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파리 시민들이 15일(현지시간) 노트르담 대성당 근처에서 불길에 휩싸인 성당을 바라보며 기도하고 있다. 파리의 상징인 노트르담 대성당이 화재로 일부 소실된 이날 시민들은 시내 곳곳에서 찬송가를 부르며 슬픔을 달랬다. 856년 역사를 지닌 노트르담 대성당은 1991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 AP뉴시스

프랑스 파리 시민들은 노트르담 대성당이 불에 탄 15일(현지시간) 시내 곳곳에 모여 찬송가 ‘아베 마리아(Ave Maria)’를 불렀다. ‘우리의 여인’ ‘성모 마리아’라는 뜻을 가진 노트르담 대성당은 프랑스 국민에게 종교시설 이상의 의미다. 프랑스의 상징이자 유럽, 나아가 인류 역사의 산물로 평가받아 왔다. 노트르담 대성당은 특히 두 차례의 세계대전과 프랑스 대혁명도 버텨내는 동안 가톨릭의 성지이자 역사·문화의 중심지로 자리 잡아 시민들의 안타까움이 더했다. 유네스코가 선정한 세계문화유산이기도 한 노트르담 대성당이 불타는 모습에 전 세계가 함께 애를 태웠다.

노트르담 대성당은 1163년 루이 7세의 명령으로 파리 센강 시테섬에 지어졌다. 완공에만 182년이 걸린 프랑스 고딕건축 양식의 대표 건축물이다. 대성당 내부엔 높은 천장과 화려한 스테인드글라스를 배치해 신성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영국 국왕 헨리 6세 즉위식(1431년), 백년전쟁 중 사형당한 잔 다르크의 복권 판결(1456년), 나폴레옹 보나파르트의 황제 대관식(1804년) 등 굵직한 역사적 사건들이 이곳에서 이뤄졌다.

고가사다리차에 탄 소방관이 15일(현지시간) 파리 노트르담 대성당 건물을 향해 물을 뿌리고 있다. 아래쪽에 ‘장미 창’으로 불리는 화려한 스테인드글라스가 보인다. AP뉴시스

하지만 856년간 자리를 지켜온 노트르담 대성당은 화재 1시간 만에 첨탑이 쓰러지고 지붕이 무너져내려 참혹하게 변했다. 노트르담 대성당 인근에서 첨탑이 쓰러져 불길 속으로 떨어지는 모습을 지켜보던 파리 시민들 사이에서 “오, 신이시여”라는 비명이 터져나왔다. 일부 시민들은 그대로 눈물을 흘렸다. 한 시민은 영국 일간 가디언 인터뷰에서 “TV에서 보자마자 달려왔는데 이렇게 슬퍼질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화재 진압 후 공개된 노트르담 대성당 내부는 평소와 달리 벽 전체가 검게 그을렸고, 무너진 천장 틈으로 뼈대만 남은 내부 골조가 드러나는 처참한 모습으로 변해 있었다.

노트르담 대성당은 과거에 숱하게 위기를 겪었다. 프랑스 혁명 당시에는 혁명군이 대성당을 식량 저장창고로 이용했다. 혁명군은 조각상을 파괴했고, 종교 유물을 녹여 대포와 동전을 만들었다. 19세기 초에는 너무 심각하게 훼손돼 복구가 어려울 지경이 됐다. 소설 ‘레미제라블’로 알려진 빅토르 위고는 노트르담 대성당 복원을 호소하기 위해 1831년 대성당을 배경으로 소설 ‘노트르담 드 파리(노트르담의 꼽추)’를 썼다. 2차 세계대전 때는 파리를 점령한 독일군 지휘관이 노트르담 대성당 등 문화유산을 파괴하라는 상부의 명령을 거부한 덕분에 가까스로 살아남았다.

화재 발생 당시 성당 내부 모습. AP뉴시스

하지만 성당이 불길에 휩싸이는 것을 지켜본 파리 시민들은 절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한 시민은 AFP통신에 “파리가 훼손됐다. 파리는 이제 결코 전과 똑같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예정됐던 ‘노란 조끼’ 관련 대국민 담화를 취소하고 화재 현장을 찾았다. 그는 눈물을 글썽이며 “전 국민 모금을 통해 국민과 함께 성당을 재건할 것”이라는 대국민 메시지를 발표했다.

구찌, 발렌시아가, 입생로랑 등 세계적 명품 브랜드를 보유한 기업 케링은 대성당 재건을 위해 1억 유로(약 1300억원)를 지원하기로 약속했다. 이어 루이비통, 디오르, 펜디 등 브랜드를 거느리고 있는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HM)그룹과 화장품 업체 로레알도 2억 유로(약 2600억원)씩 쾌척하겠다고 밝혔다. 시민들도 모금활동에 나서고 있다. 석조 건축물 복원을 전문으로 하는 크라우드펀딩사이트 달타냥에는 1만4000유로 이상의 자금이 모였다. 여당인 ‘레퀴블리크 앙마르슈(LREM)’는 화재 수습을 위해 당분간 유럽의회 선거 캠페인을 중단하기로 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교황청 성명을 통해 “프랑스와 함께하고 있으며, 프랑스 가톨릭 신자들과 파리 시민들을 위해 기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각국 정상들도 위로와 애도를 표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트위터에 “엄청나게 큰 화재를 지켜보려니 너무도 끔찍하다. 빨리 조처를 해야 한다”고 썼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대성당에 불이 붙은 끔찍한 모습에 고통스럽다”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페이스북에 “누구보다 프랑스 국민의 안타까운 마음이 클 것”이라며 “하지만 프랑스 국민의 자유와 평등, 박애정신은 화재에 절대 꺾이지 않을 것”이라고 썼다.

이택현 박세환 기자 alley@kmib.co.kr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