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 잇따라 무산되는 결정이 나오고 있다. 득표를 위해 남발했던 공약이 실효성 등을 갖추지 못했다는 이유로 폐기되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12일 금융중심지추진위를 열고 전북 금융중심지 지정 방안을 사실상 무산시켰다. 금융위는 전북혁신도시를 제3의 금융중심지로 지정하기에는 기반 여건이 갖춰지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금융위는 전북에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말고는 대형 금융기관이 없고 금융기반 시설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금융중심지 방안이 지역별로 금융기관을 뺏고 빼앗는 제로섬이 되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북에 금융중심지를 새로 조성하기보다는 서울과 부산의 역할을 강화하는 방안에 초점을 두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문 대통령의 공약을 사실상 폐기하는 것이 금융위로서는 상당히 부담스러웠을 것이다. 그럼에도 금융중심지 분산에 따른 역효과를 우려해 결단을 내린 금융위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국정 정상화를 위한 수순이라는 측면에서 바람직한 결정이다. 호남지역을 정치기반으로 하는 민주평화당이 ‘전북 홀대’라며 볼멘소리를 내고 있지만 옳은 처사가 아니다. 전북 주민을 결집시키려고 지역감정을 부추기면 안 된다. 영국컨설팅그룹 ‘지옌’이 발표한 국제금융센터지수(GFCI)에 따르면 서울은 2015년 7위에서 올해 36위, 부산은 24위에서 46위로 추락했다. 외국계 금융기관이 서울에서 철수하거나 부산이 단 한 곳도 유치하지 못한 데 따른 냉정한 평가였다. 서울과 부산의 역량을 극대화해도 부족한 마당에 제3의 금융중심지를 만들어 금융권의 파이를 쪼갤 하등의 이유가 없다.

헌법재판소는 문 대통령의 교육 공약인 자율형사립고 폐지 방안에 제동을 걸었다. 야심차게 추진한 청와대의 광화문청사 이전 방안도 폐기됐다. 금융감독체계 개편 공약은 시작도 하지 못한 채 표류하고 있고, 금융권의 노동이사제 도입 방안도 지지부진한 상태다. 탈원전 공약은 원전 생태계를 허물고 있으며 돈 먹는 정책으로 전락했다. 대선 과정에서 다양한 공약을 발표할 수는 있지만 집권하면 공약의 실효성을 꼼꼼히 따지는 방향으로 정책을 집행해야 한다. 남은 기간에라도 그렇게 하는 게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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