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송도 성경도 영어로 늙어가던 교회에 아이 웃음소리 넘쳐요

영광성서침례교회 특별한 교회학교

서울 영광성서침례교회 정선영 박동훈 목사(왼쪽)가 12일 어린이영어합창단 단원들과 도레미송을 부르고 있다. 송지수 인턴기자

12일 오후 서울 강북구 한천로 영광성서침례교회(공동담임 정해근 정선영 목사). 평일인데도 교회 안은 아이들로 북적였다. 교회 입구에 ‘JOY 어린이영어합창단 단원모집’이라고 적힌 플래카드가 눈에 띄었다. 아이들을 데리고 왔던 엄마들이 하나둘 집으로 돌아가자 이 교회 박동훈(51) 음악담당 목사의 지도에 따라 합창연습이 시작됐다.

“Doe, a deer, a female deer 도(암사슴)는 사슴 중에 암사슴 Ray, a drop of golden sun 레(광선, 빛살)는 금색 태양빛 Me, a name I call myself 미는 날 부르는 이름….”

뮤지컬 ‘사운드 오브 뮤직’의 ‘도레미송’을 부르는 아이들의 어깨가 들썩였다. 아이들의 눈은 반짝반짝 빛났다. 한 곡을 모두 부르자 한 아이가 “목사님. 재밌어요. 영어노래 한 번 더 불러요”라고 큰 소리로 말했다. 아이들의 노랫소리가 더 커졌다.

박 목사가 합창단을 창단한 건 지난 1월. 연로한 어머니를 곁에서 모시기 위해 25년간 미국생활을 정리하고 지난해 9월 이 교회에 온 뒤 특별한 어려움에 봉착했다.

“교회학교가 어린이전도에 어려움이 많았습니다. 특히 인근 지역은 어린이 비중이 작아 교회의 미래가 암울할 정도였지요. 생각해 낸 것이 음악을 통한 영어공부였어요. 미국에서 교회음악과 성악을 전공한 제 달란트를 십분 살린 것이기도 하고요.(웃음)”

아이들은 영어노래를 부르고 성경 교재로 영어수업도 받는다. 성악 발성 발레 등도 배운다. 모든 순서를 기도로 시작하고 기도로 마친다. 어느 정도 노래를 배우면 공연도 한다. 지난 2월 22일 교회 금요특별집회에서 첫 공연을 했다. 작은 공연이었지만 영어찬송 ‘Jesus Loves Me This I Know(날 사랑하심)’를 외워 부르니 영어실력이 부쩍 늘었다는 아이들이 잇따랐다. 다문화가정 아이들도 참여한다. 다른 교회 영어합창단 단원들과 연합찬양제 및 캠프도 연다.

어린이영어합창단 단원들이 지난 2월 22일 영광성서침례교회 금요특별집회에서 영어찬양 공연을 하고 있다. 영광성서침례교회 제공

아이들은 멋진 화음을 만들어내면서 협동심을 기르고 있다. 처음엔 수줍어하던 아이들이 이젠 적극적으로 친구와 교사에게 말을 건다. 성경을 배우다 보니 절로 교회와 하나님을 가까이하게 된다.

합창단원 이소율(7·초1)군은 “영어합창단에 나오니 영어공부도 하고 무척 신이 난다”고 말했다. 이군 어머니 김효은(39)씨는 “사실은 두세 달 다니다 (합창단을) 그만두려 했다. 그런데 아이가 형 누나를 많이 따르고 수업을 너무 재밌어해 놀랐다. 내 아이가 점점 의젓해지고 있다. 계속 다니게 할 것”이라고 했다.

합창단원들이 발레의 기본 동작을 배우는 모습. 송지수 인턴기자

교사들은 더 흐뭇해했다. 발레를 지도하는 안무가 김미희(37) 집사는 “아이들에게 발레의 기본동작을 가르치고 레크리에이션과 간식을 함께한다. 철없던 아이들이 조금씩 바로 서게 되고 하나님을 더 많이 알아갈 때 가르치는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박 목사는 “아이들이 스마트폰과 게임을 많이 하는 세대라 그런지 집중력이 그리 좋지 않다”며 “말을 안 들을 때는 속상하기도 하다. 하지만 하나님의 사랑으로 아이들을 대한다. 아직은 많이 부족하지만 합창단 활동을 통해 인성교육의 토대를 마련해주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영어뮤지컬 공연을 하려 한다. 병원과 시장, 거리에서 영어찬양을 부르며 복음을 전할 것”이라며 “합창교육을 통해 음악적 재능을 키우고 전문인재로 자랄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국교회 교회학교 아이들이 급감하는 상황에서 다음세대 사역자들은 세상문화에 휩쓸린 아이들을 다시 교회로 인도하기가 더 어려워졌다고 토로한다. 영어합창을 통해 지역 아이들을 자연스레 교회로 이끄는 것은 어떨까.

공동담임 정선영(53) 목사는 “교회가 점점 고령화되고 있지만 영어합창을 하는 아이들 때문에 활기가 넘친다. 교회 장래를 걱정하던 교인들의 마음도 한결 가벼워졌다. 영어합창단이 지역 복음화를 위한 마중물이 되도록 기도와 관심을 가져달라”고 주문했다.

유영대 기자 ydyo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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