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는 지난 3월 28일 재정비촉진지구 안에서 이뤄지는 도시 정비형 재개발 사업의 상업지역 주거비율을 최대 90%까지 높이는 새 운영 기준을 3년간 한시적으로 적용한다고 발표했다. 대신 연면적 10%를 공공주택으로 지어야 한다. 법정 용어 가득한 전문영역이어서인지 주목받지 못했지만 도시 서울의 미래를 바꿀 수 있는 의미심장한 신호일 수도 있다. 발표를 쉽게 펴보면 다음과 같다. 옛 뉴타운 상업지역에 들어서는 건물은 상가나 사무실 같은 상업시설을 주로 지어야 하지만, 사업이 안 되니 주민이 원하는 대로 당장 팔리는 주거의 비율을 90%까지 높여서 지을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전임 시장 시절 무더기로 지정한 뉴타운 사업이 대부분 답보상태여서 주민들의 민원을 해소하고 현 시장의 주택 8만호 공급 공약도 지킬 수 있는 해결책으로 등장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한시적인 조치라는 점에서 스스로 도시계획적 문제와 부작용을 인정하고 있다고 본다. 우려되는 몇 가지가 있다.

첫째, 이렇게 양보하면 정말로 사업이 잘 될까. 뉴타운은 재개발, 재건축이 작은 단위로 산발적이었던 것을 통합해 광역적이며 공공적인 계획을 세워 강북에 인프라를 구축하고 도시 환경을 개선하는 취지였다. 그러나 부동산 경기 침체로 사업 시행이 불투명해지면서 지구 해제 청원이나 계획 변경 요구가 있었다. 원래 뉴타운이 갖고 있던 통합적 계획의 핵심적인 내용 변경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는 주민보다는 사업 시행 주체의 요구였다. 당장 사업 수지에는 도움이 되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주거 환경이 원래 계획보다 나빠져 재산 가치는 떨어지니 주민들에게는 큰 이득이 없거나 오히려 손해가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마찬가지로 상업지역의 용적률로 과밀하게 지어지는 아파트가 분양에 성공할지는 미지수이며 성공한다 해도 그 미래가치는 크지 않다. 만에 하나 성공하지 못한다면 애써 공들여 만든 뉴타운 계획은 원래 뜻을 잃고, 주민 불편은 심해질 것이며, 행정의 안정성도 해치는 결과가 된다.

둘째, 어번스프롤(urban sprawl) 현상이 예상된다. 도시가 확산하는 과정에서 단일 용도가 과도하게 도시 주변부를 잠식하는 현상을 말한다. 미국 교외에 마구잡이로 단독주택이 늘어서며 확산하는 사례에서 시작된 용어인데, 필연적으로 대중교통보다는 자동차 중심의 난개발로 이어지게 된다. 이번 조치로 뉴타운은 일종의 내파적 스프롤 현상이 될 수 있다. 즉, 아파트라는 단일 용도가 기존 시가지를 다시 파괴적으로 집어삼키며 도시의 다른 용도는 없어지게 된다. 사대문을 벗어나 경기도를 만날 때까지 아파트촌이 끝없이 이어지는 장면을 상상해보면 다양성이라는 도시의 본질과는 멀어진다.

셋째로 동네 상권의 침체와 이를 빌미로 한 사업 주체들의 축소 요구에 후퇴할 일만은 아니다. 수요가 공급을 불러오지만 때로는 공급이 수요를 만들기도 하는 법이다. 상업은 도시의 가장 중요한 기능인 동시에 인프라이기도 하다. 이를 포기하는 일은 도시 내 녹지나 주거지를 포기하는 것만큼 신중해야 한다. 유능한 사업시행자라면 아파트를 찍어내는 일 말고도 상권을 만들어내는 일도 할 수 있어야 한다.

지금은 기술 혁신에 따른 사회 변동과 도전, 그리고 공공의 역할에 대한 거시적이며 근본적인 고민이 절박한 시점이다. 동네상권 침체는 일시적인 불경기나 정책 실패라기보다 구조적인 이유가 크다. 우리뿐 아니라 세계 대부분의 나라가 인터넷 쇼핑과 기업형 대형매장의 성장으로 오프라인 상권이 침체되는 현상을 맞고 있으며 아마도 계속 심화될 것이다. 물러서거나 양보만이 능사가 아니다. 공공의 적극적인 역할을 고민해야 한다. 인공지능, 자율주행차, 생산 공정 자동화 같은 기술에 따른 노동의 의미 변화에 맞춰 공공이 주도하는 로봇세나 기본소득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는 것은 참고할 지점이다.

공공이 나서서 문화와 복지 시설을 적극적으로 배치해서라도 지역의 중심으로 상업지역을 되살려야 한다. 커뮤니티를 회복하고 시민을 모이게 하는 것이 상권을 살리고 도시를 지키는 길이다. 필요하다면 서울시나 SH가 직접 사업의 시행 주체가 돼야 한다. 시장에 맡기기에는 시장은 탐욕적이며 무책임하고 우리 도시의 미래 따위에는 관심이 없다. 공공이 나서야 한다.

이경훈 국민대 건축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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