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AP뉴시스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가 미국의 대(對)화웨이 봉쇄에도 불구하고 자신감을 되찾아가는 모습이다. 화웨이 내에서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미국이 겁먹는 회사로 알려졌다며 전화위복으로 여기는 분위기마저 감지된다. 독일 영국 등 주요국이 화웨이 제품 보이콧에 부정적 반응을 보이기 시작하면서 미국의 견제를 극복할 수 있다는 계산이 선 것으로 보인다.

런정페이 화웨이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는 14일(현지시간) CNBC방송 인터뷰에서 “미국 같은 강대국이 우리처럼 작은 기업을 무서워하고 있는데, 다른 나라들은 ‘당신네 제품이 너무 좋아서 미국이 겁먹었다. 테스트해볼 필요도 없이 화웨이 제품은 바로 사겠다’고 말한다”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는 화웨이가 중국 정부를 위해 스파이 행위를 한다며 동맹국에 화웨이 제품 불매를 촉구해 왔다. 런정페이는 미 정부의 이런 태도가 오히려 제품 홍보에 도움이 됐다고 평가한 것이다.

런정페이는 또 미 정부 요청으로 체포된 자신의 딸 멍완저우 화웨이 부회장 겸 최고재무책임자(CFO)가 미·중 무역전쟁의 희생양이라면서도 “나는 내 아이들이 별다른 어려움 없이 자랐다고 생각한다. 약간의 고난은 그들에게 좋을 수 있다. 자고로 고대부터 영웅은 난세에 태어났다”고 말하기도 했다.

런정페이는 오히려 애플에 화웨이가 자체개발한 5G 모뎀칩을 제공할 수 있다는 제안도 했다. 그는 “화웨이는 애플과 다른 실리콘밸리 경쟁업체에 5G 모뎀칩을 판매하는 것에 열려 있다”고 말했다. 애플은 세계 3대 스마트폰 제조사 중 유일하게 5G 스마트폰을 출시하지 못했다. 5G 스마트폰에는 전용 모뎀칩이 필요한데, 애플의 주 거래업체인 인텔은 내년에야 이를 개발할 것으로 보인다. 런정페이는 애플에 구미가 당기는 제안을 했지만, 애플이 화웨이 모뎀칩을 사들일 경우 미국이 동맹국에 요청한 ‘화웨이 보이콧’을 스스로 깨는 것이라 실제 거래가 이뤄지긴 쉽지 않아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의 화웨이 봉쇄망은 점점 약해지고 있다. 독일은 통신사업에서 화웨이를 배제하라는 미국 요청을 사실상 거절했다. 요헨 호만 독일 연방통신청장은 영국 파이낸셜타임스 인터뷰에서 “화웨이를 포함한 어떤 통신장비 공급업체도 5G 시장에서 배제돼선 안 된다”며 “(화웨이 장비가 기밀 누설에 활용될 것이라는) 우려를 뒷받침할 만한 증거를 포착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독일 정부의 결정은 화웨이 보이콧에 대한 입장을 완전히 정하지 못한 영국과 뉴질랜드의 결정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미국과 정보 동맹을 맺은 ‘파이브 아이즈(Five eyes)’ 소속인 두 나라가 완전히 이탈하면 화웨이 봉쇄망에도 힘이 빠질 수밖에 없다. 미국의 화웨이 봉쇄에 전면적으로 참여한 국가는 현재까지 호주와 일본뿐이다.

중국 정부도 화웨이를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중국은 12일 호주 정부가 호주 5G 통신망 사업에서 화웨이를 배제하기로 한 것에 대해 세계무역기구(WTO)에 공식적으로 불만을 제기했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이택현 기자 alle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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