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들이 한국 주식시장으로 쏟아져 들어오고 있다. 연초 이후 외국인 투자자가 국내 주식시장에서 순매수한 금액은 7조원을 넘겼다. 거센 ‘바이 코리아(Buy Korea)’ 열풍에 코스피와 코스닥지수는 11거래일 연속으로 동반 상승했다. 전문가들은 한국 경제의 버팀목인 반도체 산업에 대한 기대감이 글로벌 자금을 끌어모았다고 본다. 상반기 안에 반도체 업황이 바닥을 찍고 상승세를 탈 것이란 기대감이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1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들어 외국인은 국내 증시에서 7조3299억원을 순매수했다. 지난해 1년 동안 외국인이 순매도한 규모(6조6780억원)를 넘어섰다. 지난 1월 3조7340억원까지 확대됐던 순매수 규모는 지난 두 달 동안 축소됐지만 이달 들어 다시 몸집을 키우고 있다. 외국인 매수세에 힘입어 코스피와 코스닥지수는 지난달 29일부터 이달 12일까지 함께 오르는 기록을 세웠다.

외국인 자금 유입은 각국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완화 이후 신흥국 시장에서 나타난 공통적 현상이다. 지난해 말 전세계적으로 경기 둔화 우려가 커지자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은 일제히 ‘비둘기파(통화완화 선호)’로 단결했다. 역설적이게도 글로벌 경기 침체에 대한 공포가 각국의 정책 공조를 강화시킨 셈이다. 통화정책이 ‘완화’로 돌아서자 위험자산 투자심리도 회복되기 시작했다. 특히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변화가 가져온 파괴력은 컸다. KB증권은 최근 리포트를 내고 “연준의 완화 정책은 단기적으로 주가에 반영된 게 아니라 긴축으로 선회하기 전까지 장기적으로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했다.


특히 한국 증시에서 ‘반도체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둔화된 반도체 업황이 올해 상반기 안에 바닥을 찍을 것이라는 전망은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 코스피시장의 대표적 반도체주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는 올해 들어 각각 21.06%, 29.09% 뛰었다.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 상승률의 배가 넘는다. 두 종목의 외국인 보유율도 각각 57.17%, 51.08%로 확대됐다.

이창목 NH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한국의 경우 반도체, 정보기술(IT) 분야가 2분기 정도에는 바닥을 칠 것이라는 예상을 하고 하반기를 보면서 들어왔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서상영 키움증권 연구원도 “미국에서 ‘반도체 바닥론’이 나오면서 미국 쪽 반도체 업황이 급등하기 시작했다”며 “외국인들이 국내 증시에서도 삼성전자, 하이닉스를 사면서 (두 종목의) 주가가 뛴 것”이라고 진단했다.

하지만 외국인 자금 유입이 얼마나 이어질지 미지수다. 완화적 통화정책과 경기부양책으로 덮어놨던 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가 다시 불거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반도체를 비롯한 국내 기업의 실적 개선 여부도 기대감만 있을 뿐 아직 지표로 확인되지 않고 있다. 다만 1분기 실적의 경우 시장에 선반영된 만큼 당장 큰 변수가 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서 연구원은 “2분기 정도에서 기업 실적이 바닥을 보이고 3분기부터는 돌아설 것으로 보이는 만큼 그 정도 선까지는 외국인 매수세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임주언 정진영 기자 eo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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