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법무관 전역을 앞둔 A씨는 법조인의 꿈을 접었다. 대신 아버지가 20년 넘게 경영한 제조업체에서 일하기로 했다. 가업(家業) 종사 경력을 쌓아 ‘가업상속공제’ 혜택을 받기 위해서다. A씨 아버지의 회사는 보유 부동산만 150억원 이상인 ‘알짜 기업’이다. 최근 A씨 부자(父子)와 가업상속 컨설팅을 진행한 시중은행의 한 컨설턴트는 14일 “가업상속공제를 받으면 상속세가 대폭 줄어든다는 걸 알게 된 A씨가 ‘가업을 이어받으라’는 아버지 뜻을 따르기로 했다”고 전했다.

‘상속세 부담’은 재벌만의 일이 아니다. 중견·중소기업 경영자들도 수백억원에 이르는 상속세로 골머리를 앓는다. 하지만 가업상속공제 제도라는 ‘탈출구’가 있다. 자산규모 5000억원 미만 또는 연매출 3000억원 미만 기업에 적용되는 이 제도를 이용하면 상속재산에서 최대 500억원까지 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많게는 수백억원까지 세금을 아낄 수 있어 전문직 자녀들도 본업 대신 가업 승계에 뛰어드는 사례도 생기고 있다.

한 시중은행의 자산관리(WM) 컨설턴트 B씨는 최근 연매출 300억원 규모의 중소기업 가업승계 컨설팅을 진행했다. 이 기업의 상속인은 30대 의사였다고 한다. B씨는 “아버지가 ‘너 의사 할래, (세금 아끼고) 이거 할래’ 물으면 ‘그냥 아버지 일 하겠다’고 하는 경우가 많다”며 “공제 혜택이 크다 보니 2세들도 적극적으로 승계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가업상속공제의 문턱은 만만치 않다. 미리 ‘시간표’를 짜고 체계적으로 접근해야 절세가 가능하다. 공제 혜택을 받으려면 상속받기 전부터 2년 이상 해당 가업에 종사해야 한다. 부모 밑에서 ‘경영 능력’을 쌓아야 하는 것이다. 상속 후에도 10년 이상 대표이사로 경영에 참여하면서 정규직 고용 규모도 100% 수준을 유지해야 한다. 사후 요건이 까다로운 셈이다.

그런데도 최고세율이 50%에 달하는 상속세를 절약하려는 ‘수요’는 꾸준하다. 금융권의 ‘전문 컨설팅’을 찾는 발길도 늘었다. 신한은행의 가업승계 컨설팅 건수는 2015년 24건에서 지난해 64건으로 3배가량 증가했다. KB국민은행도 2014년 40건에서 지난해 76건으로 컨설팅 사례가 늘었다. KB국민은행은 지난 9일 아예 가업승계 ‘전담팀’을 꾸렸다. 컨설팅 문의가 들어오면 각 지점에서 세무사나 회계사를 연결해 주던 방식에서 벗어나 ‘회계사-세무사-경영컨설턴트’로 구성된 팀이 전담하는 방식이다. 단순 세무·회계 업무뿐만 아니라 회사를 직접 찾아가 ‘승계 플랜’까지 짜준다.

금융권에서는 최근 ‘상속 트렌드’가 달라지고 있다고 말한다. 과거에는 ‘버릇 나빠질까 봐’ 죽을 때까지 재산을 갖고 있다가 물려줬지만, 이제는 ‘상속 계획을 미리 짜는 게 절세에 도움이 된다’는 분위기가 더 크다는 것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현재 평균 연령 62.8세인 최고경영자(CEO)들이 본격적으로 은퇴하는 향후 7~8년까지 ‘가업승계 컨설팅’ 수요는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지웅 기자 woo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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