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자금을 많이 바치는 부자나 특권 혜택을 입은 부자들을 미국에서 ‘살찐 고양이(fat cat)’라고 불렀다. 1928년 저널리스트 프랭크 켄트가 펴낸 ‘정치적 행태(Political Behaviour)’란 책에서 처음 사용된 후 널리 쓰였다. 2008년 세계 금융위기 당시 미 금융회사 최고경영자(CEO)들의 도덕적 해이가 부각되면서 이 용어가 다시 주목받았다. 직원들은 구조조정과 임금 삭감에 내몰려 있는데 정작 경영실패 책임을 져야 할 경영진은 고액 연봉과 퇴직금을 챙겨가는 데 대한 비판이었다. 살찐 고양이의 의미가 탐욕스럽고 배부른 자본가나 기업가를 가리키는 말로 확장된 것이다.

이후 경영진의 지나치게 높은 연봉을 제한해야 한다는 여론이 일었고, 몇몇 나라에서 이를 반영한 ‘살찐 고양이법’이 만들어졌다. 프랑스는 2012년 공기업의 연봉 최고액이 해당 기업 최저 연봉의 20배를 넘지 못하도록 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스위스는 2013년부터 경영진의 보수를 주주가 결정하도록 하는 법을 시행하고 있다. 미국은 CEO 연봉이 직원 중간값의 몇 배인지를 매년 공개하도록 하고 있다.

우리나라에도 이런 움직임이 있다. 부산시의회가 얼마 전 자치단체 공공기관의 임원 보수를 법정최저임금의 6~7배 이내로 제한하는 내용의 조례안을 제정했다. 하지만 위법 소지가 있다며 중앙정부가 최근 제동을 걸어 실제 시행 가능성은 낮아졌다. 2016년 심상정 의원이 대표발의한 ‘최고임금법’도 살찐 고양이법의 일종이다. 민간 대기업 임직원들은 최저임금의 최고 30배, 공공기관 임직원은 10배, 국회의원과 고위공직자는 5배가 넘는 임금을 받을 수 없도록 하는 법안인데 국회에서 제대로 논의도 못해 보고 방치돼 있다.

살찐 고양이법은 근대 민법의 기본인 ‘계약자유의 원칙’을 허무는 과잉 규제라는 주장이 만만치 않다. 그런데도 일부 국가들이 도입한 것은 그럴만한 이유가 있어서 일 게다. 우리 대기업들의 CEO 연봉은 수십억원이고, 100억원이 넘는 경우도 있다. 연봉에 걸맞은 역할을 하는 CEO도 있겠지만 대부분은 그들이 자기 연봉을 결정할 위치에 있기 때문 아닐까. 셀프 인상으로 초고액 연봉을 챙기는 일이 계속된다면 이를 제한할 법 제정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갈수록 높아질 것이다.

라동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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