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두 차례 북·미 정상회담을 ‘넘어서는’ 결실을 맺는 방안을 구체적, 실질적으로 논의하자고 제안하면서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김 위원장이 앞선 13일 정부에 중재자, 촉진자가 아닌 당사자 역할을 주문한 이후 나온 반응이기 때문이다.

특히 문 대통령은 지난 11일(현지시간) 한·미 정상회담을 ‘동맹 간 전략대화’라고 지칭하면서 이번 제안이 한·미 공조 속에 나온 것임을 시사했다. 따라서 미국의 빅딜, 북한의 단계적 비핵화 사이에서 미국과 융통성을 발휘할 만한 방안을 논의했으며, 남북 정상회담에서 이를 북한에 제안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관측된다.

문 대통령은 15일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남북 정상회담에 대해 크게 두 가지 얘기를 꺼냈다. 첫째는 남북 정상회담 제안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물론 미국 내 매파 인사들과도 협의 후 나왔다는 얘기다. 문 대통령은 “나는 트럼프 대통령은 물론 미 행정부 핵심 인사들을 모두 만나 폭넓은 의견을 교환했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남북 정상회담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과 기대를 표명했다”고 말했다. 또 “특히 남·북·미 정상 간 신뢰와 의지를 바탕으로 하는 ‘톱다운’ 방식이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에 필수적이라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고 강조했다.

2차 북·미 정상회담 결렬 당시 미국은 대북 강경파인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보좌관이 전면에 등장했고, 국무부와 재무부 등 각 부처에서도 대북 협상 비관론이 우세했다. 이에 문 대통령은 지난주 방미 당시 볼턴 보좌관은 물론 마이크 펜스 부통령,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등 매파 인사들을 모두 접견하고 자신의 구상을 설명했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도 톱다운 방식에 동의하며 남북 정상회담에 긍정적인 뜻을 표했으니 앞으로는 미 행정부의 반대가 누그러질 것임을 내비친 것이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이 다시 전면에 나서면서 미 행정부 내 이견도 잦아들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고 전했다. 나아가 문 대통령은 “이번 한·미 정상회담은 동맹 간 긴밀한 전략대화의 자리”라고 규정하며 단순한 ‘립서비스’가 아님을 강조했다.

두 번째로 문 대통령은 김 위원장에게 북·미 정상회담의 결과를 넘어서는 결과를 내기 위한 구체적, 실질적 방안을 논의하자고 제안했다. 이는 한·미 정상 간 ‘전략대화’의 결과를 김 위원장과 심도 있게 논의하자는 제안으로 들린다. 특히 구체적, 실질적 방안을 논의하자는 발언이 주목받고 있다. 한·미 간 조율된 내용을 바탕으로 남북 주도로 북·미 모두 수용할 만한 구체적인 비핵화 방안을 도출하자는 취지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청와대에서 군 장성 진급 및 보직신고를 받은 뒤 환담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보직신고 자리에서 “힘이 없으면 평화를 이룰 수 없다”며 “북한 핵도 대화와 외교를 통해 해결해야 하는데, 대화를 통한 그런 식의 해결도 강한 힘이 있어야만 성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병주 기자

문 대통령은 지난해 1차 북·미 정상회담에 앞서 4·27 판문점선언에서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설치 등을, 2차 북·미 정상회담 전 9월 평양공동선언을 통해 사실상의 남북 종전선언에 합의한 바 있다. 모두 당시 추진되던 북·미 간 연락사무소 설치와 종전선언을 염두에 둔 합의들이었다. 이번에도 3차 북·미 정상회담을 추진하기 전에 남북 정상회담을 갖고 북·미 관계보다 ‘반 발짝’ 앞선 합의문을 다시 한 번 내놓자는 제안인 셈이다. 이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한·미 정상이 대화의 모멘텀을 잇기 위한 다양한 방안들을 진지하게 논의했다”면서도 “구체적 내용은 밝히기 어렵다”고 말을 아꼈다.

강준구 기자 eye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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