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두언 전 의원이 최근 서울 마포에 있는 자신의 식당에서 일식집 사장, 정치평론가, 준(準)정치인으로의 삶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그는 언젠가 영화에도 ‘악역’을 맡아 출연하고 싶다는 바람을 밝혔다. 최종학 선임기자

정두언(62) 전 새누리당(자유한국당 전신) 의원은 지난해 말 서울 마포구 용강동 음식문화거리에 일식집 ‘스시 감’을 열었다. 이명박정부의 개국공신이자 3선 국회의원 출신의 노련한 정객(政客)이 일식집 사장으로 변신한 것이다.

개업한 지 넉 달이 다 돼가는 최근에 찾아간 정 전 의원의 식당은 점심시간을 맞아 손님들이 제법 있었다. 그는 “아직까지는 매출이 비교적 꾸준히 나온다”면서도 “꾸준히 신경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 인터뷰 당일에도 그는 이른 아침 출근시간부터 마포역 인근 거리에서 식당 홍보 전단지가 부착된 일회용 미세먼지 마스크를 돌리고 왔다.

식당 홍보 전단지가 부착된 일회용 미세먼지 마스크. 최종학 선임기자

“마스크 한 장에 650원인데, 이렇게 해야 사람들이 (전단지를) 안 버리더라고. 어떤 사람은 날 알아보면서 ‘벌써 선거운동 시작했느냐’고 묻더라. 허허.”

식당에는 여의도에서 인연을 맺은 정치권 인사들도 자주 찾는다. 정 전 의원은 “가장 많이 찾아온 사람은 유인태 국회 사무총장”이라고 소개했다. 유 총장은 정 전 의원의 경기고 선배로 두 사람은 17대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서 함께 활동했던 인연이 있다. 정 전 의원은 “사석에서는 형님이라고 한다”며 “유 총장이 가끔은 외상으로 먹고 가기도 한다”고 말했다.

자영업자의 삶에 대해 묻자 “우리는 그나마 형편이 나은 편”이라며 “장사가 안되는 자영업자는 정말 힘들 것”이라고 했다. 그는 “직원 8명의 인건비와 임대료를 빼고도 재료비로만 월 3000만원 가까이 든다. 그래도 일식집은 재료비가 많이 나갈수록 좋은 일이다. 장사가 잘 된다는 뜻이니까. 지난달에 주류 공급업체 직원이 1000만원이라고 적힌 청구서를 갖고 왔더라. ‘왜 이렇게 많아요?’ 했더니 ‘많이 파셨으니까 많죠’라고 하더라”고 소개했다.

정 전 의원은 일식집 사장답게 몇 가지 노하우도 소개했다. 그는 “회를 제일 맛없게 먹는 게 배 위에서 바로 먹는 것”이라며 “회는 적당한 온도와 습도에서 숙성시켜 먹어야 맛있다. 호텔에서 먹는 회가 제일 맛있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그의 식당 주방장은 호텔 주방장 출신이다. 그는 또 “일식집에서는 ‘다찌(카운터 테이블)’에서 먹어야 잘 얻어먹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사진=최종학 선임기자

“정치? 내가 들어갈 룸이 있나”


정치 얘기로 화제를 돌리자 그는 다소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정치는 언제부터 재개할 예정이냐’고 묻자 정 전 의원은 “지금 내가 정치를 할 룸(공간)이 별로 없다. 뭘 더 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갈수록 더불어민주당 지지율은 내려가고 자유한국당 지지율은 올라가겠지만, 수도권에서 한국당이 따라잡으려면 멀었다”면서 “총선을 앞두고 중도정당 창당 움직임도 있겠지만 우리나라 역사상 성공한 사례가 없다. 내가 내년 총선에 나가도 당선 가능성이 높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 서대문을 지역구에서 17~19대 3선을 했던 정 전 의원은 MB 정권 초기 대통령의 형인 이상득 전 의원의 총선 불출마를 촉구했다가 미움을 사 권부의 중심에서 멀어졌다. 이후 MB 정권 후반 ‘저축은행 사건’으로 1년10개월 실형을 살다 최종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 박근혜정부 때인 2016년 총선을 앞두고는 “청와대가 작성한 공천 살생부가 있다”고 폭로하는 등 파란만장한 정치 인생을 보냈다.

지난 총선에서 낙선한 이후 그는 정치평론가로 활약하고 있다. 4·3 보궐선거 때에는 개표 결과가 나오기 전 이뤄진 라디오 인터뷰에서 “한국당과 정의당이 1대 1로 비길 것”이라고 정확하게 예측했다. 지난해 10월 이명박 전 대통령의 1심 선고를 앞두고도 “느낌상으로는 한 (징역) 15년 안팎으로 나올 것 같다”고 말했는데 적중했다. 그에게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정국의 향방에 대해 물었다.

“결국 ‘양당제+정의당’의 구도로 흘러갈 것으로 본다. 총선 때가 되면 바른미래당과 민주평화당은 선택지에 없을 것이다. 바른미래당 유승민 의원도 결국 어떻게든 명분을 찾아 한국당으로 가게 되지 않을까.”

그는 황교안 한국당 대표에 대해선 “아직 프로 정치인은 안 됐다고 보는데 운은 좋은 것 같다”고 평가했다. 이어 “황 대표에게 최순실의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는 것도 사실이다. 어쨌든 황 대표를 (법무부 장관에) 오르도록 도운 인물이 정홍원 전 국무총리인 것으로 알고 있는데 정 전 총리는 최순실씨 형부의 가족이다. 황 대표가 장관이 됐을 때 주변에 ‘내가 왜 됐는지 모르겠다’고 했다잖느냐”고 말했다.

“박근혜 이야기 영화로 나올 것”

정 전 의원은 4집 앨범을 낸 가수이기도 하다. 그는 정치평론가, 일식집 사장뿐만 아니라 연기와 드라마 시나리오 쪽으로도 보폭을 넓히겠다는 구상을 하고 있다. 그는 “요즘은 (정치가 아니라) 예능이나 영화 쪽에서 섭외가 온다”고 웃었다.

“영화 제작사에서 섭외 요청이 와 출연 의사를 전달한 상태다. 되도록 정치 관련 내용보다는 다른 쪽을 하고 싶다. 이 나이에 주연으로 써주지는 않을 것 같고 비중 높은 악역이라도 맡을 수 있다면 좋겠다. 송강호나 하정우도 악역으로 떴지 않나. 하하”

정 전 의원은 또 “기회가 될 때마다 박근혜 전 대통령 관련 드라마를 꼭 써보고 싶어 시나리오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면서 “신라시대 미실, 고려시대 태조 왕건 이야기 같은 게 다 오늘날 드라마로 나오잖느냐. 박근혜 이야기도 앞으로 50년 뒤, 100년 뒤 계속해서 드라마나 영화, 소설로 만들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박근혜 드라마가 영화화된다면 나는 최태민 역할을 맡고 싶다”고 희망했다. 그를 연예계에 빼앗긴다면 여의도 정치권이 두고두고 아쉬워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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