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28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렸던 2차 북·미 정상회담 일정 중 메트로폴 호텔 정원을 함께 걷고 있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김 위원장은 지난 12일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올해 말까지는 인내심을 갖고 미국의 용단을 기다려 볼 것”이라고 밝혔다. 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차례대로 긍정적인 뜻을 밝히면서 연내 3차 북·미 정상회담 개최가 가시화되고 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서두를 일이 아니다”라고 했고, 김 위원장은 ‘새로운 계산법’을 요구하며 연말을 시한으로 통보해 험로를 예고했다. 청와대는 “북·미와의 협상이 최우선”이라며 신중한 자세로 3차 북·미 정상회담 성사에 ‘올인’하는 모습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15일 한·미 정상회담 결과를 설명하고, 북핵 협상을 진전시키기 위한 공개적인 메시지를 내놓기로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선 11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서 3차 북·미 정상회담 계획을 묻는 질문에 “열릴 수 있다”면서도 “단계적 절차(step by step)가 필요하다. 서두를 일이 아니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13일 14기 최고인민회의 1차 회의 시정연설에서 “미국이 우리와 공유할 수 있는 방법론을 찾은 조건에서 하자고 한다면 한 번은 더 (정상회담을) 해볼 용의가 있다”며 “어쨌든 올해 말까지는 인내심을 갖고 미국의 용단을 기다려볼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에서 만난 한·미 정상이 먼저 3차 북·미 정상회담 가능성을 언급하자 하루 뒤 김 위원장이 일단 화답하는 모양새를 취한 것이다.

청와대는 한·미 정상회담 공동언론 발표문 외에는 한·미 정상회담과 김 위원장의 시정연설에 대해 함구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14일 “지금은 북핵 외교 문제에 대해 어떤 입장 표명도 하기 어렵다”며 “우리가 일일이 평가를 내놓는 게 (북·미와의) 협상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지금은 협상이 최우선”이라고 말했다.

청와대가 북·미와 각각 중재외교, 촉진외교에 돌입했지만 문제는 북·미 사이 간극을 메울 만한 뚜렷한 방법이 보이지 않는다는 데 있다. 정부는 포괄적 합의에 기반한 단계적 합의, 이른바 ‘굿 이너프딜’(충분히 만족할 합의)을 중재안으로 제시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 정상회담 당시 이를 받아들일지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내용을 봐야 한다”며 “다양한 스몰딜이 이뤄질 수 있지만 현 시점에서는 빅딜을 얘기해야 한다”고 답했다. 현 상황에서 북한의 핵·미사일 폐기를 담보하지 않는 스몰딜은 제한적으로 검토할 수밖에 없다는 뜻을 피력한 것으로 해석된다. 김 위원장 역시 시정연설에서 “미국이 지금의 정치적 계산법을 고집한다면 문제 해결의 전망은 어둡고 매우 위험할 것”이라고 말했다. 2차 북·미 정상회담에서 미국이 제안한 빅딜은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양측이 이견을 좁히는 데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 문 대통령은 15일 공개 메시지를 통해 북한에 비핵화 협상에 적극 나설 것을 제안할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앞서 한·미 정상회담에서 구체적인 굿이너프딜 방안들을 설명하고 트럼프 대통령에게 이를 수락할 것을 설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는 당시 “협상의 모멘텀을 유지하면서 가급적 조기에 완전한 비핵화 목표를 달성하는 여러 방안에 대해 매우 허심탄회한 협의를 했다”면서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문 대통령은 메시지에서 트럼프 대통령과의 논의 결과를 일부 설명할 것으로 관측된다. 또 북한에는 3차 북·미 정상회담 성사를 위한 남북 간 대화를 제안할 것으로 보인다.

강준구 기자 eye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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