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첨단 경찰국가’의 창시자로 지목되는 천취안궈(陳全國) 중국 신장(新疆) 위구르 자치구 당서기의 존재감이 커지고 있다. 천 서기는 시짱(西藏·티베트) 자치구에 이어 신장에서도 강력한 공포정치를 시행해 소수민족 갈등을 잠재웠다. 그가 도입한 최첨단 감시기술은 점차 다른 지역으로 확산되는 분위기다. ‘출세의 지름길’로 꼽히는 두 지역에서 잡음 없이 직무를 수행하면서 그가 조만간 중앙정치 무대에 진입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하지만 천 서기의 잔혹하고도 교활한 통치방식에 국제사회는 경악하고 있다. 중국 당국이 소수민족인 티베트족과 위구르족을 강제로 동화하기 위해 동원하는 각종 수법을 두고 ‘문화적 인종 학살’이라는 비난의 목소리가 높다.

천 서기는 중국의 치안정책을 혁신한 인물로 평가된다. 그 핵심 키워드는 ‘사회 네트워크 관리’다. 사회 전체에 감시망을 만들어 빈틈없는 통제체제를 구축한다는 것이다. 천 서기는 2016년 신장에 부임하자마자 단 넉 달 만에 ‘편의 경찰서’를 4900여개 설립했다. 경찰서가 마치 편의점처럼 봉사한다는 뜻에서 이런 이름을 붙였다. 실제로 편의 경찰서에서는 무선 인터넷과 휴대폰 충전기, 응급조치 키트 등 물품을 제공한다. 경찰서에 변호사가 상주하며 주민들에게 법률상담을 해주기도 한다.

이런 친근한 겉모습과 달리 편의 경찰서는 천 서기가 고안한 최첨단 감시시스템의 중심축 역할을 담당한다. 편의 경찰서는 도시 지역 기준 300~500m 간격으로 촘촘히 들어서 있다. 소요사태 등 유사시 즉각 대응태세를 갖추기 위해서다. 이슬람 사원처럼 중국 당국이 주시하는 장소에는 200m 간격으로 설치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관영 매체에 따르면 천 서기는 2017년 경찰관들의 출동시간을 시험하기 위해 우루무치 도심을 직접 찾아 수행원에게 비상 신고를 보내도록 했다. 단 54초 만에 진압용 장비를 갖춘 경찰관들이 먼저 현장에 도착했으며 곧이어 무장경찰관을 포함한 지원부대가 2분여 만에 출동했다.

편의 경찰서는 첨단 안면인식 감시시스템의 기지국 역할도 수행한다. 요주의 인물이 자택에서 300m 이상 벗어나면 편의 경찰서에서 즉각 파악할 수 있으며 이후 감시카메라로 해당 인물의 동선을 밀착 감시하게 된다. 또 무슬림 거주지에는 집집마다 QR코드가 새겨져 있어 경찰관이 인식기만 갖다 대면 해당 주택에 누가 거주하는지 단번에 파악할 수 있다. 경찰관들은 주민들의 스마트폰을 스캔해 문자메시지와 사진 등 데이터에서 민감 자료를 탐지하는 기기도 휴대하고 있다. 현지 당국은 주민 통제를 위해 DNA 정보까지 수집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시스템의 최종 목표는 중국 내 소수민족인 위구르족의 정체성을 없애고 한족화하는 것이다. 신장 당국은 위구르족 약 100만명을 곳곳에 산재한 비밀 수용소에 수감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곳에서 수감생활을 한 사람들은 수용소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공산당을 찬양하고 애국주의적 노래를 부르며 이슬람교를 폄하토록 강요받았다고 전했다. 중국 관리들은 수용소가 고용을 늘리고 극단주의에 맞서기 위한 ‘직업교육센터’라고 주장하며 인권 침해는 없다고 부인하고 있다.

천 서기가 고안한 치안 기법은 중국의 다른 지역으로도 전파될 조짐이다. 다른 중국 지역은 신장과 시짱처럼 민족 갈등이 극심하지 않아 이 지역과 같은 수준의 전면적인 통제체제가 들어설 가능성은 높지 않다. 하지만 타 지역 경찰관들이 신장 지역에서 3개월간 교환 근무를 하는 등 ‘노하우’를 전파하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신장 경찰관들이 사용하는 휴대용 스마트폰 스캔기기를 도입하는 지역도 늘고 있다.

천 서기가 그의 치안 방법론을 처음 실천에 옮긴 건 허베이성 당 부서기 시절이던 2009년이다. 천 서기는 허베이성 성도인 즈자좡시에 사회 네트워크 관리기법을 시험했다. 이어 2011년 시짱 자치구 당서기로 부임하면서 이 기법을 전면 적용했다. 천 서기 부임 이후 시짱 전역이 급속히 안정되면서 공산당 지도부의 신임을 얻었다. 이어 시짱 지역만큼 민족 갈등이 극심한 신장 자치구에서도 두각을 나타내면서 조만간 핵심 지도부에 들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올해 63세인 천 서기는 차기 당대회가 열리는 2022년 정치국 상무위원 7인방에 들 가능성이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전망했다.

미국과 유럽연합(EU) 등 서구권 국가들은 신장과 시짱 지역에서의 인권 침해를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미국 연방의원들은 지난달 초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에 천 서기를 제재 리스트에 올려야 한다고 촉구했다. 지난해 영국과 프랑스, 독일, EU 등 베이징 주재 대사들이 천 서기와의 면담을 요청하기도 했다. 중국 정부는 외부 비판에 직접 대응하는 차원에서 외교관들을 직접 신장 지역을 방문해 실상을 참관토록 초청했다. 하지만 서구권 외교관들은 중국이 각본을 짜 연출한 모습만 공개할 것이라고 우려하며 거절했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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