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따르라’ 일방 목회 대신 ‘1대1 소통’ 목회… 도시 젊음 속으로

‘선교하는 교회’로 사명 감당하는 글로벌비전교회

지난 9일 서울 마포구 연남동 글로벌비전교회에서 김홍빈 목사(왼쪽 세 번째)와 김영미 전도사(왼쪽 네 번째)가 청년들과 모임을 가진 뒤 손으로 작은 하트를 그려보이며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강민석 선임기자

서울 마포구 연남동은 젊은이들의 핫 플레이스다. 경의선 폐철로 주변은 뉴욕의 센트럴파크를 닮았다 해서 ‘연트럴파크’라 불리는 숲길이 됐다. 주변엔 공연장 등 문화 시설과 감각적인 상점, 카페가 즐비하다. 내국인만큼 외국인도 많이 찾는 거리의 한 모퉁이 건물 3층. ‘이런 곳에 교회가 있을까’ 싶은 이곳에 글로벌비전교회(김홍빈 목사)가 둥지를 틀고 있다.

제법 굵은 빗줄기가 내리던 9일 저녁, 5명의 청년이 교회를 찾았다. 이날부터 매주 화요일 8회에 걸쳐 진행되는 소그룹 모임 ‘그리스도 안의 자유 모임’ 참석을 위해서다. ‘나는 누구인가’라는 주제를 시작으로 스스로를 이해하고 영성 훈련을 통해 내적 치유를 경험토록 돕는 소그룹 모임이다. 정혜인(33·여)씨는 직장 때문에 충남 천안에 거주하는데 이 모임을 위해 서울을 찾았다. 정씨는 “대단한 사명감이 있어서 오는 게 아니라 제가 좋아서 오는 것”이라며 “오늘 직장이 휴무라서 쉬어야 하는데 교회에 오면 기도하고 쉼을 경험하며 치유받을 수 있어 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개인적으로 교회 안에서 깊게 공동체를 이룬 건 글로벌비전교회가 처음”이라고 했다. 김홍빈(45) 목사는 “제가 선교단체 출신이다 보니 무엇보다 자발성을 중시한다”며 “특히 청년 사역은 스스로 좋아서 하게 해야지, 억지로 시키면 절대 안 된다”고 했다.

김 목사는 한국기독학생회(IVF) 출신으로 2005년부터 충북 청주에서 캠퍼스 선교를 했다. 이후 대전 침례신학대학원을 졸업하고 2011년 9월 청주에 글로벌비전교회를 개척했다.

이곳 교인 10명이 취업해 서울로 올라와 합정동 지하에서 예배를 드리기 시작했다. 김 목사도 3년 전 서울로 올라 온 뒤 담임을 맡아 아내 김영미 전도사와 함께 목회하고 있다. 10명이 시작한 교회는 현재 8개 소그룹, 70여명이 모이는 선교적 교회로 자리 잡았다. 선교단체 출신으로 대학 졸업 후 교회를 못 정하고 온 사람들, 가나안 성도들과 더불어 처음으로 교회에 나온 불신자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있다. 일부 장년들도 있지만, 대다수는 20~30대 청년들이다.

김 목사는 “청주에서 목회하다 홍대로 오니 젊은 사람들이 더 많았고, 이들과 만나면서 목회의 패러다임을 많이 바꾸게 됐다”고 했다. 기성세대와 다른 언어를 사용하고, 다른 사고방식을 지닌 청년들을 상대로 하는 목회는 ‘타문화권 선교’와 다르지 않았다. 가장 먼저 소통 방식을 바꿨다. 김 목사는 “원래 ‘나를 따르라’고 하는 스타일이었는데 그렇게 해선 안 된다는 걸 직접 경험하면서 많은 것을 내려놓게 됐다(웃음)”며 “이제는 교회의 사역 방향 등 중요한 결정을 내릴 때 교인 한 명 한 명 만나 대화하고 설득하려 노력한다”고 말했다.

많은 목회자가 청년들과 잘 소통하고 싶어하지만, 실제론 쉽지 않다고 어려움을 토로한다. 김 목사는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청년들이 원하는 건 자기 삶에 관한 이야기를 목회자가 들어주고 공감해주는 것임을 깨달았다”며 “성도들의 인생, 그중에서도 실질적인 직업과 주거에 대한 고민 등을 이해하고 배려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김 목사는 청년들의 주거 문제에 관심을 두고 해결책을 찾아보고자 직접 부동산중개소의 실장으로 취업해 일을 배웠다. 공동체 하우스를 만들어서 거의 반값에 가까운 비용으로 주거할 수 있도록 돕는 등 몇몇 교인의 집 문제 해결을 도왔다. 그뿐만 아니라 주변의 네트워크를 십분 활용해 치과병원, 부동산, 학원 등 다양한 분야에 교인들이 취업할 수 있도록 주선했다.

교회는 이렇게 축적된 목회자와 교인 간의 소통과 신뢰를 바탕으로 ‘선교하는 교회’로서 사명을 감당하고 있다. 교인들은 겨울엔 중동으로, 여름엔 말레이시아로 선교를 떠난다. 교회는 중동 지역에 세 가정을 선교사로 파송했다. 김 목사의 중동 선교 경험이 큰 토대가 됐다. 그는 건국대를 졸업한 뒤 투르크메니스탄 전문인 선교사로 사역을 시작했다. 이후 매년 2주에서 2개월 단위로 이집트 아프가니스탄 이란 터키 모로코 등지로 선교를 나가면서 무슬림 사역을 해왔다. 그는 “2015년 터키에서 시리아 난민들을 만나 난민 문제를 새롭게 인식하게 됐다”고 했다. 지난해 ‘홍대에서 중동까지’라는 난민 선교 현장에 관한 책을 낸 이유다.

글로벌비전교회가 오는 13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 앞에서 진행하는 행사 ‘선을 넘는 사람들’ 포스터. 예멘 난민들과 함께 식탁 교제를 나눌 예정이다. 글로벌비전교회 제공

김 목사는 지난해 도시사역연구소를 세워 교회, 활동가 등과의 네트워크도 넓혀가고 있다. 미국의 팀 켈러 목사가 ‘센터처치’에서 도시 사역의 대상을 젊은 세대, 문화적 엘리트, 다가오는 미전도 종족, 빈곤층으로 정리한 것을 참고해 한국적인 도시 사역의 방향을 세워가고 있다.

그는 “주변에 게스트하우스가 많아서 아침마다 여행용 가방 끄는 소리에 깰 정도로 외국인들이 많다”며 “나가는 선교도 중요하지만, 삶을 살아내는 선교적 관점에서 이주민 유학생들을 잘 섬기는 방법도 찾고 있다”고 했다. 이를 위해 오는 13일 저녁 이태원역 인근에서 교인들이 예멘 난민과 함께 저녁 식사를 하며 마음을 나눌 계획이다.

김나래 기자 nara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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