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10일 경기도 성남 서울공항에서 김정숙 여사와 미국 워싱턴으로 출국하기 전 전용기 입구에 서서 손을 흔들고 있다. 성남=이병주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한·미 정상회담을 위해 10일 미국 워싱턴으로 출국하면서 남·북·미 3자 간 교차 톱다운 정상외교가 가동되기 시작했다. 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11일(현지시간) 한·미 정상회담에 이어 4~5월에 남북 정상회담을 열 것으로 예상된다. 이후 5~6월에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을 계기로 추가적인 한·미 간 조율을 거쳐 3차 북·미 정상회담을 개최하는 수순으로 비핵화 협상을 전개할 것으로 관측된다.

문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단독·소규모·확대정상회담과 업무오찬을 잇달아 개최한다. 양 정상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가 공동의 목표임을 재확인하고, 북·미 대화 재개를 위한 여러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문 대통령은 북한을 협상장으로 견인하기 위해 미국의 빅딜, 북한의 단계적 합의 요구 사이에 ‘중간단계의 합의’가 필요하다고 설득할 것으로 알려졌다. 영변 핵시설 폐기·검증 등 특정 현안에 대한 조기 수확이 필요하다는 취지다. 대신 북한에 보상책으로 부분적 제재 완화를 제공해 북·미 대화 재개의 단초를 마련하자는 게 문 대통령의 구상이다.

이번 한·미 정상회담은 하노이 2차 북·미 정상회담 결렬 이후 처음 열리는 남·북·미 사이 정상외교다. 문 대통령은 미국에서 돌아온 직후에는 남북 정상회담 또는 이에 준하는 고위급 회담을 제안할 것으로 보인다. 이어 5~6월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을 추진할 계획이다. 한·미→남북→한·미로 이어지는 연쇄 정상회담을 통해 북·미 협상 물꼬를 튼 뒤 3차 북·미 정상회담을 이끌어내겠다는 구상이다.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도 지난 4일 국회 운영위원회에 출석해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을 기대하고 있고, 미국 측에서도 그렇게 암시를 하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한·미 정상회담과 남북 정상회담이 성공적으로 끝날 경우 3차 북·미 정상회담의 조기 개최 또는 남·북·미 3자 정상회담 개최 등이 가시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청와대 내부에서는 이번 한·미 정상회담 결과에 대한 기대감도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2차 북·미 정상회담 결렬 이후 미국 측에서도 우리 정부에 거는 기대가 높아졌다는 평가도 있다. 의제 조율을 위해 미국을 방문했다 돌아온 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은 지난 5일 “한·미 정상회담에서 아마 좋은 결과가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긍정적 전망을 내비쳤다.

다만 미국 내 대북 매파를 어떻게 설득할 것인지는 과제다. 이들을 설득하지 못할 경우 3차 북·미 정상회담이 개최된다 하더라도 유의미한 합의를 이끌어내기 어렵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이 한·미 정상회담에 앞서 마이크 펜스 부통령,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부 장관,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보좌관 등 매파 인사들을 접견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문 대통령은 이들을 상대로 북·미 협상의 조기수확 필요성을 강조하고 협조를 요청할 것으로 관측된다.

강준구 기자 eye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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