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은 직장에서 은퇴했거나 은퇴를 앞둔 중고령층에게 거의 유일한 선택지다. 50대에 은퇴를 하면 국민연금을 받는 65세까지 ‘소득 공백’을 견뎌야 한다. 퇴직금을 부어서라도 자영업에 뛰어드는 이유다. 하지만 중고령 자영업자들이 버는 소득은 동년배 상용직 근로자와 비교해 평균 20~30% 정도 낮다. 이에 따라 실질적 노후소득 보장을 위해 중고령층이 더 오래 직장에서 근무하도록 유도하는 한편 자영업자 수익성을 높이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노동연구원 이승렬 선임연구위원과 손연정 부연구위원은 ‘중고령 자영업자 연구’에서 45~64세 중고령층의 노동시장을 집중 분석했다. 노동시장 이동경로에 따라 중고령자를 8개 집단으로 세분화해 소득·지출 수준을 살폈다. 1998~2016년 한국노동패널조사 자료가 원자료로 쓰였다.

8개 집단 가운데 조사 시점에 자영업을 영위하는 집단은 3개였다. 조사 시기(1998~2016년) 내내 자영업자 지위를 유지하고 있는 ‘지속자영자형’이 41.9%로 가장 많았다. 상용직 임금근로자로 있다가 노년기에 자영업에 참여하는 ‘자영전환형’은 8.9%를 차지했다. 비취업 상태에서 자영업으로 전환한 ‘후기자영진입형’은 4.3%였다. 시점과 경로는 다르지만 조사 시점에서 절반 이상의 중고령자가 자영업자인 셈이다. 조사 기간에 상용직 근로자 지위를 유지(‘상용직유지형’)한 중고령자는 10명 중 1명(10.4%)에 불과했다.


자영업자 집단과 상용직유지형을 비교하면 소득격차가 뚜렷했다. 조사 기간에 연평균 균등화 가구소득(총소득을 가구원 수로 나눈 소득)은 자영전환형의 경우 2544만7000원, 후기자영진입형은 2203만4000원, 지속자영자형은 2355만2000원으로 2000만원 초중반대에 머물렀다. 반면 상용직을 유지하고 있는 중고령자는 연평균 3158만원을 벌었다. 자영업과 상용직 간 소득격차가 19.9~30.2%에 달한다.

연령·성별·학력 등 다른 모든 인구·경제적 특성이 동일한 사람끼리 비교해도 격차는 여전했다. 조건이 같은데도 자영업을 선택한 중고령자의 총소득은 상용직유지형에 비해 10~25% 낮았다. 특히 중고령층 소득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노동소득에서 차이가 더 벌어졌다. 후기자영진입자의 노동소득은 상용직유지형보다 56% 정도 낮았다. 자영전환형과 지속자영형은 상용직유지형과 비교해 각각 24%, 16% 모자랐다.

지난해 광주광역시에 음식점을 낸 B씨(55)는 이런 흐름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대기업 연구원으로 30년 가까이 근무한 B씨는 여태껏 식당에서 수익을 올려본 적이 없다. 종업원을 7명에서 3명으로 줄였지만 경험 부족에 불경기까지 겹쳐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올해 자녀가 대학에 들어가면서 가계부담이 커지자 B씨는 원래 일했던 연구소에 고문직으로 복귀했다. 그는 “돈 나갈 곳은 아직 많은데, 수익이 안 나니 전 직장을 다시 찾을 수밖에 없었다”고 8일 말했다.

그나마 돌아갈 곳이 있고 재취업에 성공한 B씨는 운이 좋은 편이다. 유연성이 떨어지는 한국의 노동시장에서 중고령자들이 제2의 직장을 찾는 일은 불가능에 가깝다. 임시·일용직을 선택할 수도 있지만 열악한 노동환경을 감안하면 사실상 자영업이 유일한 출구다.

이 선임연구위원은 “생애 후반기에 자영업으로 진입한 경우 생산요소(자본, 기술 등)가 제대로 갖춰지지 못하면 경쟁력을 담보할 수 없다. 사업 유지도 결코 쉽지 않다”며 “최근 베이비붐 세대가 정년을 맞이하면서 ‘임금노동’에서 ‘비임금노동’으로 전환하는 추세가 늘고 있는 만큼 이들이 연착륙할 수 있는 정책 지원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세종=정현수 기자 jukebox@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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