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좋은 선거제도는 비례대표성 강화하고 다양한 정책 담을 수 있어야
선거제도에 원인이 있다고 믿는 정치 지역주의와 갈등의 문제는 운영하는 사람의 자질이 부족하기 때문


현존하는 선거제도는 몇 개나 될까. 선거제도 이론 서적으로 찾아보면 나라 수만큼 선거제도가 존재해 있고, 지방자치제의 선거제도까지 포함한다면 너무 많아 파악조차 힘들다고 한다. 여러 가지 구성요소와 변수 등은 있지만 크게 보면 두 가지로 정리된다. 다수대표제와 비례대표제의 구분이다. 선거제도개혁의 방향은 두 방향의 어느 한쪽으로 다가가거나 중간 형태인 독일형 혼합방식을 선택하는 양상으로 진행된다. 일본 이탈리아 뉴질랜드는 1990년대 이후 다양한 정치적 난제를 해결하고자 선거제도개혁을 시도한 국가들이다. 그렇다면 역사적으로 각국은 어떤 기준으로 새로운 선거제도를 선택하거나 현 제도를 유지하고 있을까.

선거제도개혁의 최대 이슈는 대표성의 결여와 민주적 정당성의 취약성이라는 문제다. 소선거구제도와 1인1표 단순다수대표제 같은 다수가 경쟁하는 구도에서는 승자가 소수의 지지로도 당선되기 에 민주적 정당성의 결여가 문제로 대두된다. 우리나라의 대통령 선거와 다당 구도에서 당선된 지역구 의원의 득표율이 과반이 안 돼 지지기반이 허약하고 국민대표성이 많이 훼손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를 보완한 게 프랑스가 사용하고 있는 결선투표제다. 이렇게 하면 선거비용이 더 드는 단점은 있지만 결선투표에 진출한 2명 혹은 1차투표에서 12.5% 이상의 지지를 받은 후보자 중 한 명을 고르는 것이기 때문에 선거구의 진정한 대표를 뽑을 수 있다는 점이 최대 강점이다. 시간, 돈, 인력 낭비 등 1차투표 낙선 후보자 간 이면거래 등의 문제점 등이 있어 이를 극복하고자 하는 대안이 바로 호주가 하고 있는 기호투표제다. 투표 시 아예 유권자들에게 후보자들의 순위를 정하도록 하고, 과반수를 얻은 후보자가 나올 때까지 기호순서에 따라 합산을 해주면 되기 때문에 한 번의 투표로도 과반을 획득한 당선자를 선출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두 번째로 선거제도개혁은 비례대표성 강화를 위한 목적을 띤다. 소선거구제하에서 적용되는 다수대표제는 복수 후보들이 난립할 때 상대적으로 낮은 득표율로도 다수당 지위를 차지할 수도, 반대로 전국의 합산표에선 이겼지만 국회에서 소수당으로 전락할 수도 있다. 특정 지역에 기반을 두지 않은 군소정당들에는 절대적으로 불리한 제도인 이유다. 뉴질랜드는 이를 극복하기 위한 대안으로 단순다수대표제와 비례대표제의 중간 형태인 독일식 혼합제를 채택했다. 군소정당 수가 늘었지만 기존 보수당과 사회당의 지지도 크게 위축되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전체 정당 수가 늘어 비례대표성은 대폭 확대된 효과를 봤다. 전국과 권역에 골고루 기반을 둔 군소정당들에 유용한 제도로 정부의 안정성은 약화할 수 있으나 기존 정당들이 전국적 지지기반을 갖추고 있다면 그리 큰 영향을 받지는 않는다.

마지막으로 비례대표성을 강조하는 선거제도에서 나타나는 정국 불안정의 해결에 초점을 두고 있다. 비례대표성을 최우선 고려한 완전비례대표제는 대표성은 매우 높지만 극소수정당들도 국회에 진출해서 정국의 안정성이 매우 취약하다는 문제가 있다. 이탈리아는 1946년부터 1994년까지 61번의 정권교체가 이뤄져 9.4개월 정도의 단명정부들이 속출해 정국 불안정성이 경제와 사회불안의 최대 걸림돌이었다. 의원내각제가 아닌 대통령제하에서 이탈리아식 비례대표제를 채택했을 경우 여당은 과반수에 훨씬 못 미치게 된다. 따라서 다수의 군소정당과 정책 공조를 하든가 아예 연립정부를 구성하는데, 언제든 깨질 수 있어 정국은 불안할 수밖에 없다. 이를 극복하는 방법으로 일본이 도입한 혼합식과 우리나라의 단순다수대표를 기초로 하고 비례대표를 보조수단으로 하는 혼합제를 들 수 있다. 일본은 비례대표를 전체 480명 중 180명을 11개 권역별로 나눠 배정하지만 우리는 전국비례대표제라는 차이가 있다.

선거제도를 평생 연구한 미국 정치학회 전 회장 아렌트 레이파르트 교수는 가장 좋은 선거제도개혁은 비례대표성이 높고 다양한 정책의 스펙트럼을 담아낼 수 있는 정당명부식 수정 상라게 방식이 최고라는 연구를 발표했다. 하지만 타협과 대화의 능력이 있는 정당이 있을 때 가능한 제도라는 전제조건이 달려 있다. 중소정당에 유리한 비례대표성을 강조한 제도는 집권여당이 국정파트너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는 점에서 타협과 협상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반대편에 있는 다수대표제의 원형은 미국이 1789년 정부 초기부터 사용해 온 제도다. 영국에서 도입한 이 국민대표선출제도는 큰 틀에서 보면 명예혁명 이후부터 사용해 온 뿌리 깊은 제도다. 제도개혁의 논의가 간헐적으로 이뤄지긴 하지만 우리처럼 선거 때마다 개혁한다고 하지는 않는다. 선거제도에 원인이 있다고 믿는 정치지역주의와 갈등의 문제는 운영하는 사람의 자질 문제이지 제도 자체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을 우리 정치인들은 잊고 있는 건 아닐까. 결국 제도개혁보다 중요한 건 정치인 교체에 있지 않을까 한다.

최연혁 스웨덴 린네대학 정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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