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전격 퇴진을 발표한 지난달 28일 서울 종로구 금호아시아나 본사 앞 신호등에 빨간불이 켜져 있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유동성 위기를 상징하는 듯하다. 국민일보DB

유동성 위기에 빠진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자구계획에 대해 11일 금융 당국과 채권단이 거부 의사를 밝히면서 경영정상화 해법 찾기는 안갯속으로 빠져드는 분위기다. 신규 자금지원과 오너 책임 범위, 핵심자산 매각 등에 대한 양측 시각이 극명하게 엇갈려 접점을 찾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금호 측은 채권단의 부정적 입장에 대해 “채권단과 좀 더 긴밀히 협의해 나가겠다”며 말을 아꼈다. 전날 “대주주 일가가 지주사 지분 전량을 담보로 제공하겠다는 의미는 모든 것을 다 내놓은 것”이라며 진정성을 어필했지만 채권단의 냉랭한 반응에 당혹스러운 기색이 역력했다. 금호 측은 긴급회의를 소집해 대책 마련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지만 당장에 뾰족한 타개책을 내놓지는 못했다.


금호 측은 전날 제출한 자구안에서 채권단이 5000억원을 추가 지원해주는 조건으로 박삼구(사진) 전 회장이 경영에 복귀하지 않겠다고 못 박았고, 박 전 회장 부인과 딸이 보유한 지주사 금호고속 지분 4.8%를 담보로 추가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또 채권단의 금호타이어 담보 해제를 전제로 박 전 회장과 아들 박세창 아시아나IDT 사장의 지분 42.7%도 담보로 제공하겠다고 제시한 바 있다.

하지만 채권단은 금호 측이 제시한 자구안이 시장 신뢰를 회복하기에는 턱없이 미흡하다는 입장이다. 특히 “(오너 일가의) 사재출연 또는 유상증자 등 실질적 방안이 없다”고 콕 집어 지적했다. 자구안의 핵심이 ‘박삼구 전 회장 일가의 지주사 금호고속 지분 담보 제공’임을 고려할 때 사실상 새로운 희생이 없는 ‘담보 돌려막기’에 불과하다는 판단 때문으로 해석된다.

채권단과 금융 당국은 박 전 회장의 사재출연 등 특단의 ‘내려놓기’를 지속해서 압박해 왔다. 특히 아시아나항공에 대한 추가 지원이 박 전 회장을 비롯한 오너 일가의 재기를 돕는 목적으로 활용돼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실제 채권단 내부에서 금호 측의 자구안에 ‘실질적 회생 방안이 보이지 않는다’는 비판이 적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날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자구안에 대해 “박 회장이 물러나면 아들이 경영하겠다고 하는데 그것이 뭐가 다른지 의아하다. 경영이 달라질 거라 기대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한 것도 마찬가지 이유에서다. 금융 당국과 채권단 모두 ‘추가 지원과 약정 유예가 오너 일가의 재기 방편에 악용돼선 안 된다’는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음을 짐작하게 하는 대목이다.

업계 및 금융권에서는 구체적인 핵심자산 매각 방안 등 보다 명확한 상환 청사진, 3년으로 제시한 경영정상화 약정 기간의 단축, 강도 높은 구조조정 계획 등이 추가 자구계획에 담기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채권단이 입장자료에서 명시한 오너의 ‘사재출연 규모’와 ‘유상증자 여부’가 어느 정도 기대에 부합할지가 관건으로 꼽힌다. 이에 대해 금호 측이 만족할 만한 추가 자구안을 제시하지 못할 경우 양측의 갈등은 고조되면서 결국 ‘아시아나항공 매각’이라는 극단적 솔루션으로 귀결될 가능성이 있다.

정건희 기자 moderat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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