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주교좌성당 개방, 시대의 성소로 만들 것”

주임사제 취임 주낙현 신부 비전 밝혀

주낙현 대한성공회 서울주교좌성당 주임사제가 9일 서울 중구 성당 사제관 앞에서 기도서를 들고 서 있다.

서울시청에서 덕수궁 방향을 바라보면 주황색 기와지붕을 얹은 로마네스크 양식의 고풍스러운 건물 하나가 눈에 들어온다. 옛 국세청 별관이 철거되면서 시야가 확 트인 대한성공회 서울주교좌성당이다. ‘열린 교회’를 지향하는 이곳 주임사제로 지난달 3일 취임한 주낙현(51) 신부를 9일 성당 사제관에서 만났다.

“성당을 도심의 쉼터, 시대의 성소로 만들고자 합니다.” 주 신부는 도심에 위치한 성당이 바쁜 삶을 사는 현대인에게 작은 쉼터가 되기를 바란다며 이같이 말했다. 사람들이 이곳에 들어와 ‘일상과 다른 세상도 있구나’라고 느꼈으면 좋겠다고 했다. 성당은 지금도 봄과 가을 매주 수요일 12시20분에 무료로 정오음악회를 열어 사람들에게 음악을 선물한다. 시대의 성소가 되겠다는 구상에는 현대사를 바탕으로 미래를 그리려는 의지가 담겼다. 1987년 6·10 민주화항쟁 당시 민주헌법쟁취 국민운동본부 지도자들은 사제관에 피신해 민주화 운동을 주도했다. 주 신부는 “교회는 사회 안에서 예언자 역할을 한다”며 “시대와 역사를 깊이 성찰하며 실천하는 신앙인을 길러내는 것이 교회가 그리스도 복음의 가치를 실현하는 길”이라고 설명했다.

주 신부는 부사제로 있던 2015년 시작한 ‘신앙즉문즉답’과 ‘신학잡담회’를 주임사제가 되고서도 계속할 계획이다. 주일 11시 예배가 끝난 뒤 신앙에 궁금증을 지닌 방문자는 누구든 어떤 질문이라도 하며 대화할 수 있다. ‘의심 많은 도마’와 같은 이가 건강한 신앙인이 된다는 믿음에서다. 매월 셋째 주 목요일 저녁에는 인근 카페에서 신학잡담회를 열어 신앙과 신학에 대해 자유롭게 토론한다.

주 신부는 미국 버클리연합신학대학원에서 전례학과 성공회 신학을 공부했다. 세계성공회 전례협의회 운영위원을 6년간 역임하며 성공회 전례를 연구하고 개정 지침을 만드는 일에 참여했다. 주임사제가 된 그는 어린이와 청·장년이 함께하는 성찬례를 구상하고 있다. 주 신부는 “세대 간 간극이 깊어지는 오늘날 어린이부터 노년 세대까지 전 세대가 함께할 수 있는 공간으로서 예배를 만들고자 한다”며 “전통의 틀 안에서 현대적 감각을 조화롭게 시도하겠다”고 말했다.

주교좌성당은 대한성공회의 어머니 교회로 서울교구장 이경호 주교의 사목과 선교 의지가 실현되는 곳이다. 전체 예산의 30%를 지역 교회와 사회 선교 프로젝트에 사용하며 대한성공회 차원의 주요 예배와 행사도 이곳에서 연다. 주 신부는 성당이 이웃을 환대하기를 바랐다.

그는 “사람들의 영적인 갈망과 사회적 고통을 경청하는 교회만이 세상을 바꿔나갈 수 있다”며 “합리적으로 사고하는, 사려 깊은 신앙인을 길러내 세상에 새로운 기대와 희망을 주는 일이 기독교회로서 우리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글·사진=김동우 기자 lov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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