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종교인 퇴직소득과세법, 조세법률주의에 어긋나지 않아


최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는 종교인 퇴직소득 과세의 범위를 조정하는 내용의 ‘소득세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켜 법사위원회에 상정했다. 소관 상임위원회에서 여야 합의로 상정한 안건은 법적인 하자만 없으면 법사위에서 그대로 통과시키는 것이 관례였다. 그런데 일부 언론에서 이 법안을 ‘종교인 퇴직소득 완화법’이라 부르면서 총선을 앞둔 정치권이 특정 종교의 눈치를 보고 서둘러 통과시키려 했다고 지적하자 제동이 걸렸다.

문제를 제기한 언론과 시민단체는 이 법안이 거액의 퇴직금을 받는 대형교회 목사를 위한 특혜라고 주장했다. 그 예로 퇴직금 10억원을 받을 경우 일반인은 1억4700만원의 세금을 부담하는 반면 종교인은 506만원만 부담한다는 극히 자의적이면서도 자극적인 수치를 제시했다. ‘불교 스님들은 퇴직금이 없는데 이 법안 때문에 기독교와 함께 비난을 받는다’며 조계종 재정부장 명의로 기재위에 항의 서한까지 보내며 유독 기독교를 향한 비난을 유도했다.

그런데도 조세 전문가라고 할 수 있는 국회 조세소위는 왜 법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을까. 1년 뒤 총선을 앞두고 종교인들의 환심을 사기 위한 정치적인 야합이었을까. 국회의원과 기재위 전문위원은 바보가 아니다. 세금을 내야 할 만큼 많은 퇴직금을 지급할 교회와 지급받을 목회자들이 극히 일부라는 사실을 알기 때문이다. 기독교 목회자 대부분은 퇴직금제도가 정립돼 있지 않거나 퇴직금 자체가 그저 부러운 남의 얘기일 뿐이다.

그렇다면 굳이 왜 이 법안이 마련된 것일까. 결론적으로 말하면 이 법안은 조세법률주의와 조세 평등의 실현을 위한 것이다. 주지하다시피 종교인의 종교인소득과 퇴직소득에 대한 과세는 지난해부터 시행되고 있다. 종교인소득은 매월 지급하는 사례비에 대해 세금을 내기 때문에 별다른 문제가 없다.

그러나 장기간 적립한 재원을 바탕으로 지급하는 퇴직금의 경우에는 과세가 시작된 지난해 이전에 적립한 부분까지 과세대상에 포함하면 소급과세가 되므로 이를 명확히 하기 위해 법안을 마련하는 것이다. 공무원의 경우에도 2002년 제정된 법에 따라 퇴직금 과세가 시행됐고 그 이전에 적립한 퇴직금은 과세대상에서 제외한다는 소득세법 제22조 2항의 규정이 있기에 이 선례에 따랐다.

퇴직금은 직장인의 퇴직 후 생활 안정을 위해 재직 당시에 지급할 보수, 즉 근로소득 일부를 지급하지 않고 쌓아두는 것이다. 지난해 이전에는 소득세법상에 종교인 과세가 없었기 때문에 그 이전 소득을 바탕으로 적립된 종교인의 퇴직금도 과세대상이 아닌 것은 조세법률주의의 원칙상 명확하다.

혹자는 일부 종교인이 지난해 이전에도 자진해서 근로소득세로 납부해 왔기에 현행법상 종교인의 퇴직소득 과세가 ‘소급과세’가 아니라고 주장할지 모른다. 그러나 논리대로라면 지난해 이후에 소득세를 납부하는 종교인들에게도 그 이전 소득분에 대한 소득세를 모두 추징해야 한다는 모순에 이르기 때문에 혹자의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

조세법률주의나 공평과세의 원칙에서 보아도 지극히 당연한 이 법안에 이토록 여론이 저항감을 갖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아마도 이 법의 혜택을 누리는 대상 중에는 일반 직장인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거액의 퇴직금에 관한 소문이 나도는 일부 초대형교회 목회자들이 포함됐기 때문 아닐까. 최근 한국의 대표적 몇몇 교회와 목회자가 국민에게 안겨준 극한 실망감으로 애꿎은 이 법안이 오해와 유탄을 맞은 것 같다.

곧 있으면 종교인 과세 원년을 결산하는 5월 종합소득 확정 신고가 시작된다. 그 이전에 종교인 퇴직소득 과세의 범위가 법으로 확정되지 않으면 걷잡을 수 없는 혼란이 초래될 수밖에 없다. 많은 퇴직 종교인이 불명확한 상황 가운데 부지불식간에 탈세의 불명예를 안을 수도 있다. 이는 어렵게 정착돼 가는 종교인 과세가 종교인과 비종교인, 종교와 국가 간 갈등의 장이 되는 불행한 결과가 될 것이다. 서로가 조금 더 이해하는 마음과 솔로몬의 지혜가 필요한 때이다.

서헌제 한국교회법학회 회장·중앙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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