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러시아, 중국 등 20개국의 철도운영사 대표들이 지난 11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제34차 OSJD 사장단회의’에 참석해 논의하고 있다. 철도업계의 ‘유엔 총회’로 불리는 이번 회의에서는 유라시아 대륙철도 청사진이 제시돼 참석자들의 관심을 끌었다. 코레일 제공

지난 11일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 2층 로비는 국제철도협력기구(OSJD) 사장단회의에 참석한 각국의 철도업계 관계자로 붐볐다. 이들은 한국에서부터 북한 중국 러시아를 거쳐 유럽까지 실선으로 연결된 ‘유라시아 대륙철도 연결망’ 그림에 각별한 관심을 보였다. 한국철도공사(코레일) 관계자는 “회의 참석자들은 대륙철도망이 한국까지 이어져 유라시아가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날을 고대한다고 입을 모았다”고 전했다.

러시아 중국 등 20개국의 철도 운영사 대표와 관계자 300여명은 지난 8~12일 한국을 찾았다. 유라시아 대륙철도를 연결하고 구체적 운영 방안을 논의하는 OSJD 사장단회의가 서울에서 개최됐기 때문이다. OSJD는 ‘철도업계의 유엔’으로 불린다. 국제철도수송정부간기구(OTIF)와 함께 세계 양대 철도기구로 꼽힌다. OSJD는 1956년 러시아 중국 북한 등 사회주의권 국가를 중심으로 동유럽과 아시아 간 철도운송을 논의하기 위해 세워졌다. 사회주의권 국가가 주도해 만들다보니 회의석상에서 공식 언어는 러시아어와 중국어다. 시베리아 횡단철도(TSR), 중국 횡단철도(TCR) 등 28만㎞에 달하는 국제 철도 노선 운영을 관장한다. 대륙철도의 국제운송 표준도 정하기 때문에 사실상 유라시아의 ‘철도 경영자’다. 현재 29개 정회원국과 45개 제휴회원 철도기업이 참여하고 있다.


한국은 지난해 6월 이전까지만 해도 OSJD 정회원국이 아니었다. 2014년 코레일이 제휴회원 가입에 성공했지만 정회원 지위를 얻기까지 상당한 시일이 걸렸다. OSJD 정관에 따르면 정회원으로 가입하려면 기존 회원국의 만장일치 찬성을 받아야 한다. 북한이 번번이 반대해 2015~2017년 정회원 자격을 얻는 데 실패했다. 그런데 지난해 남북 정상회담, 북·미 정상회담이 잇따라 열리면서 분위기가 급반전됐다. 지난해 6월 북한의 찬성표를 얻어내며 한국은 마침내 정회원국이 됐다. 정부와 코레일은 OSJD 가입으로 유라시아 철도망의 동쪽 시발점과 종점 역할을 할 국제적 기반을 마련했다고 평가한다. 앞으로 남북 철도 연결 및 선로 현대화 사업이 진행되면 유라시아 대륙 전체가 철도로 연결되는 ‘철의 실크로드’가 완성되는 것이다.


OSJD 사장단회의는 매년 1회 열린다. 올해는 실무회의를 포함해 수석대표회의, 사장단 전체회의 등이 진행됐다. 세 차례에 걸친 실무회의에서 교통정책 및 개발 전략, 교통법, 화물 운송 등 5개 분과의 활동 성과를 공유했다. 2020년까지의 열차운행시간표 확정, 객차 조성 및 차량 배정 조율, 국경통관 업무 표준화 대책 등 대륙철도 운행 사항을 결정했다.

특히 올해는 한국의 정회원 가입 후 첫 사장단회의라 북한이 참석하는지를 놓고 관심이 높았다. 한국이 2014년 북한에서 열린 OSJD 사장단회의에 참석한 바 있어 ‘답례 방문’이 이뤄질 것이라는 기대감도 컸다. 코레일은 이런 열망을 담아 ‘평화로, 번영으로’라는 회의 구호를 붙이기도 했다.

그러나 북한 대표단은 끝내 나타나지 않았다. ‘평화’라는 구호는 절반의 성과에 그쳤다. 타데우쉬 쇼즈다 OSJD 의장은 “폴란드 바르샤바에 있는 사무국에서 남북 철도는 반드시 이어져야 한다는 의지를 북한 측에 전달했었지만 이번 회의에 참석한다는 답을 듣지 못했다”고 전했다. 한국 정부는 북한 대표단이 참석하면 최근 정체기에 빠진 남북 철도 연결 사업의 물꼬를 틀 ‘물밑논의’를 진행할 예정이었다.

다만 이번 회의에서 OSJD가 남북 철도 연결을 위해 물심양면으로 지원하겠다는 확답을 얻어냈다. 쇼즈다 의장은 “한국에서 유럽까지 화물을 운송할 때 바닷길을 이용하면 40~45일이 걸리지만 남북 철도가 연결돼 대륙철도를 이용하면 14~16일이면 가능하다. 한국의 우수한 제품을 빠르게 운송하면 유럽으로서도 큰 이익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손병석 코레일 사장은 “북한은 정상회담을 통해 수차례 남북 철도 사업 의지를 강력히 표명했다. 국제적인 정치 상황에 따라 남북 철도 연결 사업이 영향받을 수밖에 없지만 실질적인 수요를 고려할 때 결국 연결되는 방향으로 갈 것으로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세종=전성필 기자 fee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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