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는 ‘행복한’이 들어간 상호가 많다. 어진동 중앙타운 건물의 ‘행복한 곰탕’은 정부청사에서 가까워 공무원이 많이 찾는다. 도담동에는 ‘행복한 정육점’과 ‘행복한 약초칼국수’가 도로를 사이에 두고 있다. 여행사 ‘더 행복한 여행’이 있고 ‘행복한 부동산’은 네댓 개쯤 된다. ‘행복한 교회’ ‘행복한 대리운전’ ‘행복한 고시텔’…. 행정중심복합도시를 줄여 행복도시라 하는 게 영향을 줬을 텐데, 이런 간판을 보며 지내서인지 세종 사람들은 정말 행복해하고 있었다.

서울대 행복연구센터가 카카오 ‘마음날씨’ 플랫폼을 활용해 한국인의 행복도를 조사했다. 지난해 104만명이 이 코너에서 심리상태를 밝혔다. “얼마나 스트레스를 받고 있습니까” 같은 10가지 질문에 0~10점을 매겼다. 이를 모아 ‘안녕지수’를 산출하니 몇몇 특징이 발견됐다. 삶의 의미는 10점 만점에 2점대와 7점대가 유독 많아 자아실현 행복의 양극화가 심했고, 목요일에 뚝 떨어진 안녕지수가 금요일에 급반등하며 ‘불금 효과’를 입증했다.

지역별로 단연 눈에 띈 것은 세종시였다. 삶의 만족, 의미, 행복감, 즐거움, 평안함의 긍정 항목 5개 모두 17개 광역단체 중 1위를 했다. 스트레스 지루함 불안 짜증 우울의 부정 항목은 전부 최저치였고, 감정의 균형을 뜻하는 정서 밸런스도 1위였다. 이를 종합한 행복 점수는 서울은 물론이고 힐링하러 찾아가는 제주보다도 높았다. 행복도는 개인 편차가 커서 세종으로 이사한다고 내가 더 행복해지는 건 아니나 세종 사람들의 주관적 행복감이 매우 높은 것만은 분명하다.

최인철 행복연구센터장은 ‘세종시가 행복한 이유’에 대해 “짐작되는 건 있지만 아직 정확한 분석을 내놓기는 어렵다”고 했다. 연구를 더 해야 한다니 지금으로선 그의 짐작을 짐작해보는 수밖에 없는데, 몇 가지가 떠오른다. ①행정도시여서 공무원과 공공기관 직원이 많다. ②다수 주민의 소득·일자리·노후를 정부가 보장하는 안정적 환경을 가졌다. ③그래서 출산율도 4년째 전국 1위를 기록했다. 이는 살아남기 위한 경쟁, 박탈감을 주는 격차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지역이며 행복은 그런 곳에 있음을 말해준다. 뒤집으면 정부의 그늘을 벗어난 곳은 경쟁과 격차가 그만큼 심하다는 얘기다. 청소년 장래희망 1위가 공무원이란 말에 혀를 차곤 했는데, 그것이 ‘행복 이너서클’에 들어가려는 아주 합리적인 선택임을 이 조사가 입증한 것일 수도 있겠다. 왠지 씁쓸해지는 건 기분 탓인가.

태원준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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