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온의 소리] 5G 시대와 일자리 소멸


5세대 이동통신 5G 시대가 열렸다. 세계 최초의 5G 상용화다. 정부는 이를 기반으로 의료, 교육, 교통, 재난 관리 분야에서 혁신을 이룰 것이라 발표했다. 스마트 공장이나 자율주행 자동차 등 4차 산업혁명 시대 핵심 산업 분야의 인프라 구축을 위한 청사진도 내놨다.

무엇보다 5G 시대 산업 육성으로 2026년까지 일자리 60만개를 창출하겠다고 약속했다. 장밋빛 미래가 곧 다가올 것만 같다. 그러나 관련 기사들을 읽고서 기대보다 우려가 커졌다. 정부가 공언한 계획과 약속을 못 믿어서가 아니라, 말해야 할 것을 다 말하지 않아서다.

4차 산업혁명이라는 말을 우리처럼 남발하는 나라도 드물 것이다. 많은 경제학자가 우리는 여전히 3차 산업혁명의 연장선에 있을 뿐, 4차 산업혁명이라고 부를만한 상황에 도달하지 않았다고 분석한다.

나 역시 4차 산업혁명이 그 이전의 산업혁명만큼이나 큰 변화를 일으킬 것이라고 확신하지 못하겠다. 그런데도 기술의 발달로 여러 영역에서 이전에는 경험하지 못했던 유의미한 변화와 도전이 있을 것은 분명하다. 문제는 4차 산업혁명이 과연 유토피아를 가져올 것인지, 디스토피아를 가져올 것인지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는 점이다.

다가올 시대에 가장 심각한 위기는 일자리의 소멸이다. 정부는 5G 시대에 일자리 60만개를 만들겠다고 했지만, 그보다 훨씬 많은 수의 일자리가 사라질 가능성은 언급하지 않았다. 국내외 매체들은 미래에 없어질 직업들을 여러 해 전부터 발표해 왔다. 대표적인 것이 전화상담원, 운송업 종사자, 계산대 점원 등이다. 빅데이터를 빠른 속도로 모으고 분석해 활용하는 인공지능이 더 발달하면 교수나 의사, 법률가는 물론이고 과학계 종사자들까지 위협받을 수 있다.

인간 상담원은 한 번에 한 사람과 대화하며 퇴근도 하고 식사도 하지만, 인공지능 상담원은 한 번에 수백 수천 명과 대화할 뿐 아니라 쉬지 않고 일할 수 있다. 2017년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운수업에 종사하는 이들이 113만명을 넘는다. 자율주행 자동차가 상용화되면 이들의 생계뿐 아니라, 연관된 직종도 타격을 입게 된다. 음식점에서 주문하거나 계산하는 일이 기계에 넘어가는 일은 주변에서 이미 쉽게 볼 수 있다.

인간 교수는 잘못된 정보를 전달하거나 사담으로 강의 시간을 낭비할 수도 있지만, 인공지능 교수는 다양한 언어를 원어민 발음으로 구사하면서 효율적으로 가르칠 수 있을 것이다. 암 진단에 있어 인간보다 인공지능이 더 정확하다는 보도도 나온다. 더 많은 인자를 한 번에 고려해 진단하기 때문이다. 수많은 판례를 몇 분 안에 분석하는 인공지능 판사는 인간보다 더욱 신속하고 정확하게 법률적 판단을 내릴 수도 있다.

과학연구는 보통 팀으로 진행한다. 한 사람이 다양한 분야를 세밀히 알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래의 과학은 인공지능이 인간 과학자가 이해할 수도 없는 원리나 이론을 갖고 스스로 연구를 해 나갈 수도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발생하는 문제는 또 있다. 과학기술의 급격한 발전이 주는 혜택은 상류층에게 집중돼 불평등 문제가 더욱 커질 것이다. 인간은 빅데이터 제공자나 숫자들의 묶음 정도로 취급된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나의 모든 사생활이 분석돼 마케팅에 활용될 수도 있다.

어떻게 할 것인가. 타일러 코웬 조지메이슨대 경제학과 교수는 흥미로운 분석을 내놓았다. 여러 사람이 다양한 컴퓨터 기술을 활용해 체스를 두는 ‘자유형 체스’에서 승자는 컴퓨터를 팀의 일원으로 여기고 적극적으로 협업한 팀이라는 사실이다. 5G 시대에 필요한 것은 결국 인간과 기술의 협업이다. 앞선 산업혁명 시대를 지나면서 인간은 기술을 이용해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고 삶을 윤택하게 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도 마냥 빠른 인터넷을 찬양하고 더욱 발전한 기술만 추구할 것이 아니다.

기술이 인간의 하위에 남아 인간을 위한 기술로 사용될 수 있도록 고민해야 한다. 그래야 기술이 발전해도 인간은 여전히 인간성을 지키며 삶을 영위할 수 있을 것이다.

우병훈 (고신대 신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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