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온의 소리] 부활을 믿는다는 것은…


고난주간이다. 기나긴 겨울이 있기에 봄이 더욱 아름다운 것처럼 고난의 시간이 있기에 부활의 아침은 더욱 찬란하다. ‘고난’은 ‘부활’을 만날 때, 그 단어의 의미가 달라진다. 수년 전 만난 C씨가 생각난다. 당시 40대 초반이었던 C씨는 유방암 말기환자로서 오직 죽음만을 생각했다. 누구보다 충만한 인생을 살았다고 자부했던 그에게 암은 삶의 모든 우선순위를 바꾸게 했다. 고난이 친구가 됐다. 매일 고난과 절망을 묵상하던 그는 운명처럼 부활의 주님을 만났다. 그것이 그에게 임한 인생 최고의 은혜였다. 늘 ‘인생의 정답’을 찾으려 했던 C씨는 부활하신 주님을 만나 인생의 답을 발견했다. 풀리지 않았던 인생의 의문점이 한순간에 해결됐다. 정답을 찾은 그때, 단어의 의미가 바뀌었다. 암은 저주가 아니라 선물로, 죽음은 절망이 아닌 부활의 소망으로 전환됐다. 암이 아니었으면 부활의 주님을 찾을 생각조차 못했던 그였다. 암이 정답을 만나게 해 줬다. 그러므로 암은 고마운 선물이었다. 이제 C씨에게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은 현존하는 실재가 됐다. 부활이 실재가 되는 순간, 그는 삶과 죽음의 경계를 넘을 수 있었다. 살아 있을 때는 부활의 주님을 증거하고, 죽어서는 부활의 주님을 만난다. 그는 부활을 믿는 자신의 인생에는 ‘비극은 영원히 하나도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 이야기를 내게 건네준 그의 얼굴은 빛났다. 암 말기환자로 보이지 않았다. 그에게 암은 실재였지만 그것을 이기는 부활도 실재였다. 나는 지금 C씨가 어떻게 됐는지 알지 못한다. 그러나 내가 확실히 아는 것은 그가 여전히 살아 있다면 부활의 주님을 증거하고 있을 것이고 이 땅을 떠났다면 부활의 주님과 동행하고 있을 것이라는 점이다.

“성경이 남겨 둔 길은 두 가지뿐이다. 우리는 부활을 믿어 나사렛 예수를 믿을 수 있고, 부활을 믿지 않아 나사렛 예수를 믿지 않을 수 있다.” 기독 작가 브레넌 매닝의 말이다. 그는 기독교 신앙의 가장 근본적인 요구는 용기를 동원해 예수 그리스도의 현존하는 부활에 “예”라고 답하는 것이라 했다. 부활이란 어디까지나 ‘현존하는 부활’로 체험돼야 한다는 설명이다. 그는 또 이렇게 말했다. “복음서의 핵심 기적은 나사로를 살리신 일이나 오병이어나 모든 극적인 치유사건을 다 합쳐 놓은 것이 아니다. 복음서의 기적은 부활하여 영화롭게 되신 그리스도 자신이다!”

믿는 자들은 모두 부활의 증인들이다. 부활을 믿는다는 것은 주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 것이다. 부활을 믿는다는 것은 현존하는 부활을 삶의 순간마다 체험한다는 것이다. 부활을 믿는다는 것은 C씨처럼 내 삶의 고난을 통해 생생한 부활의 이야기를 만들어낸다는 것이다. 교회는 부활의 증인들이 모여 구체적인 부활의 이야기를 나누며 그 이야기를 파생하고 증식함으로써 하나님으로부터 부여받은 임무를 완성해 나가는 곳이다.

부활을 믿는다는 것은 지금 내가 보고 듣고 사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 그 이상의 삶이 있다는 것을 믿는 것이다. 부활을 믿는다는 것은 화석화된 교회에서 그저 그런 종교생활을 하는 것이 아니라 예배마다 생생한 하나님의 임재와 영광을 맛본다는 것이다. 부활을 믿는다는 것은 돌아가신 우리 부모님과 반드시 기쁘게 만난다는 사실을 확신하는 것이다. 부활을 믿는다는 것은 살아 있으나 죽은 자 같은 요양병원의 모든 환자가 다시 활기 있게 활동하는 날이 오리라는 것을 믿는 것이다. 부활을 믿는다는 것은 세월호와 천안함 속에 있던 사랑하는 사람들을 다시 환하게 만날 것을 믿는 것이다. 부활을 믿는다는 것은 우리가 모든 차이를 극복하고 마침내 하나가 된다는 사실을 믿는 것이다. 부활을 믿는다는 것은 깨어진 모든 관계와 빼앗긴 소망이 회복됨을 믿는 것이다. 부활을 믿는다는 것은 “나를 믿는 자는 죽어도 살겠고”라는 주님의 말을 진실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2019년의 고난주간을 지내는 나와 교회, 우리의 일은 ‘부활을 믿는다는 것은…’의 후반부를 기록하며 그것을 현존하는 실재로 살아내는 것일 게다. 그래서 우리가 맞이하는 부활의 아침을 ‘살아계신 주, 나의 참된 소망’이신 주 예수 그리스도와 동행하며 맞이하는 것이다.

이태형(기록문화연구소장)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