 경제 구조의 변화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면서 경제의 고용창출력은 낮아진 지 오래다. 하지만 그보다 더 심각한 문제는 우리 노동시장이 세계 140개국 중 73위의 경쟁력을 지닌 것으로 평가받을 만큼 여전히 후진적이라는 사실이다.

기술 진보, 경제 글로벌화 등에 대응하기 위한 노동시장 개혁 필요성은 오래전부터 제기돼 왔다. 그러나 정부의 정치력 부재, 노동계의 기득권 챙기기와 기업의 미봉적 대응이 맞물리며 논의가 제자리를 맴도는 사이 비효율적 임금체계, 엄격한 해고 요건 등은 대기업과 중소기업, 정규직과 비정규직을 가르는 노동시장의 이중구조를 더욱 심화시키고 고착화시켰다. 임금만 보더라도 중소기업은 대기업의 절반, 비정규직은 정규직의 60%대 수준에 머물고 있다. 상여금이나 국민연금 수혜율, 복지 수준 등 여타 후생 측면에서도 상당한 차이가 있다. 기업도 험난한 노사 협상에 매달리기보다 인건비 부담이 작고 해고가 용이한 비정규직 채용을 늘려왔다. 인건비 절감을 위해 하청과 외주를 늘리고 해외로 생산시설도 이전했다.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에도 소극적이라 비정규직의 1년 후 정규직 전환율은 11%로 OECD 국가의 평균 36%에 크게 못 미친다. 3년 후 전환율은 22%로 유럽 국가의 70% 수준과는 한참 거리가 있다.

이러한 현실에서 청년들이 첫 일자리로 중소기업이나 비정규직을 선택하기란 쉽지 않다. 대기업, 정규직을 향한 청년들의 열망이 자격증 취득, 어학연수 등 스펙 쌓기로 이어지며 대학 졸업 소요기간은 평균 61개월로 늘어났다. 취업에 성공한 청년들이 일자리를 찾기까지는 졸업 후 평균 12개월이나 걸렸다. 원하는 일자리를 오랫동안 찾지 못한 청년들은 저임금의 질 낮은 일자리를 받아들이거나 취업 자체를 포기하고 있다. 정규직의 꿈을 뒤로하고 1년 이하 단기 계약직으로 일자리를 시작한 비중은 2006년 9%에서 2018년 22%로 크게 상승했다. 대졸 이상 청년 중 구직단념자로 간주되는 이른바 NEET 인구는 지난해 48만명에 달했다. 추가 취업 희망자에다 구직단념자, 취업준비자 등을 합친 청년층의 잠재실업률은 23%에 달해 청년 4명 가운데 한 명이 실질적인 실업 상태에 놓여 있는 상황이다.

오랜 기간 노력하고 치열하게 준비해 왔음에도 대기업, 정규직으로의 진입은 어렵기만 하다. 첫 일자리로 중소기업이나 비정규직을 선택하면 이중구조의 벽에 막혀 좀체 벗어나기 힘들다. 이처럼 암담한 현실에 청년들이 절망하고 체념하고 있다. 3포, 5포 세대를 넘어 이제는 꿈과 희망마저 포기한 7포 세대라고 자조하고 있다. 이들에게 눈을 낮추라거나 도전정신이 없다고 비판하는 것은 기성세대의 잘못을 전가하는 무책임한 일이다. 제대로 된 노동시장부터 만들어주어야 한다. 직무·직능 위주 임금체계 정착, 노동시장의 유연성 제고와 사회안전망 확충, 비정규직 근로 여건 개선 등과 같은 오래 묵은 과제들을 풀어나가야 한다.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 오기 전에 정부와 기업, 노동계가 양보하고 협력해야 한다. 그래야 우리 청년들의 얼굴에서 다시 미소를 찾아볼 수 있을 것이다.

장민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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