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에서 부동산, 특히 집은 욕망의 결정체다. 안전자산인 동시에 고수익 투자 상품이기도 하다. 코스피지수의 10년간 상승률이 같은 기간 서울 강남 아파트 가격 상승률보다 높다는 말은 통하지 않는다. 코스피지수는 오르고 내림을 반복하지만, 집은 그렇지 않다. 은행 대출을 끼고 장만한 집은 버티면 된다. 늘 수요자가 있다. 잠시 수요가 줄어도 그 집을 깔고 앉아 살면 된다. 인사청문회에 나온 장관 후보자들, 재산을 공개하는 국회의원들을 보라. 언젠가는 오르기 마련이라는 기대감은 강력한 믿음으로 성장해 집값을 떠받친다. 그래서 평범한 대다수는 월세와 전세를 전전하다 대출을 감행해 내 집을 장만하고, 대출을 20~30년 갚아 나간다. 그래도 이게 남는 장사라 믿는다.

그런데, 앞으로도 그럴까. 인구 감소, 1인 가구 증가는 위협 요인이다. 수요가 줄어드는데 집값이 지금 수준을 유지하기 어려울 수 있다. 기업, 오피스빌딩이 몰려 있는 도심에서 멀리 떨어진 집일수록 ‘욕망의 시장’에서 빠르게 이탈할 가능성이 크다. 다만 반박도 만만찮다. 1인 가구가 급증했는데도 집값은 계속 오른다는 반론이 대표적이다. 1인 가구 비중은 2000년 15.5%에서 2017년 28.6%까지 증가했다. 1인 가구의 수도 2000년 222만4433가구에서 2017년 561만8677가구로 늘었다. KB국민은행의 주택매매가격종합지수(2019년 1월 지수를 100으로 했을 때)는 2000년 1월 48.8에서 2017년 1월 95.7까지 치솟았다. 물가상승률을 고려한다 해도 꽤 충격적이다. 사람과 돈이 몰리는 서울, 수도권으로 공간을 좁히면 ‘불패의 신화’는 더 단단해진다.

하지만 균열은 늘 보이지 않는 작은 곳에서 시작한다. ‘임계점’을 넘어서면 순식간에 전체를 뒤흔들기 마련이다. 1인 가구의 비중이 전체 가구의 절반을 넘는 시점이 되면 어떻게 달라질까. 이때에도 1인 가구를 위한 작은 아파트, 오피스텔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나고 부동산 시장은 또 다른 활황을 누릴까. 아니면 돈이 돈을 버는 대표적 ‘불로소득 시장’이라는 완장을 벗을까.

집은 늘 경제·산업의 발달 과정을 충실히 반영해 왔다. 수렵채집 시대에 인류는 토굴이나 움막에서 살았다. 언제든 집을 버리고 떠날 수 있도록. 농경 시대로 넘어가면서 흙과 나무로 집을 지었고, 한 곳에 정착하기 시작했다. 산업혁명을 거치면서 돌과 쇠를 보편적 재료로 이용하게 되고 도시를 형성했다.

이제 집은 다시 변화의 물결을 타고 있다. 변화는 크게 두 갈래다. 첫 번째 물길은 4차 산업혁명이다. 인공지능(AI), 로봇, 사물인터넷(IoT)은 전례 없는 편리를 예고한다. 사람의 지시에 따라 작동하는 TV, 청소기 같은 가전제품은 물론 가사노동을 도맡는 로봇이 등장할 것이다. 집의 가치와 기능에 ‘혁명’이 불가피해진다. 집의 크기도 줄어들 수 있다. 자율주행차, 공유 차량이 일반화되면 주차장은 필요 없다. SF영화에 나오는 장면처럼 거대한 빌딩 하나에 수십만명이나 수백만명이 모여 사는 도시가 생길 수도 있다.

다른 물길은 ‘유목 인류(Homo Nomad)’다. AI와 로봇은 월급, 정규직, 정년 등으로 표현할 수 있는 일자리의 개념을 송두리째 바꿀 수 있다. 노동시간은 더 잘게 쪼개지며, 수많은 일자리가 사라지고 태어날 것이다. 일자리를 찾아 언제든지 어디로든 떠날 수 있는, 떠나야만 하는 ‘유목민’이 탄생한다. 유목민에게 집은 쉽게 옮길 수 있거나 홀가분하게 버리고 갈 수 있는 존재여야 한다.

집을 바라보는 시선도 소유에서 공유(sharing), 구독(subscription)으로 옮겨갈 것이다. 구태여 큰 빚을 내 집을 살 필요가 있느냐는 의문과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 주요 대도시의 집값은 여기에 속도를 붙일 가능성이 크다. 토지 개발, 건축을 국가가 도맡아 하고 다 지은 집을 국민에게 공유 혹은 구독의 형태로 공급한다면 집이 지니는 경제적 가치나 의미는 완전히 달라질 것이다.

바로 코앞의 미래일 수도, 20년 넘게 지나야 다가올 먼 미래일 수도 있다. 어느 방향이든, 얼마의 속도이든 집도 사람도 변화의 길 위에 서 있다.

김찬희 경제부장 ch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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