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씨(50)는 2017년부터 인천 동구에 편의점을 열어 3년째 운영하고 있다. 27년 동안 의상디자인 업계에서 일한 그는 40대 후반에 자영업에 뛰어들었다. 여러 회사를 전전하다 보니 안정된 수입원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노후를 준비해야 한다는 절박함도 한몫했다. 모아둔 여윳돈 5000만원에 신용대출을 받아 자본금을 마련했다. 쌓아온 경력이나 익힌 기술을 써먹을 수 없는 일이지만, 미래는 장밋빛으로 보였다.

하지만 꿈과 희망은 무참하게 무너지고 있다. 월 매출 3000만원에서 인건비, 가맹점 회비 등을 떼고 남는 돈은 100만~120만원이다. 창업 초기만 해도 월 300만원을 벌었지만 최근 경기 침체와 인건비 상승으로 3분의 1 토막이 났다. A씨는 “아르바이트 직원의 근무시간을 줄이고 내가 직접 매장을 관리하는 시간을 늘리는 식으로 대응하고 있지만 버티기 힘들다”고 말했다.

생애 후반기에 자영업으로 발을 들인 ‘중고령(45~64세) 자영업자’들이 위기에 내몰리고 있다. 퇴직을 앞두고 자영업을 선택했지만, 특별한 기술이나 탄탄한 자본이 없어 경쟁에서 도태되고 있다. 진입장벽이 낮은 도소매나 음식숙박업으로 쏠리면서 과당경쟁, 시장 포화에 시달린다. 특히 45세 이후에 창업한 자영업자의 영업이익은 그 나이 이전에 자영업을 시작한 사람의 3분의 2 수준에 그치는 것으로 조사됐다. 중고령층을 표적으로 하는 창업·재취업 정책이 절실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민일보가 8일 입수한 한국노동연구원의 ‘중고령 자영업자 연구’ 보고서를 보면 창업 당시 연령이 45세 이상인 중고령 자영업자의 월평균 매출은 1711만6000원에 그쳤다. 45세 전에 자영업에 뛰어든 이들의 2152만5000원과 비교하면 20%가량 적다. 각종 비용을 빼고 손에 쥐는 영업이익 격차는 37%로 벌어진다. 45세 이전 창업자는 306만8000원을 가져가는 반면 그 이후 창업자는 192만원에 그쳤다. 이번 조사는 서울·대전·대구에서 자영업을 하는 2000명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중고령 자영업자들이 경쟁에서 뒤처지는 원인은 뭘까. 손연정 노동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중고령층의 노동시장 이동 유형을 보면 기존 직장 은퇴 전후로 내몰리듯 자영업에 진출하는 경우가 많다. 기술이나 자본 등 준비가 제대로 되지 않은 상태에서 경쟁을 시작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창업 연령이 높아질수록 폐업 위험도가 커지는 경향도 나타났다. 중고령 자영업자들이 경쟁에서 밀리는 만큼 사업을 지속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결국 중고령 자영업자들은 몸으로 때운다. 노동과 시간을 더 투입하는 식이다. A씨는 “이 나이에 다시 회사에 들어가기는 어렵다. 다른 선택지가 없으니 내가 더 오래 일하는 수밖에 없다”고 했다. 실제 노동연구원에 따르면 50~69세 자영업자 중 38.2%는 현재 근무시간이 가정·사회생활을 하기에 ‘(전혀) 적당하지 않다’고 답했다. 같은 연령대 임금근로자(응답률 26.2%)보다 높다. 점심시간이나 퇴근 후, 주말, 휴가 등 일을 하지 않을 때도 업무를 걱정하는 비율도 중고령 자영업자는 17.7%로 임근근로자(7.2%)보다 배 이상 높았다.

고령화, 베이비붐세대 은퇴에 따라 중고령 자영업자 문제는 더 심각해질 전망이다. 직장 은퇴 시점부터 국민연금 수급이 시작되는 65세까지의 ‘소득 공백기’를 스스로 메워야 하기 때문이다.

세종=정현수 전성필 기자 jukebox@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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