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은 치안·교통·보안·외사 등 고유 업무와 관련해 협력단체를 운영하고 있다. 지역치안협의회, 경찰발전위원회(경발위), 생활안전협의회, 인권위원회, 전·의경어머니회, 보안협력위원회, 외사협력자문위원회, 녹색어머니회, 모범운전자회 등 10여개나 된다. 이들이 경찰의 효율적인 업무 수행에 도움이 된다는 평가도 있지만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여전하다. 경찰과 민간의 부적절한 유착을 낳는 통로가 아니냐는 것이다.

그 중에서도 대표적으로 구설에 오르는 단체가 일선 경찰서와 지방경찰청에 설치돼 있는 경발위다. 운영 내규를 보면 설치 목적은 “국민의 다양한 요구와 의견을 수렴, 이를 적극 반영함으로써 공정하고 합리적인 치안정책 수립과 경찰행정 발전을 도모하는 민·경 협력치안체제 구축”이다. 그러나 실제 역할은 회의적이다. 경발위는 경찰관서장이 위촉하는 위원들로 구성되는데 위원들의 면면을 보면 이 단체의 성격을 짐작할 수 있다. ‘학식과 경험이 풍부하고 덕망 있는 교육자, 변호사, 시민단체 대표 등 관할 지역사회의 지도층 인사’를 위촉해야 하는데도 이와 무관한 지역 사업가들이 상당수를 차지한다. 심지어는 유흥업소 종사자들도 사업가란 타이틀로 참여한다. 경찰과의 유착 의혹이 불거진 서울 강남 버닝썬 클럽이 입주해 있고 이 클럽의 대주주가 운영하는 호텔의 대표도 지난해 관할 강남경찰서 경발위원이었다. 경발위는 2~3개월마다 정례회의를 여는데 식사 모임이나 술자리 형식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필요 경비는 위원들이 연회비를 걷어 조달한다. 관내 경찰서장과 간부들에게 정기적으로 식사 대접하는 자리로 여겨질 수밖에 없다. 경발위가 지역 경찰과 사업가들의 친목·사교 모임으로 변질됐고 업주들의 민원 해결 창구가 된 게 아니냐는 의혹이 나오는 이유다. 경발위를 통한 유착 의혹은 괜한 우려가 아니다. 2013년 광주에선 음주단속에 걸려 면허가 정지된 경발위원이 또다시 음주운전으로 사망사고를 냈는데도 경찰이 불구속 입건했다.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처분이다.

경찰청은 전국 경찰에 협력단체에 대한 일제점검을 실시해 부적절한 위원들을 걸러내도록 지시했다. 그런다고 불신이 말끔히 해소될 수 있을까. 유착의 근원을 차단해야 한다. 이번 기회에 경발위 등 협력단체들의 기능을 전면 재검토해 꼭 필요하지 않은 단체들은 해체하는 것이 어떨지.

라동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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