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형사립고(자사고)와 외국어고, 국제고는 앞으로도 일반고와 같은 시기에 선발이 이뤄진다. 다만 자사고 외고 국제고에 지원했더라도 일반고에 중복해 지원하는 길이 열렸다. 자사고 등에 지원했다 떨어지더라도 불이익이 최소화된 것이다. 현행 고입 체제가 유지되면서 학교 현장의 혼란은 최소화될 전망이다.

헌법재판소는 11일 자사고를 일반고와 같은 후기고로 전환한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제80조 1항(동시선발 조항)은 합헌으로 결정했다. 또 평준화지역에서 자사고 지원자가 일반고에 중복으로 지원하지 못하도록 한 같은 시행령 제81조 5항(중복지원 금지 조항)은 위헌으로 결정했다. 헌재는 “동시선발 조항에 대해서는 재판관 4인이 합헌, 5인이 위헌 의견으로 비록 위헌의견이 다수였지만 정족수(6명)에 미달해 심판청구를 기각했다”며 “자사고 지원자에게 평준화지역 후기 학교에 대한 중복 지원을 금지한 조항은 학생 및 학부모의 평등권을 침해해 헌법에 위반된다”고 판시했다.

이에 따라 고입은 지난해와 같은 틀이 유지된다. 자사고 외고 국제고는 지난해부터 일반고와 같은 후기고로 전환됐다. 자사고 측은 재작년 입시처럼 전기고로 되돌리려 했으나 뜻을 이루지 못했다. 따라서 자사고 외고 국제고 입시는 12월쯤 일반고와 동시에 치러진다. 전기고 모집 때 과학고를 썼다가 떨어져도 후기고 모집 때 자사고 외고 국제고 가운데 한 곳을 쓸 수 있는 건 지난해와 같다.

자사고 외고 국제고를 지원했다가 떨어져도 크게 불이익을 입지 않는다. 자사고로선 한숨 돌린 것이다. 교육 당국은 자사고 외고 국제고 탈락자를 학생들이 선호하지 않는 일반고에 강제로 배정하려 했었다. 최악의 경우 고입 재수생으로 내몰리게 된다. 이들 학교의 지원 리스크를 높여 고사(枯死)시키려는 의도였다. 그러나 헌재가 제동을 걸어줬다. 따라서 자사고 외고 국제고에 1지망으로 지원하고 2지망으로 일반고 두 곳에 지원할 수 있다. 시·도별로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모두 지난해 방식 그대로다.

교육부는 “헌재의 최종 결정을 존중해 관련 조항 개정을 신속히 추진하겠다”며 “시·도교육청과 함께 고입 동시 실시가 현장에 안착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서울시교육청은 “자사고 외고 국제고가 여전히 학생 선점권을 갖게 한 부분은 일반고와 형평성을 고려할 때 아쉽다”는 반응을 내놨다.

다만 자사고 외고 국제고가 살아남으려면 걸림돌 하나를 더 넘어야 한다. 이들 학교의 운명은 시·도교육청이 진행하는 재지정평가(운영성과 평가)에 달릴 전망이다. 전국 자사고들은 올해부터 2022년 사이 운영평가에서 70점 이상(전북은 80점)을 받아야 자사고 지위를 유지할 수 있다. 올해 24곳이 평가를 받아야 한다. 교육 당국은 엄정하게 평가해 가급적 많은 학교를 일반고로 전환할 방침으로 알려졌다. 이런 방침에 자사고들이 강력 반발하고 있어 평가 결과에 따라 소송전이 예상된다.

입시 전문가들은 당분간 자사고 외고 국제고의 위상이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으로 본다. 임성호 종로학원하늘교육 대표는 “과학고 영재학교 선호도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과학고 지원 후 탈락해도 자사고 지원에 부담이 줄었다”며 “전국단위 선발을 하는 자사고 역시 불확실성이 다소 해소됐다. 면학분위기와 진학 실적이 입증된 자사고는 오히려 선호도가 높아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도경 기자 yid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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