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가장 작게 태어난 이사랑 아기가 지난달 20일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 소아재활치료실에서 물리치료사의 도움을 받아 기는 연습을 하고 있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지난해 1월 6개월 만에 태어나 키 21.5㎝로 국내 최소 신생아… 1년 만에 키 3배·체중 20배 ↑
“건강한 조산아 과잉보호 안돼… 고령 임신으로 이른둥이 늘어, 진료·재활 등 지원 확대돼야”


“자, 앉아봐 사랑아. 그렇지∼. 이젠 서 볼까. 옳지, 잘한다.”

지난달 20일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 신관 1층 소아재활치료실. 이사랑(생후 14개월) 아기가 매트와 30㎝ 정도의 높이대 위에서 힘을 주며 앉는 연습을 하고 있었다. 두 손·발로 기고 손을 딛고 서려고도 했다.

잠시 후 이남현 물리치료사가 아기와 눈을 맞추며 팔·다리를 주무르고 스트레칭했다. 발목과 무릎, 엉덩이 관절 운동도 시켜줬다.

중간에 목이 말랐는지 사랑이의 끙끙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곁에서 지켜보던 아빠가 얼른 젖병을 꺼내 물렸다. 두 손으로 젖병을 꼭 안고 힘차게 빨고선 이번엔 매트 바닥에서 기기 시작했다. 사랑이는 바로 누워 옆구르기를 하고 아빠를 보고 배시시 웃기도 했다.

30분간의 재활치료가 마무리되고 신장과 체중 측정이 이어졌다. 키 63.9㎝, 몸무게 6.1㎏. 출생 때보다 키는 3배, 몸무게는 20배나 늘었다.

지난해 1월 출생 당시 사랑이. 서울아산병원 제공

사랑이는 지난해 1월 25일 키 21.5㎝, 체중 302g의 국내에서 가장 작은 아기로 태어났다. 엄마 뱃속에 있은 지 6개월(24주 5일) 만에 세상에 나왔다.

당시 1%도 안 되는 생존 한계를 이겨내고 169일간 신생아 집중치료를 받고서야 가족의 품으로 돌아왔다. 어른 손바닥 한뼘도 되지 않았던 사랑이는 태어난 지 1년여 만에 몰라보게 성장했다. 의료계에선 생명의 기적으로 받아들여진다.

이날 한 달여 만에 사랑이를 진료한 주치의 정의석 신생아과 교수는 “사랑이는 퇴원 후 무럭무럭 자라 잘 웃고 장난도 치는 예쁜 여자 아이로 크고 있다”면서 “그 사이 특별히 아파서 입원해 치료받은 적은 없다”고 근황을 전했다.

정 교수는 “아무래도 작게 태어난 아기이므로 성장과 발달 측면에서 집중해 치료를 진행하고 있다. 폐와 심장, 뇌, 위장관 등 모든 장기가 건강하다”고 했다.

정 교수에 따르면 사랑이는 현재 자신의 ‘교정 나이’에 맞게 자라고 있다. 이른둥이들은 두 개의 생일을 갖는다. 출생 예정일인 교정 생일과 실제 태어난 생일이다.


이른둥이의 경우 실제 출생일을 기준으로 성장과 발달을 보면 의학적으로 이해하지 못할 일들이 벌어진다. 예를 들어 아이들이 목을 가누는 시기인 백일을 사랑이는 신생아중환자실에서 보냈고 당시 여전히 작고 목을 가누지 못했다. 그렇다고 사랑이가 큰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었다. 태어난 지 100일이 됐지만 실제로는 엄마 뱃속에 있는 시기였기 때문이다.

사랑이는 교정 생일이 5월 12일이다. 실제 나이는 14개월이지만 교정 나이로는 이제 10개월인 셈이다. 이 때문에 겉보기 성장(키와 몸무게)과 내실을 다지는 발달 측면(근육운동, 언어 및 인지발달)을 구분해 모두 봐야 한다는 게 정 교수의 설명이다.

그는 “만삭 출생아의 평균 신체(키 77㎝, 몸무게 9.4㎏)보다는 아직 작지만 성장 속도가 매우 빠르기에 조만간 따라잡을 것으로 기대된다. 또 발달 측면에선 벌써 잡고 일어서서 조금씩 발을 떼고 ‘엄마·아빠’도 말할 수 있는 10개월에 해당되기 때문에 교정 나이에 맞게 어느 정도 잘 자라고 있다고 이야기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랑이는 다른 이른둥이처럼 미숙한 장기 발달을 위한 특별 치료를 따로 받지 않고 있다. 더 빠른 성장을 위해 충분한 영양 공급에 치중하고 한 달에 두 번 운동재활 치료에 공을 들이고 있다.

정 교수는 “사랑이는 건강하기 때문에 특별히 조심할 것 없이 남들과 똑같이 키우려는 자세가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많은 이른둥이 부모들이 작게 일찍 태어났다고 아이들을 과잉 보호하는 경향이 있는데, 사랑이처럼 건강상태를 잘 유지하는 경우에는 보다 자유롭게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힘을 길러주라는 것이다.

재활 치료를 마치고 아빠·엄마 품에 안겨있는 이사랑 아기의 모습.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사랑이 아빠 이충구(42)씨는 “그간 애지중지하느라 사람 많은 데는 아예 가지 않았고 부모님도 3개월만에 처음 사랑이 얼굴을 보셨다”면서 “앞으로는 사랑이를 더 응원하겠다”고 말했다. 10년간 난임으로 마음고생이 컸던 이씨 부부는 그간 한 번의 유산과 세 번의 인공임신 노력 끝에 사랑이를 가졌다.

독실한 크리스천인 부부는 “일찍 태어난 것도 하나님 계획이라 믿는다. 사랑이는 우리 가정의 은혜이고 엔돌핀”이라며 활짝 웃었다. 부부는 사랑이의 첫돌 잔치를 당초 출산이 예정됐던 5월에 하기로 마음 굳혔다. 엄마 이인선(45)씨는 아울러 “수많은 난임 부부들이 사랑이를 보고 희망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했다.

사랑이 같은 이른둥이 출산은 갈수록 늘고 있다. 전체 출산율은 급감하고 있지만 고령 임신과 만혼의 증가로 고위험 신생아 출산율은 높아지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이른둥이는 재태(뱃속) 기간 37주를 못 채우고 나오는 아기를 말한다. 재태 기간과 상관없이 출생 체중을 기준으로 2.5㎏ 미만은 ‘저체중 출생아’, 1.5㎏ 미만은 ‘극소 저체중 출생아’, 1㎏ 미만은 ‘초극소 저체중 출생아(초미숙아)‘로 분류한다.

8일 통계청에 따르면 2.5㎏ 미만 저체중아 출생률은 2008년 4.9%(전체 출생아 46만5892명 중 2만2725명)에서 2017년 6.2%(35만7771명 중 2만2022명)로 높아졌다. 같은 기간 1.5㎏ 미만 극소 저체중아 출생아 수(2341명→2530명)도 마찬가지로 증가했다.

특히 최근 3년간(2014~2016년) 500g 미만의 초미숙아 163명이 태어나는 등 출생 몸무게가 점점 작아지는 추세다. 이른둥이 사망의 대부분은 정상 신생아 평균 체중(3㎏)의 절반밖에 안 되는 1.5㎏ 미만의 극소 저체중아에서 일어난다. 500g 미만일 경우 생존율은 18.3%에 불과하다.

사랑이처럼 300g 정도의 출생 체중을 가진 이른둥이 생존율은 보고조차 안돼 있다. 전세계적으로 25명 정도가 태어났지만 대부분 적극적인 소생술을 시행하지 않고 돌봄 치료를 하면서 임종을 맞는 실정이다.

정 교수는 “사랑이의 경우 부모님의 적극적인 치료 의지로 출생 직후 곧바로 소생술이 시작됐고 이후 신생아중환자실에서 치료를 이어갈 수 있었다”고 말했다. 최근 생존 한계의 초미숙아 치료 성공률이 점점 높아지고 있는 점은 긍정적이다.

초미숙아들은 출생 직후부터 신생아호흡곤란증후군, 미숙아 동맥관 개존증, 괴사성 장염, 패혈증, 기관지폐이형성증, 미숙아망막증 등 각종 합병증에 시달리며 죽음의 사선을 넘나든다. 운이 좋아 살아난다 해도 복합 장애를 안고 살기 일쑤다.

다행히 최신 가습 보온 인큐베이터, 초미숙아용 혈관 카테터, 정밀 수액 펌프, 인공폐표면 활성제 등 첨단 장비와 의료기술이 이들의 생존율을 높이는 데 한몫하고 있다.

아산병원의 경우 최근 5년간 33명의 500g 미만 초미숙아가 태어났고 이들의 생존율을 52%로 끌어올렸다. 최고의 이른둥이 치료 성적을 보이는 일본과 비슷한 수준이다.

이 병원 신생아과 이병섭 교수는 “미숙한 채 태어난 아기들을 살리려면 시설이나 장비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숙련된 의료진의 역할이 중요한데, 일이 힘들고 고되다 보니 간호사 등의 이직과 사직이 많아 숙련된 인력 유출이 심하다”면서 정부 지원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른둥이에 대한 정부의 의료비 지원은 많이 확대됐다. 과거 경제적 이유로 신생아중환자실 치료를 꺼리던 사례가 많았지만 최근에는 거의 없다. 다만 신생아중환자실 퇴원 후 이른둥이들이 외래 진료와 재활 치료를 받아야 하는 경우가 많은 만큼 지원이 더 확대돼야 한다는 게 이른둥이 가족과 의료진의 바람이다.

정의석 교수는 아울러 “조기 출산 등으로 만성 중증 질환이나 희귀난치병을 갖고 살아가는 신생아들의 경우 단순히 경제적 지원뿐 아니라 가족의 삶까지 아우를 수 있는 ‘국립 신생아 요양병원’ 설립이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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