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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자씨] 가장 위대한 경전, 사랑


그해 여름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비가 무섭게 왔고 턱에 차도록 막아두었던 충주댐의 수문을 열자 동네가 물에 잠기고 말았습니다. 강가 그 너른 밭과 논을 삼킨 물이 신작로를 지나 동네 앞까지 밀어닥쳤습니다. 벼가 익어가던 논에서 팔뚝만 한 잉어를 잡았으니, 한 해 농사를 망친 셈이었지요.

이야기를 들은 친구 목사가 동네 집집이 라면을 보내왔습니다. 라면은 친구가 목회하는 교회의 신혼부부가 마련한 것이었습니다. 홍수로 어려움을 겪는 이들을 위해 기도하자고 한 다음 주일, 부부가 친구를 찾아와 무엇인가를 건네더랍니다. 결혼반지였습니다. 다른 것은 몰라도 어찌 그 반지를 받을 수 있겠냐며 사양했지만, 부부의 마음은 한결같았습니다. 반지야 나중에 다시 마련할 수 있지만 도움은 당장 필요하지 않으냐고 했답니다. 친구 이야기를 들으며 울컥 눈시울이 뜨거웠던 것은, 반지를 전한 부부가 지하셋방살이를 하고 있다는 이야기 때문이었습니다.

가장 위대한 경전은 사랑입니다. 경전에 기록돼 있는 ‘사랑하라’는 말보다 실제로 나누고 베푸는 사랑의 행위가 더 위대한 경전입니다. 대형 화재로 삶의 터전을 잃어버린 이웃들이 있습니다. 잿더미로 변한 마음을 일으킬 수 있는 것은 사랑밖엔 없을 것입니다.

한희철 목사(정릉감리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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