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이미선’이어야만 하나. 왜 청와대는 이미선 부장판사를 헌법재판관 후보자로 세우고, 또 야당의 거센 반발에도 임명 뜻을 거두지 않을까. 아마도 ‘내 사람’이기 때문일 터다. 지난 10일의 이 후보자 인사청문회와 이후 전개 양상을 보면서 든 생각이다.

청와대와 여당은 이 후보자가 40대 여성이고, 지방대 졸업자라는 점을 내세운다. 헌법재판관의 다양성 측면에 기여할 것이라는 뜻이다.

그런데 비(非)서울대 출신 여성 법조인(판사·검사·변호사 경력 15년 이상)이 이 후보자뿐이던가. 굳이 그를 택한 이유로 야당이 주장하는 ‘코드’ 쪽에 더 눈길이 간다. 국제인권법연구회 발기인이었던 후보자, 우리법연구회 멤버였던 변호사 남편, 참여연대 경력에 민변 사무차장을 지낸 후보자의 여동생….

35억원대 주식 보유 사실과 거래 내용에 대한 이 후보자의 해명은 옹색하다. 애초 “종목 선정과 수량 선정은 배우자가 다 추천해서 했다”라고 했다가, 그 뒤 “남편에게 전적으로 맡겼다”며 주체를 살짝 바꿨다. 증권사 계좌정보 서류상 SNS 통보지로 후보자의 휴대전화 번호가, 대표 이메일로 후보자 메일이 등록돼 있는데도 “나는 모른다”고 하면 넘어갈 수 있는 문제인지 모르겠다.

주식 거래의 불법성 공방에 가려졌지만, 이 후보자가 과연 헌법질서 수호의 최후 보루라는 헌법재판관 직을 감당할 자격과 역량을 갖췄는지는 더욱 큰 물음표가 붙는다.

인사청문회 당일 질의응답을 보자. 더불어민주당 금태섭 의원이 난민·이주민 문제에 대한 평소 생각을 물었을 때 이 후보자는 “그 부분은 진지하게 생각을 못해봤다”고 했다. 같은 당 박주민 의원이 헌법재판소의 심리 장기화 문제점을 지적하자 “신속한 심리도 필요하고, 충실한 심리도 필요하다”는 어정쩡한 대답이 돌아왔다.

여당 의원들도 아무런 울림 없는 답변에 “조금 실망했다”(금 의원), “이 문제에 대해 별 고민이 없다는 느낌이 든다”(박 의원) “어떤 특징적인 헌법재판관이 됐으면 좋겠는데 그런 부분이 조금 부족하다”(송기헌 의원) 등의 아쉬움을 드러냈다.

오신환 바른미래당 의원은 끝내 “지방대 출신, 40대 여성이라는 것을 빼고 헌법재판관이 돼야 할 자격이 있음을 증명하지 못했다”고 탄식했다. 모범적인 법관일 수는 있으나, 헌법재판관의 법복을 입을 준비는 돼 있지 않다는 것이다.

청와대는 기어이 이 불안한 후보자에게 임명장을 줄 태세다. 야당은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이 이 후보자 남편의 해명 글을 SNS로 나르고, 김형연 청와대 법무비서관은 남편에게 전화해 적극 대응을 주문했다고 비판한다. 특정 후보자 구하기를 위한 청와대와 여당의 이런 일사불란함은 예사롭지 않다.

왜 이 후보자여야만 하는가. 후보자는 답하지 못했고, 남편은 답할 자격이 없다. 다시 청와대가 답할 차례다. 과연 누구를, 무엇을 위한 임명인가.

지호일 정치부 기자 blue5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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