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사진) 북한 국무위원장이 미국과의 비핵화 협상 시한을 ‘연말’로 제시했다. 이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재선 시험대인 내년 11월 미국 대선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동시에 연말까지 시한을 충분히 잡음으로써 미국에 대한 ‘일방적 양보’는 없을 것이라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도 해석된다.

노동신문은 지난 13일 김 위원장이 제14기 최고인민회의 1차회의 시정연설에서 “어쨌든 올해 말까지는 인내심을 갖고 미국의 용단을 기다려보겠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김 위원장은 협상 시한을 연말까지 잡으면서도 “적대세력의 제재 해제 문제 따위에 더는 집착하지 않을 것”이라고도 강조했다. 최근 연일 자력갱생 기조를 강조해 온 김 위원장은 “우리와 미국의 대치는 어차피 장기성을 띠게 돼 있다”고도 했다.

김 위원장의 협상 시한 설정은 우선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시점을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올 하반기부터는 본격적인 대선 레이스에 돌입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그전에 비핵화 문제를 해결하고 이를 호재 삼아 재선전에 나서라고 압박한 것이란 분석이다.

박원곤 한동대 국제지역학과 교수는 14일 “내년 미국 대선 일정을 감안해 적어도 12월까지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결정적 악재로 작용할 수 있는 핵·미사일 도발을 하지 않겠다는 의미”라며 “올해까지는 안정적인 국면을 유지해줄 테니 만족스러운 협상카드를 들고 나오라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연말까지는 대북 제재 압박을 버텨낼 수 있다는 자신감이자 제재 때문에 협상에서 양보하지 않겠다는 의지 표명이라는 분석도 있다. 최용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안보전략연구실장은 “북한은 자신들이 최근 제재에 대한 조바심을 드러냈기 때문에 미국이 오히려 제재를 안 풀어주는 것으로 인식하는 측면이 있는 것 같다”며 “대내적으로나 대외적으로 제재에 조바심을 내지 않는 인상을 주려 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민정훈 국립외교원 교수도 “김 위원장이 하노이 회담에서 ‘시간이 없다’고 하는 등 제재에 대한 조바심과 속내를 드러냈다”며 “올해까지는 버티면서 기다려줄 테니 미국 입장을 조금 빨리 정리하라는 의미로 읽힌다”고 말했다.

그러나 연말까지 북·미 간 가시적 성과가 도출되지 않을 경우 김 위원장이 올해 신년사에서 언급한 ‘새로운 길’을 강행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현재 중단 상태인 핵과 미사일 실험을 재개하며 핵무력 고도화의 길로 갈 수 있다는 여지를 협상 시한을 설정함으로써 내비쳤다는 관측이다.

최승욱 이상헌 기자 applesu@kmib.co.kr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