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섬유증 진단을 위한 폐기능 검사 장면. 강동경희대병원 제공

50대 남성 A씨는 조금 빠르게 걷거나 뛰면 예전과 달리 숨이 차는 증상이 심해져 최근 병원을 찾았다. 감기에 걸린 것도 아닌데 기침이 오래 지속되고 특히 호흡이 곤란했다. 흉부CT와 폐기능 검사 결과 생소한 ‘특발성 폐섬유증’ 진단을 받았다.

산소 교환이 이뤄지는 폐포(허파꽈리)의 벽에 만성 염증이 생겨 폐가 딱딱하게 굳어지는 병인데, 딱히 원인을 알 수 없을 경우 ‘특발성’이 붙는다. 고(故) 조양호(70) 한진그룹 회장의 사인으로 거론돼 관심을 끌었다.

일반적으로 폐섬유증은 숨이 차서 병원에 왔다가 그 원인을 확인하는 과정에 우연히 진단받는 경우가 적지 않다. 최근엔 건강검진이 보편화되고 흉부CT와 폐기능 검사가 증가하면서 스스로 느끼는 증상이 없는 상태에서 발견되는 사례도 조금씩 늘고 있다.

강동경희대병원 호흡기내과 황재준 교수는 15일 “폐섬유증은 연간 인구 10만명당 0.6~10명 정도 발생하는 희귀·난치병으로, 국내에선 건강보험 산정특례(본인부담 10%)가 적용되고 있다”고 말했다. 환자뿐 아니라 호흡기내과 의사들도 진단이 쉽지 않다.

인과관계가 명확하게 밝혀지진 않았지만 흡연이나 분진 등 환경적 요인에 장기간 노출, 위·식도역류질환 등이 원인으로 추정되고 있다. 황 교수는 “사회적 이슈가 된 가습기살균제도 독성 성분이 폐를 딱딱하게 굳게 해 호흡곤란으로 사망을 초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잘못된 식습관이 반복돼 위에서 분비되는 산이 식도로 거꾸로 넘어오는 위·식도역류증의 경우 산이 기도로도 들어가 폐에 염증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폐섬유증을 동반한 기타 간질성 폐질환(질병코드: J841)’으로 진료받은 환자가 2017년 1만2450명으로 2012년(8652명)보다 43.8% 증가했다.

남성 환자(68%)가 여성보다 많았다. 연령별로는 70대가 39%로 가장 많았고 60대(29%), 80세 이상(17%), 50대(11%) 순이었다. 50대 이상 장·노년층이 특히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음을 보여준다.

초기엔 별다른 증상이 없고 운동할 때 숨가쁨을 느낄 정도지만 섬유화가 좀 더 진행되면 걷지 못할 정도로 악화돼 이동형 산소호흡기를 끼거나 침상에 누워지내다 결국 사망에 이른다. 이미 딱딱해진 폐를 회복시키는 치료법은 없다. 섬유화를 늦추는 항섬유화 약물이 쓰이긴 하지만 완전히 막지는 못한다. 증상 말기에는 폐 이식이 고려될 수 있으나 기증 폐 부족 등으로 실제로는 많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황 교수는 “그래서 진단 후 평균 수명이 3년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또 “원인을 정확히 모르기 때문에 알려진 예방법도 딱히 없다”면서 “단지 가능성 있는 위험인자, 즉 흡연자는 금연을 권하고 위·식도역류증 환자에게는 위산억제 약물을 처방하는 정도”라고 말했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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