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경기도 안산 화랑유원지에서 세월호 5주기를 맞아 ‘세월호 가족과 함께하는 예배’가 열렸다. 예배 1시간 전부터 공원 입구에선 행사를 반대하는 주민 10여명이 확성기를 틀고 소란을 피웠다. 이들은 “이제는 잊어야 하는 게 아니냐” “언제까지 똑같은 소리만 할 것인지 답답하다”고 외쳤다. 이곳에 건립 계획이 지난달 확정된 추모공원을 향해서도 “납골당이 웬말이냐. 지으려면 단원고에 지어라”고 했다.

세월호 참사 이후 한국 사회에서 ‘연대’의 가치가 희석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명확한 진상규명이 이뤄지지 못했다는 호소에 어느 순간부터 즉각적 비난이 제기되는 모습이 되풀이되고 있다. 상대방의 고통에 함께 책임을 느끼는 공동체성이나 연대 의식이 약해진 것이다.

주말인 13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도 비슷한 풍경이 펼쳐졌다. 세월호 5주기 추모식 행사장 옆에서 보수단체 회원들이 태극기와 성조기를 들고 북소리를 내며 세월호 참사 추모식을 규탄하는 구호를 외쳤다. 참가자 중 일부는 ‘빨갱이’ ‘주사파’라는 표현을 썼다.

사회학자들은 세월호 참사 뒤 반복되는 이 같은 모습이 한국 사회의 부족한 연대 의식을 드러낸 것이라고 분석했다. 여기서 말하는 연대란 사회의 공동책임이나 지원, 협력·협동, 결속·유대 등의 개념을 포괄하는 용어다. 설동훈 전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농경사회에서 구축된 구성원 간의 연대가 공업사회로 급하게 진행되면서 새롭게 형성되지 못했다. 일종의 아노미 상태”라고 말했다.

각종 지표도 연대 수준이 내리막인 걸 보여준다. 미국 갤럽의 2016년 자료에 따르면 한국은 기부나 자원봉사 관련 점수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6개 회원국 평균보다 낮았다. ‘필요할 때 도움을 청할 사람이 있는가’라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한 사람의 비율도 평균보다 낮았다. 반면 사회적 결속력의 지표 중 하나인 자살률의 경우 한국은 15년째 최상위권이다.

전문가들은 정치권과 정부가 문제를 심화시킨 면이 있다고 지적한다. 신광영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선거를 앞두고 정치권에서 세월호 문제를 정쟁화한 탓에 사람들이 이 문제를 대규모 재난보다는 정치적 목적이 결부된 사안으로 인식하게 됐다”고 분석했다. 설 교수는 “참사 직후 정권과 기관이 잘못을 제대로 인정하고 용서를 구했어야 했다”면서 “책임자들이 잘못을 인정하려 들지 않으니 사안 자체가 정치적 힘겨루기로 과잉정치화됐다”고 말했다.

세월호 참사를 변화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충고도 이어졌다. 전명수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사회적 안전장치를 제대로 마련해 국가에 대한 신뢰를 회복해야 연대도 강화될 수 있다”면서 “안전장치가 여전히 미비한 상황에서 의식 개선은 힘들다”고 말했다. 신 교수는 “세월호 참사를 폄하하는 등 부정적 사고를 조장하는 걸 시민들 스스로 자정할 필요가 있다”면서 “미래 세대가 성찰적 시민의식을 갖도록 교육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