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고교무상교육 시행계획이 발표됐다. 우리나라의 경제 수준에 비추어볼 때, 무상교육을 이제야 시작하는 것은 만시지탄의 감이 없지 않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에서 고등학교 의무교육이나 무상교육을 하지 않는 국가는 우리가 유일하다.

무상교육을 무상급식이나 무상교복과 같은 무상복지 시리즈로 보고 비판하는 시각이 있으나, 무상교육의 의미를 올바로 이해하지 못한 결과다. 무상교육은 넓게 보면 무상복지의 하나로 볼 수도 있지만, 엄밀히 구분하면 무상복지는 부가적 교육서비스인 반면에 무상교육은 핵심적 교육서비스다. 고교무상교육이 시행되지 않아서 교육기회를 얻지 못한 사람에게는 무상급식이나 무상교복이 무의미하다.

교육받을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는 헌법정신을 구현하려면, 국가는 국민이 경제 사정과 관계없이 적어도 보통교육인 고등학교까지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우리는 무상교육보다 무상급식을 먼저 시행함으로써 교육투자의 우선순위를 잘못 설정하는 우를 범했다. 이제라도 무상교육을 시행하겠다는 것은 그동안 국가가 방기해 왔던 보통교육의 책임을 재인식하고 바로잡는 의미가 있다.

시행계획에 따르면, 무상교육에 필요한 교육 재원은 5년 동안 국가와 시·도교육청이 반반씩 부담하되, 국가는 임시적인 증액교부금으로 부담하고, 시·도교육청은 기존의 교육 재원에서 부담하기로 했다. 2019학년도 2학기에 고3 재학생부터 연차적으로 실시, 2021년에 전 학년으로 확대하기로 했으나 5년 후의 재원확보방안은 나타나 있지 않다.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는 무상교육이 완성되는 2021년까지는 조건부로 협력하겠으나, 국가가 절반만 부담하기로 한 것, 임시적인 증액교부금으로 부담하기로 한 것, 5년 후 재원확보방안을 확정하지 않은 것 등은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고, 그 이후의 안정적 재원확보대책을 요구했다. 향후 재원 부담을 둘러싸고 갈등이 있었던 누리과정 예산 사태가 재연될 소지가 농후하다.

누리과정 시행과 고교무상교육 도입은 성격이 약간 다르다. 누리과정은 학부모에게 학비를 직접 지원하는 방식이므로 시·도교육청이 지원을 거부할 수 있었고 그 경우에 학부모가 직접 피해를 보게 돼 사회문제로 비화했으나, 고교무상교육은 학비를 지원하고 수납하는 절차 없이 면제하는 방식이므로 사회문제로 확대될 가능성은 없다. 다만, 등록금 수입 결손을 국가가 절반만 보전해 주면 교육청 부담분만큼 세입 규모가 감축돼 교육투자 감소와 교육의 질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것이 문제다.

지방교육재정은 인건비 비중이 60%에 달하고, 여기에 누리과정 학비, 지방교육채 상환금과 BTL 임대료, 학교운영비, 각종 교육복지비 등 고정비용을 합하면 가용재원이 매우 적다. 70조원이 넘는 재정 규모지만, 무상교육 여파로 1조원의 세입이 줄게 되면, 교수학습지원비나 교육환경개선비가 우선적으로 삭감될 수밖에 없다. 누리과정 예산 사태와 달리 고교무상교육은 교육의 질적 저하로 이어지는 문제가 생긴다.

교부금이 늘어나면 문제가 없지만 교부금은 늘 수도 있고, 줄 수도 있다. 국가가 늘어난 교부금으로 새로운 사업을 시행하도록 강제하려면 교부금이 줄었을 때 국가가 보전해 주어야 한다. 그동안 교부금이 줄었을 때 국가지원 없이 지방교육채를 발행해 자체 조달하고 늘었을 때 갚는 방식을 반복해 왔다. 최근에 늘어난 교부금도 누리과정 예산 부족 사태로 발행했던 지방교육채를 갚는데 지출하고 있는 형편이다. 작년 말 기준으로 17조원의 빚이 남아 있는 상황에서 학생 수 감소나 교부금 증가를 이유로 무상교육 재원을 떠넘기는 것은 시·도교육청에 대한 횡포일 수 있다. 이것이 교육감들이 반발하는 이유다.

교육감들의 주장처럼 증액교부금은 2021년까지 유지하되, 그 이후에는 내국세 교부율을 인상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증액교부금은 임시적이고 단기적인 교육 재원 지원 방식이다. 무상교육은 임시적이고 단기적인 정책이 아니므로 소요 재원은 내국세 교부금에 통합하되, 국책사업이므로 국가가 전액을 부담해야 한다. 이제라도 안정적인 재원 확보책을 마련함으로써, 무상교육이라는 교육기회 확대정책이 교육 재원 감소로 이어져 교육의 질을 떨어뜨리는 부작용은 막아야 할 것이다.

송기창(숙명여대 교수·교육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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